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대덕연구개발특구 출근 풍경 스케치

에너지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차량2부제'. 일명 자동차 홀짝제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차량 끝자리 번호가 홀수면 홀수날에, 짝수면 짝수날에 차량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국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도된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일명 '자전거 족' 들이 아침 시간 대에 도로 위를 달리고, 도보를 걸어 출근하는 연구원 및 직원들이 상당수다. 서울처럼 대중교통이 원활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대덕의 많은 연구원들은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최문기)는 차량홀짝제와 관련해 출퇴근 버스의 증원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4대의 버스와 중형 버스 1대의 6개 노선에 버스 2대를 28일부터 추가할 예정이다.

유아를 어린집이나 보육원에 데려다주고 출근해야하는 연구자에 대해서는 보육원을 다닌다는 확인증 제출을 통해 차량 홀짝제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 홀짝제에 대한 과학동네 사람들의 생각은?

홀짝제 시행과 동시에 운동을 시작한 연구원들이 대다수다. ETRI 한 연구원은 홀짝제 시행과 동시에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예전과는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나무와 거리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창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무려 1시간을 아침마다 걷는다. 이 박사는 "홀짝제 시행 후 한빛아파트에서 연구원까지 매일 걷고 있다"고 전했다.

이우갑 표준연 박사는 '발풀'을 한다. 차량을 함께 타고 출근을 하는 '카풀'이라는 용어를 바꿔 발을 이용해 함께 출근을 한다는 뜻인 '발풀'. 그는 "홀짝제 시행 전부터 함께 걸어다녔다"며 "걸어다니니 운동도 되고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병석 표준연 홍보팀장은 "자동차 홀짝제 때문에 연구원끼리 버스를 공동으로 이용하려고도 해봤지만 연구원들마다 출근 시간이 달라 시행되지 않았다"며 "현재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홀짝제 시행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홀짝제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A 연구원은 "연구원 입장에서는 융통성이 없는 제도라고 느끼고 있다"며 "연구원은 특성상 야근이나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량 홀짝제 때문에 남아서 연구를 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단지 거리에는 일반 버스의 운행이 거의 없어, 출퇴근에 상당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며 "시에서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버스 증차를 통해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공공교통시설이 미비한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차량 홀짝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또 다른 연구원은 "연구원 규모가 큰 경우엔 출퇴근 버스라도 운행하지만 작은 규모의 연구원의 경우 그런 시설도 없다"며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K 연구원 과학자 역시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교통이 편리해 홀짝제를 시행해도 문제가 별로 없지만, 지방의 경우엔 교통시설이 편리하지 않아 오히려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S 연구원은 "요즘 연구원내 주차장은 주차된 차들이 별로 없어 한산한 반면, 연구원 밖의 풍경은 차들로 인해 인산인해"라며 "새롭게 시행된 정책이 모든 지역을 보지 못하고 대도시 만을 위주로 진행된 듯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는 카풀아닌 발풀합니다. 표준연에서 만나 연구원, 아침이 즐겁다 ⓒ2008 HelloDD.com

▲자동차 홀짝제 시행 후 한빛아파트에서 표준연까지 1시간 정도의 거리를 걷고 있다는 이창복 연구원 ⓒ2008 HelloDD.com

▲홀짝제 시행으로 텅 비어 있는 표준연 주차장. ⓒ2008 HelloDD.com

▲자동차 대신 자전거 거치대의 자리다툼이 시작됐다 ⓒ2008 HelloDD.com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는 표준연 연구원 ⓒ2008 HelloDD.com

▲대덕테크노밸리에서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다 ⓒ2008 HelloDD.com

▲ETRI 안에 통근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2008 HelloDD.com

▲원래 같으면 꽉 들어차 있을 주차장, 한산함 마저 느껴진다 ⓒ2008 HelloDD.com

▲도보로 출근하고 있는 ETRI 직원들 ⓒ2008 HelloDD.com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자전거. "우리가 더 빠른 것 같은데?" ⓒ2008 HelloDD.com

▲나는 걷는다. 걷기 편한 복장으로 무장한 연구원 ⓒ2008 HelloDD.com

▲삼삼 오오 모여 함께 걷는 출근 시간. 못다한 이야기도 두런 두런 나눈다 ⓒ2008 HelloDD.com

▲"늦었다 늦었어" 헐레벌떡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연구원 ⓒ2008 HelloDD.com
<대덕넷 특별취재팀> bluetomato33@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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