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건섭 박사 "해외 진출 성공하려면 생각까지 현지 언어로"

정부도 장기적 안목으로 지원해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아시죠? 그분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재임시 일년 중에 7개월 이상은 미국에 계셨습니다.

미국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죠. 이분은 미국생활을 오래 하셔서 미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보는 건 또 다르다고 생각한거죠.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만 만들면 되는게 아니고 진출할 국가의 문화, 소비자 성향, 시장 진출 과정 등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 공과대 화학공학과 연구교수와 35년간 세계최대 화학기업 근무경험을 토대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고 있는 현건섭 박사의 조언이다. 최근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초청을 받아 대덕특구에서 활동 중인 현건섭 박사를 만났다.

그가 대덕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한 것은 특구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고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투에 중소기업 대한 걱정과 애정이 곳곳에서 배어났다.

해외 진출 성공, 그 나라 문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접근해야

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자금이나 인력 부족으로 미국 등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제품의 품질을 인정받아도 판로를 알지 못해 실패하기 일쑤다. 심지어 악덕 업자에게 속아 상처투성이로 미국 진출의 꿈을 접는 기업인들도 더러 있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이런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건섭 박사가 자신의 전공과 달리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게 된 계기는 중소기업청의 요청으로 수출지원 자문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중소기업 중 계약서도 제대로 못읽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는 자칫 사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던 그는 2003년 한미과학자협회 회원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부싯돌이란 기업 설립에도 참여해 여러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많은 기업인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인데 국내에서 잘 팔리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제품과 똑같은 제품으로. 그러나 이는 큰 오산입니다. 우리나라 시장과 미국 시장은 여러가지로 다릅니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생각까지 영어로 할 정도로 속속들이 알아야 합니다."

현 박사는 미군 공군 기상장교로 일했다. 일상 대화나 번역 등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영어에 해박했던 그도 미국 시장에서 소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던 것.

생각까지 영어로 하며 그 벽을 넘는데는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반응이 있다고 해서 해외에서도 잘 팔릴거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 실패하기 쉽다"면서 "수출에 성공하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컬러, 디자인은 물론 미국 문화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무엇이 있는지, 법률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 여러면에서 검토하고 분석한 후 진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박사에 따르면 미국기업들은 제품을 출시하기전 여러 과정을 거친다. 소비자 모니터단을 모집해 개발한 제품을 사용해보도록 하고 개선사항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3번 거친 후에야 제품 제작에 들어가게된다. 예를 들면 비닐지퍼팩 하나도 열고 닫는게 쉬운지 어려운지 등 테스팅 후 다시 시제품을 제작한다. 시제품으로 또 테스팅 후 비로소 완제품이 시장에 나가게 된다.

그는 이처럼 미국에서는 제품 하나마다 이런 단계를 거치는데 한국은 그런 시스템 없이 바로 진출하려니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인들은 철저히 고객중심입니다. 모니터단에게 시제품을 사용하게 한 후 만족한다는 답변이 나와야만 완성품 제작에 들어갑니다. 모니터단이 디자인이나 칼라 등을 지적하면 바로 수정작업에 들어가죠.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부분 중소기업은 그런 과정 없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그는 "중소기업 제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해서는 한국에서 성공했더라도 우선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 대형매장에 제품을 넣어 소비자의 반응을 봐야 한다"면서 "그런 대형 매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일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면에서는 미국에서도 인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조달시장 진출도 문 두드려 봐라…한국 상품 신뢰 높아

"미국 시장은 여러가지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일반 시장 수출도 있지만 미국 연방정부, 미국 주정부, 캐나다 정부, UN 등 다양한 조달시장이 있습니다. 제한적인 규정과 까다로운 입찰 절차가 있지만 미국은 한국을 특별 우방국으로 대우하고 있어 유리한 편입니다. 그런 조건에도 한국기업의 미국 조달 시장 진출 실적은 미미편이고요."

현 박사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더 넓은 문이 열려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규제와 입찰절차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지만 가격면에서 한국제품은 경쟁력이 있다"면서 "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달시장에 진출하기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영문서류 이해, 법규 이해, 입찰데이터 분석능력 등이다. 영어 능력은 회화는 물론 작문에도 능통해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필요한 조건은 조달기관이나 주계약업체가 소재한 지역 가까이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조달시장 장벽을 뚫기 위해 처음에는 중진공과 조달지원 해외민간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게 더 낫다"면서 "이후 기업에서도 능력을 키워 조직적으로 끈기있게 차근차근 접촉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지원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특허도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수출은 어느날 갑자기 성공하는게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삼성같은 대기업도 사장이 직접 일년의 절반이상을 미국에 거주하면서 시장을 파악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처럼 오랜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 지원은 대부분 일년단위입니다.

이런 지원은 큰 도움이 안됩니다." 현 박사는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소기업 대부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이 일년단위로 끊어지면서 실적이 없으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는 정부 지원도 당장 실적 중심 지원이 아닌 가능성을 보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신제품 출시 후 수출을 할 경우 조심해야 할게 있다고 조언했다. 특허협력조약(PCT:Patent Cooperation Treaty)에 신청해야 한다는 것.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PCT출원을 하면 1년반동안 특허권 인정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상의 문제로 중소기업 대부분 이를 간과하면서 큰 피해를 보기도 한다.

"최소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남미 등 5개국에 출원해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중소기업 대부분 이를 잘 모릅니다. 각 국가별로 특허를 내야 하는데 비용이 국가별로 천만원 정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알고도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죠."

현 박사는 끝으로 대덕특구에는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이 많다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소기업이나 벤처에 투자자들이 좀더 미래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원해야 합니다. 2000년 벤처 붐이 일었으나 성장 기업 거의 없는것은 성급함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