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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포기해야 산다"…'출연연 뭉텅이化' 확산

[와이드 인터뷰]한욱 산업연구회 이사장의 출연연 혁신 해법

■ 출연연 '포기위원회' 가동…연구소만의 18번곡 있어야 ■ 국가 R&D목표 확립 중요…사단처럼 출연연 움직이게 해야 ■ 출연연에 생산성 요구하기 앞서 인정과 애정의 시각 필요 ■ 내 소원은 손자가 녹색기술 보고 감동하는 것 만나자마자 정부출연연구소 발전 얘기다.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출연연의 연구환경 변화를 위해 뛰고 있다. '출연연 개혁 전도사'라는 수식어를 달게 될 정도로 연구현장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출연연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뒤 매일 8시간 이상씩 64세 나이를 무색케 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 '뭉텅이'가 살 길이다…출연연만의 18번곡 부르자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2010 HelloDD.com
"4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출연연을 만들 때 묘목을 잘 세웠죠. 그런데 30년 지나다보니 잡풀도 나고 나무에 잔가지가 많이 자랐어요. 숲의 거목이 자라기 어렵게 됐죠. 이제는 잔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욱 이사장은 연구현장에 자긍심과 생기를 불어넣어 세계적인 수월성을 발휘하려면 건전한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이사장이 내세운 건전한 변화는 '출연연 뭉텅이화'다. 그가 정한 출연연 연구범위는 분명하다. 출연연은 대학에서 하는 호기심 충족 연구를 하는 집단이 아니다. 기업하고도 경쟁할 수 없는 조직이다.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이슈의 답을 내놓아야 하는 조직,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집단이 바로 출연연이어야 한다. 하지만 출연연의 현상은 좀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일부 대형 연구소를 제외하면 키가 엇비슷하다. 출연연 중 R&D 예산이 1000억~1300억원 규모의 연구원이 많은데, 한 연구소에서 수백여 가지 연구과제를 진행 중이다. 이 소규모 단위 연구규모를 2~3개 정도의 대형 중·장기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포기위원회다. 출연연만의 18번곡을 부르자는 취지다. 각 연구소 마다 핵심 연구영역을 선정해 연구가 미흡하거나 중복 연구는 과감하게 제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위원회 가동 이후 현재까지 총 33개 과제를 중단하거나 타 연구사업과 통폐합을 추진했다. 궁극적으로 한 이사장은 로봇 분야를 비롯한 물관리·나노 분야 등 특정 분야에서 국가가 필요한 연구목표를 정한 뒤 200~300억원 예산에 100명의 연구원들이 목표를 이루는 연구방식으로 가면 자동적으로 출연연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연구원에 생기가 돌 것이라고 자신한다. 한 이사장은 "출연연의 대표 연구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지식경제부에 뭉텅이 예산을 신청해 놨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인정을 하고 있는 분위기이고 각 출연연별로 선택과 포기가 잘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이러한 정책 추진의 연속성을 위해 현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를 3년에서 5년 정도는 더 늘려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 국가 목표 분명해야…출연연 혁신 비법 '打草驚蛇' "YS시절 이후 15년간 과학기술 정책을 보면 국가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연구현장에 간섭과 통제가 이뤄졌습니다. 국가의 명확한 연구개발 목표가 있고 출연연은 군의 사단처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한 이사장이 출연연에 혁신을 부르짖는 근본적 이유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섬짓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길이 없다는 판단이다. 한 이사장은 국가의 희망을 자신이 속한 과학기술계, 특히 출연연에서 찾는다. 출연연의 연구과제를 들여다 보면 개인의 이슈를 넘어 모두 글로벌 이슈가 담겨 있다. 문제는 스피드와 연구개발 역량. 연구성과를 제대로 창출하려면 국가의 확실한 목표가 전제돼야 한다. 출연연은 국가 연구개발 목표에 따라 군대의 사단처럼 전략적이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한 이사장은 역설한다. 출연연에 생산성이나 성과를 요구하기 앞서 한 이사장은 알아둬야 할 게 한가지 있다고 말한다. 다름아닌 인정과 애정이다. 한 이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계 출연연을 이야기 하면 제각기 다 한마디씩 하는데 긍정과 애정의 시각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어떤 출연연의 혁신도 솔루션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역으로 말하면 출연연을 통해 국가 목표를 이루려면 기본적으로 긍정과 애정을 깔고 보면 답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한 이사장은 손자병법의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설명했다. 국가 연구개발 목표가 확실하다고 출연연에 무조건 따르라는 일방적 방식으로는 일이 풀리지 않기 때문에 한 이사장은 타초경사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부와 사회가 출연연을 접근할 때 풀을 두드려 뱀이 놀라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방식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최고 정점의 기술은 '녹색기술'…"염치있는 과학자 되자" "제 손자와 어린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녹색기술 환경에 감동하면서 밝고 고운 심성을 갖고 자라 포옹력 있는 어른이 됐으면 하는게 저의 소원입니다." 한 이사장은 "최고 정점의 과학기술은 녹색기술"이라며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 했다. 우리의 후손이 녹색의 친환경에서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사명이자 역할이라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한 이사장은 무엇보다 과학기술자의 됨됨이를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는 학위에 만족해선 안되고, 염치있는 사람이어야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국가가 없으면 과학도 없기에 과학자는 적어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염치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결국 국가가 필요한 녹색기술을 리드하고 우리가 녹색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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