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티어 10년을 돌아보다④]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조원 단장 "내 손으로 연구 못했지만 얻은 기쁨 더 커"

지난 10년간 세계최초로 테라급 낸드플래시에 적용할 수 있는 메탈 구조의 CTF(Charge Trap Flash)기술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반기술을 미리 연구하는 등 세계의 흐름을 미리 읽어나간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단장 이조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그룹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종료사업 중 '세계 최초 40nm 32G 낸드플래시' 개발은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에서 개발한 MANOS (Metal/Al2O3/SiN/SiO2/Si) 라는 신구조 개발을 통해 가능했다. 이 연구성과는 삼성전자에 기초원천기술을 이전해 103억이라는 거금을 단 번에 받은 최고의 성과로 통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원장 김석준)에서 향후 10년간 약 17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둬들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바 있다. 2000년 7월 1일부터 2010년 3월 31일까지 9년 9개월간 총 932건의 SCI논문과 1251건의 특허출원, 14건의 기술이전이라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총 3단계 개발목표를 세워 한 단계씩 계단을 밟아 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이조원 단장은 말한다.

그는 "3년, 3년, 4년 이렇게 총 3단계를 밟자는 목표를 세워 1단계에서는 원천기술 확보하고 2단계에서는 응용 및 장비 그리고 공정기술을 확보했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실용화 기술을 완성했는데, 현재 사업단의 연구성과는 대부분 3단계에서 결과가 나왔다. 1, 2단계를 수행하는 6년간 전혀 성과가 없다며 평가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그 시절을 회고하며 "5년간 논문 하나 안 나오는 기술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보고할 때마다 다음엔 꼭 이런 기술들이 나올꺼란 말만 되풀이했다. 지금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늑대소년이 되어있었을 것"이라며 "당시엔 믿어주지 않아 힘들었지만, 3단계에서 훌륭한 결과물들이 나와 기업에 278억이라는 기술이전 금액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실수가 가져다준 성공…'실리콘 위 화합물반도체 성장 기술'

10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는 이 단장의 사업단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그는 실리콘 위 화합물반도체 성장 원천기술은 실수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실리콘 기판 위에 화합물 반도체를 증착시켜 반도체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이다.

이 원천기술은 반도체 업계에서 지난 20년간 꿈꿔온 꿈의 기술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이 '자기정렬 결함감소'라는 원천기술로 성공시켰다. 현재 반도체 시장의 주류는 실리콘 반도체이나, 발광 효율이 매우 낮고 전력소비도 많으며 낮은 전자의 속도로 인해 초고속 동작의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화합물 반도체는 구성 원소에 따라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방출해 LD, LED 등 광소자나 조명용 소자로 사용되며 실리콘에 비해 속도와 성능이 좋아 주파수에서 우수한 동작 특성을 요구하는 통신장비 부품으로 일부 사용된다. 그러나 화합물은 실리콘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이 단장은 값싼 실리콘 기판에 화합물 반도체를 성장시켜 우수한 광학특성과 초고속 동작이 가능한 반도체를 만들고자 하였으나, 실리콘과 화합물 반도체는 서로 다른 원자의 배열과 물질을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술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때문에 화합물반도체의 1단계 개발지점에서 외국과 국내 자문평가위원 등에서 코멘트가 오기 시작했다.

이 단장은 "당시 다른 사업에 더 집중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홈런을 치려면 경기장을 들어가야 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모험을 해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남들이 가는 길을 죽어라 따라가서 이만큼 우리나라가 성장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앞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를 지속해 나갔다"고 말했다.

이 단장의 말처럼 더이상 남의 등을 쫓는 것이 앞서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행한 연구는 2005~06년에 빛을 본다. 실리콘층 위에 화합물 반도체를 올리려면 여러 층을 올려야 하는데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엉뚱한 층을 올려 실수로 완벽하게 성공한 것.

이 발견으로 인해 사업단은 실리콘 기판에 다양한 화합물 반도체를 성장시킬 수 있었으며, 물질에 따라 기존 기술보다 1/100 이하의 결함 밀도를 갖는 고품질 반도체를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 직접 개발하진 못했지만, 세계를 주도하는 발빠른 움직임에 보람 느끼다

이조원 단장은 기업 출신으로 미국 IBM 왓슨연구소의 연구원을 거쳐 삼성종합기술원 신소재연구실장 재직 중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단장을 역임하게 됐다. 때문에 단장이라는 기술경영자가 된 후 좋은 연구결과를 내는 연구자들은 이 단장에게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 단장은 "기술경영자가 된 후 사업에 착수해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손으로 직접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서포팅을 하는 사람이니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경영자가 된 후, 직접 내 손으로 연구를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초기 설정된 목표 하나하나가 이룩해지는 과정에서 얻은 기쁨은 말로 할 수 없다. 특히 미래에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한 후 진행했던 사업들이 향후 다른 나라에서 핵심기술로 뽑혔을 때, 우리가 좀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며 무손상 중성빔 원자층 식각기술을 예로 들었다.

반도체가 나노스케일에 이르면 미세한 물리적·전기적 손상에도 결함이 생긴다. 때문에 기존의 프라즈마로 식각을 하면 구조의 결함을 가져와 작동에 이상이 생긴다. 이 단장은 결함없는 소자를 만들기 위해 데미지가 생기지 않도록 중성빔 식각기술을 향후 추진해야할 기술로 선정했다.

이 단장이 선정한 기술은 당시 아무도 추진한적 없는 과제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07년 세계 반도체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의 기술을 예측하는 ITRS(국제 반도체기술 로드맵)에서 향후 추진 식각기술로 중성빔 기술과 원자층 식각기술이 처음 언급됐다.

이 단장은 "이는 우리가 주도하고 개발한 기술이 세계의 선도기술이 된 유례없는 일로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은 미국의 SEMATECH과 공동으로 '중성빔 원자층 식각장비를 이용한 차세대 실리콘 나노소자 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적인 반도체 소자 학회인 IEDM 2009에서 발표했으며 '중성빔 소스 제작 및 공정기술', '중성빔 식각 및 산화막 표면처리용 소스' 관련기술 등을 국내기업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보였다.

출연연사람도 대학사람도 아닌 기업출신이던 그는 기초연구를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과 산업에게 혜택이 돌아갈지를 고려해 그들을 참여하게 만들었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을 모니터링 하던 기업들을 참여기업이던 주관기업이던 협동기관이던 어떤 형식으로라도 참여하게 만들어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았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기 때문에 연구소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을 반영시킴으로써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조원 단장은 10년간 사업을 하면서 실패작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실패라기 보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 뿐이다.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갔으면 하는 사업들이 많다"며 "사업을 시작 할때 너무나 높은 목표를 잡아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 꿈을 하나하나 이룰 수 있었던건 사업단에 관련된 모든 사람과 나에게 온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사무국 직원들 (왼쪽부터)서정권 대리, 이희자 사원, 손권중 국장, 이조원 단장, 김관호 팀장, 김주연 대리, 이상태 사원. ⓒ2010 HelloDD.com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대표적 연구성과 ⓒ2010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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