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고 기다리고 다른지역으로 이전하기도
입주기업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진행과정 공유해야

"15년전부터 재개발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번도 구체적으로 진행된 적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시기마다 설비에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진행되는 내용을 제대로 알지못해 투자를 하지도 못하고 그저 손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답답하고 속만 탄다." "재개발 필요성은 느끼지만 이전 비용, 개발 계획 등 기관과 입주기업 간 제대로 맞지 않아 번번히 좌절됐다.

이번에는 국토부 국책사업으로 선정돼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재개발 하려면 많은 기업들이 이전을 해야 하는데 이전을 위한 대체산단이 마련된것도 아니고 대전 인근에 마땅한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라 난감하다. 이전를 위한 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대전 1,2산업단지가 국토해양부 '노후산업단지 재정비사업 시범지구' 국책사업에 선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가시화 됐지만 느슨한 행정 절차로 입주기업들의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는 1,2산단 재개발이 확정된 후 지난 9월 23일 입주기업·주민간담회에서 올해 9억원의 예산을 국토부로부터 배정받아 내년 말까지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2011년 실시설계를 완료해 2012년부터 본격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앞으로 2년을 더 기다려야 본격적인 재개발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입주기업과 주민위한 재개발이어야

"기업이 이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이전을 권유해야 하는데 현재 대체부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용역회사는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진행해야 하는데 재개발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지만 지금까지 기업 의견을 듣기 위해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다.

다만 이번에는 대전시장이 직접 약속을 했으니 지켜주리라 믿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전1,2산단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금태 삼영기계 대표가 산단 재개발에 대한 정부의 진행방식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며 쓴소리를 했다. 한금태 대표는 "재개발 산업단지로 선정됐지만 이전해야 할 기업들은 대책이 없다"면서 "이전 기업으로 선정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기업 대부분 낙후돼 재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이다.

일부 기업은 다른지역에 공장을 지어 이전을 하고 있다"고 불안한 산단의 분위기를 우려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재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기업이 많이 이전할 수도록 좋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전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이전 부지만 마련해 놓고 나머지는 기업에 떠 넘기는 방식이었다.

기업들은 기계 설비, 건물 신축 등 이전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기업이 다 떠안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전1,2산단의 가장 큰 현안은 협소한 도로와 주차장과 편의시설 절대부족이다. 그나마 비좁은 도로는 자동차들이 점령해 차량 소통을 더디게 한다. 대형 트럭은 동시에 지날 수 없는 상황으로 산업 유통 물류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짐은 당연하다.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는 "대전시는 도로를 새로 만들고 주차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 대전 산단은 현재 그렇지않아도 좁은 도로를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어느 한 곳에 주차장을 만들기보다는 주차장을 분산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기계업은 공장 시설이 당연히 필요하다"며 "공해유발 업체 이전을 위한 대체공단 조성시에는 입지조건이 좋고 기업의 이전 비용도 고려해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공해유발 업체라고 해서 무조건 이전을 강요하기 보다는 공해방지시설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기업 대표는 "도로, 주차장, 편의시설 등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재개발의 신속 진행"이라면서 "투자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결정날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 진행 과정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좀 더 빠른 진행을 촉구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대전1,2산단 재개발을 위해 예전부터 이전 부지가 몇 곳 추천되고 있었으나 여건이 안좋고 이전비용 과다 소요 등으로 기업들이 거부한 상태다. 협의회가 실시한 입주기업 여론조사 결과는 이전 보상비가 맞으면 40%의 기업들이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입주기업에서 말하는 명품산단의 조건은?
 

▲도로가 비좁아 대형 트럭 운행이 쉽지 않다.  ⓒ2009 HelloDD.com

"대전산단은 녹지공간과 복지시설이 거의 없는 편이다. 이주 기업 장소나 빈 용지에 녹지를 조성하고 근로자를 위한 보육시설(탁아 유치원 등), 복지시설, 경영자 교육 시설 등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산단 인근에는 자녀 교육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근로자 대부분 멀리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산단 인근에 명문 학교 설립도 시급하다.

이런 여건이 마련돼야 좋은 인재들이 산단을 찾을 것이다." 즉 입주기업이 말하는 명품 산단의 조건은 ▲양질의 좋은 일터 ▲자녀 교육위한 여건 조성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는 "대전은 소비중심 도시로 좋은 직장이 많지 않다"면서 "공단을 새로 조성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기존 공단을 활성화하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한다.

또 입주 기업들도 전통 기업에서 아이템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동아연필 상무이사는 "개재발 산단의 모델은 쾌적한 산단을 말한다"며 "현재 우리회사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이전대상에 포함될 확률이 크다. 그런데 구체적인 이전계획도 없고 이전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에서 대체산업부지를 마련하고 공해방지 시설 설치 후 이전 하도록 해주면 좋겠다"는 기대를 살짝 내비쳤다.

한편 대전 1산단(47만 9000㎡)은 1973년에 준공돼 91개, 대전 2산단(77만 7000㎡, )은 1979년에 완공 돼 현재 95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3825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주변지역까지 포함하면 440여개 업체가 있으며 노후된 시설과 열악한 환경으로 지난 9월 3일 국토부의 국책사업 '노후산단 재생사업 시범지구' 에 선정됐다.

박성효 시장은 간담회에서 "노후 전통산업과 공해업종 위주의 산업입지를 지식기반, 정보통신 등 첨단 산업으로 재편하고 취약한 도로, 교통, 녹지 등 기반시설을 개량 확충해 열악한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쾌적한 생태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또 대전시는 1, 2산단의 명품산단화를 위해 공해업종은 대체 산업단지를 조성해 이전을 지원하고 사양산업에 대해서는 업종 변경을 유도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전 기업 및 업종 전환기업에는 신규 산업용지를 특별 분양하고 임시 조업시설, 대체부지, 창업컨설팅 설비자금을 지원하고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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