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납품 TF 초전도 도체 조달 93톤 중 58톤 제조 계약
고성능 초전도 선재 제작…전 세계 제조회사 10여개 내외
차세대 국가 과학 비즈니스 구축 중심적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단순히 선재기술만 갖고 있는 회사에서 초전도 선재라는 첨단 기술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던 게 사실이었죠. 개발 후에도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예정돼 있던 일정들이 연기되면서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달았죠."

우리나라의 떠오르는 히든챔피언 KAT(대표 한상덕) 기술진의 소회다. 세계를 밝힐 인공태양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에 초전도 선재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공급한 회사의 연구개발 사업화 뒷이야기가 애절하다.

국내 유일 나이오븀틴(Nb3Sn) 초전도 선재 제작 업체인 KAT는 지난해 3월 28톤 납품계약에 이어 최근 30톤 ITER 초전도 선재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초전도 도체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기 위한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핵융합 장치의 핵심부품인 초전도 자석을 제작하기 위한 재료. 영하 268도 부근의 극저온 환경에서 초전도 특성을 나타내는 고성능 초전도 선재로 제작된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초전도 선재를 spool 에 감은 사진. ⓒ2010 HelloDD.com

고성능 초전도 선재의 제작은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은 제조 회사들 만이 생산이 가능한 기술이다. 정밀한 제조공정과 까다로운 품질관리 및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있어 제조기술의 진입장벽이 높다.

KAT 연구진은 ITER 추가 납품계약을 이뤄내기까지 그간의 어려움에 대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무것도 없던 미개척 시장에 나홀로 툭 던져진 느낌을 갖고 직원들이 연구개발에 뛰어 들었다.

KAT는 2004년 설립부터 2008년까지 영업 손실만 봤다. 매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전적으로는 자본 잠식까지 진행이 됐었다. 모회사가 워낙 튼튼했기 때문에 지원을 해준 부분이 있긴 했지만 회사 자체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순간이었다.

그러다 일을 터뜨렸다. ITER 사업이 추진되면서 한국이 제일 먼저 샘플 테스트를 통과하게 됐다. 샘플 테스트를 기반으로 KAT가 세계 최초로 ITER에 납품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그 전까지 매출이 이뤄지지 않아 최소 연구개발 인력으로 회사를 꾸려왔다.

매출 발생 즉시 회사는 인원을 충당해 제품 생산에 나섰다.

▲초전도 선재의 단면을 50배 확대해 찍은
사진.
ⓒ2010 HelloDD.com
즐거웠던 순간은 잠시, 고단한 날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3월 초전도 선재 28톤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려운 나날들은 시작됐다. 세계 제일의 품질을 자랑했지만, 어느 쪽에서도 만족을 하진 않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검증을 거치고 나면 ITER에서도 검증을 거쳐야 했다.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납품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원자재 수입에도 만만치 않은 자본이 투입됐다.

공정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가공에 들어가면 버려지는 부분도 많다. 100톤의 원자재가 들어가면 제품으로 나오는 것은 200kg 정도. 허탈한 순간도 많았다.

KAT 한 관계자는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 매출을 총 500억에서 1000억 사이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물론 원자재 가격이나 여러 공정 절차로 인해 순 이익은 별로 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힘이 되는 건 사실이다. ITER도 잘되고 KAT도 잘됐으면 좋겠다"고 이번 추가계약 체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김기만 핵융합연 팀장 "KAT, 국가과학기술 발전의 버팀목 될 것"
 

▲김기만 팀장. ⓒ2010 HelloDD.com
"핵융합로에 맞는 초전도 선재를 개발하는 업체가 국내 한 업체밖에 없기 때문에 이익이 별로 없다. 외국에 비해서 관세도 내야 하고, 부가가치세도 있고 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데, KAT가 원가 수준에 공급을 하고 있다. KAT에 정말 감사하다."

김기만 핵융합연 ITER 사업단 토카막 기술부 초전도 기술팀장은 우선 KAT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초전도 선재 개발은 굉장히 정밀하고 복잡한 제조 공정이 특징이다. 또한 품질관리에서의 신뢰성과 검증을 받기위한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KAT는 그 까다로운 모든 절차를 통과한 세계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김 팀장은 "현재 KAT는 선재를 제작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초전도 선재도 만들고 있다"며 "별다른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차세대 국가 과학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초전도 선재는 현재 사이언스 프로젝트에만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일상생활에 상용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팔리는 것 역시 극히 드물다. MRI에도 선재가 쓰이지만 KAT가 제작하는 것과는 기술 면에서 한 단계 아래다.

그는 "핵융합로에 들어가는 초전도 선재의 경우 선재 기술 중에서도 제일 위에 있는 기술로 꼽힌다"며 "제일 위에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 그 아래의 기술들은 자동적으로 만들기 쉬어진다. KAT는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의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생각 하기에 초전도 산업은 이제 점점 일상 생활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며 "진공이라던가 초전도 등 극한 기술이 일상 가전에 적용되고, 또 그런 곳에는 초전도 선재 기술 역시 꼭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그는 "모든 점에서 현재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반을 쌓아가는 수준이다. 향후에는 실생활과 연관이 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ITER 사업을 통해 초전도 산업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고 우리나라가 초전도 산업을 확실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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