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주 '뇌'가 뜬다②]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이해법
"뇌 구조부터 공부하고 본질적인 접근 필요"

"뇌 활용에 대해 질문하는 건 정글에서 곤충이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하는 격입니다. 정글에서는 나뭇잎만 뒤적여도 곤충을 찾을 수 있듯이 뇌과학은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이용되고 있죠. 즉 뇌과학은 우리의 일상속에서 삶을 보다 적절하게 총체적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8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뇌, 생각의 출현'의 저자 박문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그가 말하는 뇌과학은 한마디로 '삶을 총체적으로 디자인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박 박사는 "간혹 효율적인 뇌활용이나 건강한 뇌를 위한 생활요법 등을 질문해 오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뇌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라고 충고한다.

◆ "뇌과학이란 삶을 이해하고 적절히 배분하는 것"
 

▲박문호 박사. ⓒ2009 HelloDD.com
박문호 박사가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시기부터. 별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에 학교에 있는 천문대를 자주 찾았고 천문학을 공부하게 됐다. 천문학 공부는 자연스럽게 작은우주라 불리는 뇌과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가 본격적으로 뇌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뇌 관련 서적을 200권 구입했다.

"책을 한번에 다 볼 수는 없지만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것부터 관심의 싹이고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자세입니다. 그리고 뇌를 알기 위해 뇌구조부터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학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책을 보았습니다."

박 박사는 주로 새벽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다. 저녁에는 9시경 잠자리에 들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보고 조깅 후 출근한다. 주말에는 휴대전화도 꺼 놓고 책 읽기에 집중한다.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 그 정도 시간과 노력은 투자해야 한다는 것.

"뇌과학은 어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삶을 적절히 배분하는 거죠. 내가 뇌를 공부하고자 했다면 다른 시간을 줄이고 뇌 관련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입니다. 밖에서 술마시고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면 그건 올바른 배분이 아니겠죠."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목표가 세워지면 목표 달성을 위해 삶의 형태를 바꾸게 된다. 삶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일상생활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박 박사는 이러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런 분위기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는 살만 한 곳이 될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적절한 배분', '적절함'이란 '참 괜찮아'와 같은 맥락이다.

"사람에게 주어진 삶의 최적성, 적절성은 일정합니다. 내부 구성요소를 어느 쪽에 어떻게 할당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내적 만족을 추구하면 조용하고 그와 관련된 삶을 살기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사회적인 활동은 축소되겠지만. 반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내적갈등이 많을겁니다. 이처럼 뇌과학은 총체적인 환경과 개인의 삶에 대해 관점이 생기는 것이지 완벽하거나 특별한 삶이 아닙니다."

박 박사는 삶을 채워가는 구성요소를 직업, 종교, 경제 등 몇 가지 큰 포지션으로 나눈다. 이들은 각자 추구하는 관점에 따라 삶의 배분도 달라지고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 삶은 또 연령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다.

40대, 60대, 80대 각 위치에서 보는 삶의 관점이 있다. 사람은 60대, 80대 적절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삶을 미리 설계하게 된다. 노화가 진행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활동력도 떨이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30대 40대에 80대까지의 삶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삶을 설계하기 위해 20대 30대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여기서 배분은 24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6개월 이상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고 배분해야겠죠. 뇌를 좀 더 많이 알면 효율적인 배분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노후 준비가 개인의 중요한 관심사다. 박문호 박사는 "뇌를 잘 알게되면 노후 준비도 효율적으로 할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노화현상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또 삶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전체적인 삶을 조심성있게 받아들이게 된다.

"나이들어 건강을 챙긴다는 건 보약을 먹는게 아닙니다.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하고 스스로 삶을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도 영양이나 다른 조건때문이 아니고 조심성이 없고 무모하기 때문입니다."

◆뇌과학, 본질적인 접근 필요

"뇌는 자동차의 엔진과 같습니다. 엔진이 고장나면 자동차가 망가지듯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는 엔진구조를 몰라도 운전이 가능하고 고장나면 정비공에게 맡길 수 있지만 뇌는 운전자와 정비공이 하나, 나 자신입니다. 삶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엔진에 해당하는 자신의 뇌에 대해 잘 알아야 운전이 가능하단 말이죠."

그는 뇌를 알아야 자신의 감정 흐름을 알 수 있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분노, 욕망, 욕심, 나쁜행동 등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된 습관때문인데 이 역시도 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다. 뇌를 알면 잘못된 습관의 원인을 알 수 있으므로 스스로 고칠 수 있게 된다.

"국립공원 지도를 봤나요? 일부분이 페인트가 다 벗겨있죠. 사람들이 반복해서 짚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 역시 나쁜 습관입니다. 전시회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뇌를 잘 알면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나쁜 습관들도 고칠 수 있게 됩니다."

뇌를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뇌의 구조부터 공부해야 한다. 단기간이 아닌 긴 시간을 두고 뇌구조부터 의대생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뇌를 알아야 이를 활용할 수 있고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간 비용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생소하고 어렵지만 그렇게 생각 할 때가 공부할 수 있는 적기다.

특히 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중에도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역시도 일상 중에서 관찰을 즐긴다.

"평소에도 뇌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많이 만납니다. 그리고 책 보고 신문보고 공부하고. 시간이 나면 맥도날드에 자주 갑니다. 그곳을 찾는 여고생들의 대화를 듣고 관찰하면 커뮤니케이션과 식욕이란 단어가 연상되는데 이처럼 관찰을 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정보들이 모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정보를 모으는 과정도 뇌공부에 도움이 된다. 공부에도 순서가 있듯이 뇌공부도 우선순위가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뇌구조 공부다. 그 단계를 넘지 못하면 뇌 연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즉 그 분야에 전문가가 돼야 한다. 박문호 박사는 뇌에 대해 쉽게 풀이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뇌의 중요성을 알고 뇌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깊이있게 공부하기 보다는 가볍게 접근하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뇌과학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단지 방법론이 아닌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자신도 그에 가까워지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대덕넷 기획취재팀(joesmy@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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