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장학회‧‧‧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수·과·영 무료 지도
인생 멘토 역할까지‧‧‧"3개월만에 내신성적 2등급 올라"

<사진=대덕넷>
<사진=대덕넷>
대부분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주말을 만끽할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시간. KAIST문지동 캠퍼스에는 교복차림의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그냥 놀러온 학생들은 아닌 것 같고 대학 캠퍼스에 고등학생들이 이처럼 많이 온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 고교생들은 유성구내에 거주하고 있고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학생들. KAIST 언니, 오빠 교사들이 무료로 진행하는 수·영·과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주말마다 이곳 문지 캠퍼스를 찾는다. 그 학생들 중 백영현 학생은 토요일은 3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일요일은 1시부터 7시 30분까지 영어와 수학 수업에 참여한다.

"지난 8월부터 수업을 들었는데 이번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영어는 4등급에서 2등급으로, 수학은 5등급에서 3등급으로 뛰었어요.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세요. 주말까지 반납하고 자원봉사로 지도해주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저도 앞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토·일을 전혀 쉬지 못하고 공부하는데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영현 학생은 오히려 "KAIST는 대학수업과 과제로 정말 바쁘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도 전혀 힘든 내색 없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많은걸 배우게 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백영현 학생은 성적이 오르면서 앞으로 교대에 진학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은 꿈이 새로 생겼다.

청소년들에게 희망주기 위해 시작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며 학습부분 등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KAIST학생들의 미담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KAIST 학생회를 중심으로 지난 7월 발족한 '미담장학회(공동대표 문병기·장능인)'.

"어려운 여건에서도 배움의 뜻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보탬이 되고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지역간, 계층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아름다운 나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장학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미담 장학회는 KAIST에 재학중인 30여명의 학생들이 멘토가 되어 가정 형편상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영어 수업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대상 학생은 유성구청에서 추천해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의 학생들. 수업은 토요일은 오후 2시,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주말에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저도 중·고교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장학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자신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했다고 밝힌 문병기 공동대표는 "처음 구청에서 추천받고 신청했던 학생이 150여명이었는데 그중 100여명의 학생들이 주말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면서 "꾸준히 나오는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볼때면 보람이 크다"고 지난 시간을 소회했다.

미담 장학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멘토로 참여하는 KAIST 학생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공동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분분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의 중심축이 되어 장학회를 이끌고 있다.

"'형' '누나' 선생님 덕분에 더 많이 공부하니 부모님이 좋아하셔요"
 

▲장능인 공동대표는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멘토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2009 HelloDD.com
토요일 오후 4시 30분, 둔산동에 위치한 충남고등학교를 찾았다. 수능이 끝났는데도 교실 곳곳에 전등이 환하게 켜져있다. 1학년 교실도 마찬가지. 미담장학회 멘토로부터 수학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학생 선생님이라 저랑 나이차이가 얼마나지 않아 모르는걸 질문하기도 쉽고 질문하면 꼼꼼히 가르쳐줘서 좋아요. 예전에 과외나 학원수업에서는 문제풀고 답이 맞으면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은 앞에 나와 칠판에다 풀이과정을 써가며 친구들에게 설명까지 하니까 정확히 알고 갈 수 있어 좋아요."

충남고등학교 박인수 학생은 "수업이 토요일 오후(놀토에는 오전)에 진행돼 예전에는 그냥 놀기만 했는데 주말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공부 잘하는 형들이 공부비결까지 전해줘 수업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미담 장학회는 대전시 서구에 위치한 충남고등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토요일을 이용해 1학년 학생들에게 실비만으로 수학, 영어, 과학 과목을 지도하고 있다. 수강료는 일반 학원에 비해 1/10수준(?)이다. 이곳에서 나온 수익금은 KAIST에 재학중인 학생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이공계 인재육성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또 유성구청이 추천한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NGO단체로 발전시켜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 주고 싶어

미담장학회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KAIST학생들 중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학교측에서도 학생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리더십 특강으로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장순흥 부총장은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나누고 봉사할 줄 아는 마음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마일리지를 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줄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 부총장은 "이런 장학회 활동이 사교육비 절감과 우리나라의 바른 교육을 위해 대전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면서 "2010년부터는 구성동 캠퍼스에서도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능인 공동대표는 더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고 KAIST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미담 장학회의 활동을 적극 알리고 있다. 또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대전시에 NGO단체 등록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지금은 유성구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는데 학습환경이 더 열악한 동구지역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2010년에는 NGO단체로 등록하고 대전시와 연계해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장학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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