강석진 서울대 교수, 대덕 부모 대상으로 '열강'
"선행학습 한 학기 정도, 공식은 문제 통해 몸에 배도록"

"수학을 잘하려면 우선 수학책이 필요하겠죠? 좋은 수학책은 그림이 많고 말로 풀이된 문제가 많아야 합니다. 문제를 읽고 이해하려면 국어도 잘해야겠죠. 또 운동하듯 꾸준히 하는게 중요합니다. 저도 매일 2시간정도는 제 공부를 합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소장 김정한)는 25일 강석진 서울대 교수를 초청, '아빠와 함께 수학을'을 주제로 대덕의 학부모를 위한 수학강연을 개최했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각국 언론에서도 다룰 정도로 세계 최고다. 이날 강연도 마찬가지.

200석이 넘는 대전교육과학연구원 대강당은 일찍부터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뒤늦게 온 학부모들은 임시로 마련된 의자를 펴고 강연에 집중했다. 챙겨온 필기도구로 꼼꼼히 메모를 하면서.

"좋은 수학책요? 그림과 글씨가 많아야죠"

"좋은 수학책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 많이 듣습니다. 수학은 문제를 푸는것도 중요하지만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문제가 단조로운것 보다는 말로 풀어놓은 문제가 좋죠. 문제를 읽고 스스로 식을 만들고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강석진 교수는 두 자녀와 아내의 예를 들며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그의 이야기에 시종일관 "맞아"를 연발할 정도로 공감하며 강연에 몰입했다. 그는 "내가 서울대 입학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내말을 안듣고 학원 선생님 말을 듣는다"면서 "수학은 자신에게 맞는 책으로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 지나친 선행은 오히려 수학에 대한 관심만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맞는 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강 교수는 "자신이 풀기에는 조금 어렵지만 집중해서 하면 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그의 설명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적어나갔다. 일부에서는 녹음기를 이용해 녹음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식은 외울 필요 없다는데, 선행학습은 얼마나 해야 할까

수학에서 빠질수 없는 공식. 무조건 외워야 한다와 외울필요까지는 없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외우지 않고 문제를 풀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공식을 모르면 손을 댈 수 없는 문제들이 있으니 수학 공식은 달달달 외워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이들이 손을 들어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공식은 구구단처럼 몸에 배게 외워야 하는 것과 문제를 풀면서 이해하는 것으로 구분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풀면서 어떤 공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

강 교수는 "딸 아이가 초등학생일때 구구단을 외워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수학은 외우는게 아니라고 하면서 안하더라"며 "구구단은 덧셈의 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문제를 풀면서 몸에 배도록 외워야 하는 공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삼각함수에 관련된 sinA+sinB=2sin((A+B)/2) cos((A-B)/2)를 씬프씬은 투씬코라고 외우는 것은 곤란하다.

이것은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문제를 통해 이해가 필요한 공식이다"면서 공식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선행학습도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지도에 꼭 필요한 요소.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미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공통수학을 배운다. 그리고 수학의 바이블로 알려진 정석을 반복해서 보기도 한다.

강 교수는 이런식의 선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날렸다. 지나친 선행은 문제를 본적이 있는데 아는걸로 착각하게 해 원리에는 관심이 없고 답이 뭔지만 궁금해 한다는 것. 결국 제대로 알지 못해 문제를 조금만 변형시키면 당황해하고 풀지 못하게 된다.

"수학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학생은 손꼽힐 정도로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선행을 하면 수학에 대한 몰입도만 떨어지게 합니다. 보통 한학기나 두달정도의 선행이 적당합니다. 결과보다는 원리 중심으로 풀이과정을 손으로 쓰게하시고요."

학부모들은 그의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강 교수는 "어떤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이 부족한 것 같으면 지난 학기를 복습시키는데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면서 "자칫 자신감을 잃게 할 수 있다. 수학은 연계되므로 선행학습으로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학 잘 할 수 있는 비결? 원리 알고 꾸준히, 국어도 잘해야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란 주제어가 나오자 학부모들은 눈을 반짝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강석진 교수가 말하는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하루에 다섯문제 이상 꾸준히 풀기 ▲자신에게 맞는 문제로 원리와 과정 확실히 ▲문제풀이 과정 차근차근 적는 습관 갖기 ▲일주일에 한번 실전연습 ▲방학 이용해 한달쯤은 수학에 미쳐보기 등이다.

이를 받아적기 위해 학부모들의 손동작이 빨라졌다. 이미 이론으로 들어온 것도 있지만 실제 경험담을 통해 나오는 강 교수의 조언은 학부모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어 강 교수가 수학을 잘할수 있는 비결로 언급한 것은 '국어'. 수학에 무슨 국어가 필요할까라고 의심하는 학부모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황희 정승과 그 아들, 별주부전을 예로 들며 "문제를 풀기전 식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사고력이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부분이 문학영역이다"면서 "그 다음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이는 논리적 엄밀함을 요구하므로 비문학영역인 수학적 부분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좋은 부모의 조건으로 '유행에 따르지 말라'고 충고했다.

자신의 아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짰으면 소신있게 밀고 나가라는 것. 그는 "자녀와 부모 세대는 자라온 환경, 문화가 모두 다르다"면서 "전문가와 상담해 계획을 세웠으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집중해서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잔소리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고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자녀가 잘 모른다며 답안지를 보여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 교수는 "바로 답안지를 보여 주기보다는 처음에는 힌트를 주고 스스로 풀어보도록하는게 좋다"면서 "그래도 안되면 답만 알기보다는 풀이과정을 보면서 능동적으로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특목고에 갔는데 고교에 가면서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 뒤로 처지고 자신감을 잃어 걱정이다"면서 대안을 요청했다. 강 교수는 학부모의 이야기에 안타까워하며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열을 반영하듯 학부모 대부분 강연내용을 꼼꼼히 필기했다.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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