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AE 원전 건설' 우선협상자 선정…총 400억 달러 규모
'원자력 르네상스' 위해 全 원자력계 뭉친다
원자력계, 차기 시장 공략 대상 '미국' 지목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3년 전만 해도 꿈이었는데 이렇게 대규모로 빨리 수출이 성사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한국형원전 안전성 검증 연구자 백원필 원자력연 박사)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초대형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원자력계가 감동과 환희의 도가니에 빠졌다.

원자력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가 부러운 눈길을 보내면서 원자력 50년 역사의 성과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건설·운영하는 기술력은 공학기술의 총집합체라 할 만큼 과학기술이 집약된 첨단 분야여서 이번 UAE 수출 성사는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수주는 한국의 원자력 50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1959년 국내 최초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TRIGA MARK-2)를 통해 원자력 연구를 시작한지 50년 만이자, 국내 원자력 발전소 역사의 시발점인 고리 1호기 운전 후 31년만의 쾌거다.

총 4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전력을 주축으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본 도시바 등이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계는 UAE 수출을 계기로 대한민국 원자력계 전체가 뭉치는 판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컨소시엄으로 직접적으로 수출 프로젝트에 가담하는 기관들 뿐만 아니라 정부, 연구소, 학계, 산업체, 안전·규제기관 등 다양한 원자력 기관들이 다방면으로 측면 지원을 펼쳐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999년부터 APR1400 한국형 표준원전의 설계 안전 검증을 위한 중요한 실험을 도맡아 했다.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 '아틀라스(ATLAS:Advanced Thermal-hydraulic Test Loop for Accident Simulation)'를 통해 한국형 표준원전의 국제적 신뢰성을 확보했다. 당시 실험 결과 한국형 표준원전은 세계적 원자로에 뒤지지 않을만큼 여러 가지 안전 특성이 우수했다.

앞으로 미국 원전 수출을 위한 설계인증을 위해 기본적인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자력연의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은 이번 UAE 수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역시 이번 수출에서 보이지 않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한국형 표준원전이 미국에서는 인증을 못받는다'는 루머가 나돌아 UAE 수출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KINS가 관련 사안을 적극적으로 대응해 한국의 원자력 인증 신뢰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KINS는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위한 각종 인·허가 시스템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UAE 원전 수출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기자재 공급은 두산중공업이 맡게 되며, 원전 시공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55대 45의 비율로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 "이제는 미국 시장 진출"…'원전 수출 메이저' 단 번에 부상?

대한민국의 원전 수출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사실 UAE 등 중동의 원자로 시장은 미국과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작다. 원자력계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모든 관심이 미국 시장 진출에 쏠리고 있다. 미국도 곧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분위기다. 곧 원전 수출 메이저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원자력계에서 퍼지고 있다.

UAE 원전 수출 컨소시엄에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동참하고 있다. 원자력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원전 건설 30여기가 계획된 미국 시장은 현재 프랑스의 아레바(AREVA), GE, 웨스팅하우스, 일본 등이 물밑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아직 계약이 된 상황이 아니기에 얼마든지 우리나라가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프랑스 아레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주요 원전 수출국이 된다. 2032년까지 50여기의 원전을 건설할 인도는 자국이 개발 중인 중수로 외에도 외국의 대형 경수로를 적극 도입할 방침이어서 한국의 주요 원전 수출대상국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100기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중국 시장은 자체적으로 원자력 기술 자립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 시장 공략 보다는 우리나라가 협력 관계를 지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UAE 수출 파급효과?…소나타 100만대 수출과 맞먹어

이번 원전 계약 규모는 직접 건설 비용이 200억 달러(약 22조원). NF소나타 100만대 수출 가격과 맞먹는 액수다. 완공 뒤 운영, 연료봉 공급, 폐기물 시설 등 후속 부문까지 합치면 모두 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메가톤급이다. 원전 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은 11만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고급 원자력 관련 기술 인력들도 대거 UAE로 향할 전망이다.

정량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정성적 효과도 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설계부터 가동까지 '원 스톱'으로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며 국제 사회에서 국가 브랜드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UAE 수출 원전 모델 APR-1400? APR-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 모델은 1992년부터 10년간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국내 고유기술로 개발한 신형경수로다.

내진·친환경·수명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아 제3세대 원전으로 통한다. APR-1400은 발전용량은 140만kW.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대비 40% 경제성을 향상시켰다. 리히터 규모 7 강진에도 문제없는 내진성을 가졌다.

원전 수명은 60년으로 기존 원존 보다 20년 이상 많다. APR-1400은 현재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앞바다에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 적용되고 있다.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신고리 3·4호기의 연간 전력 생산량은 230억kWh로, 울산 시민들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신고리 3·4호기의 시스템 개념도. 사진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현재 국내 상용 원전 현황. ⓒ2009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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