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사이언스코리아]호주 하워드 플로리 연구소 뇌신경 연구팀 사례

연세대 의과대 김주항·윤채옥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암세포만을 선별해 죽일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해 냈다. 이 연구의 핵심은 호주 하워드 플로리 연구소(Howard Florey Institute) 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릴렉신(Relaxin)'이라는 호르몬을 활용,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를 개발해 유전자 치료를 꾀한다는 것이다. '릴렉신'은 지난 1975년 발견된 이래 세계 의학, 생명공학계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아 왔다. 임신중독 치료나 동맥경화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물질로서 활용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릴렉신의 발견 및 합성이 호주 정부의 수십년에 달하는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릴렉신을 처음 발견한 것은 호주 하워드 플로리 연구소 내 뉴로펩타이드 연구실(Neuropeptides Laboratory). 현재 바이오 화학분야 연구부서장으로 있는는 제프리 W 트리기어(Geoffrey W Tregear) 박사가 수십년간 추진해 온 핵심 연구과제다. 최초 발견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신한 기니피그(실험용 고슴도치과 포유류)의 난소에서 릴렉신을 발견한 제프리 박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거듭해 릴렉신이 난소는 물론 태반, 그리고 두뇌 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어 인공합성까지 성공했다. 호주 연구팀이 관련 기초 연구를 완성치 않았다면 연세대 김주항·윤채옥 교수의 연구성과도, 세계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릴렉신 응용연구도 모두 존재치 않았을 것이다. 지난주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된 국제 과학기자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국 공동 취재진을 만난 제프리 박사는 "단백질 분야 호르몬인 '릴렉신'을 처음 발견한 것이 1975년의 일이며, 수십년 후인 2000년이 되어서야 인간의 두뇌 속에서도 릴렉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호주 연방정부 및 주정부로부터 지속적인 연구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연구 중인 제프리 W 트리기어 박사 ⓒ2007 HelloDD.com
이 같이 과학자를 신뢰하고, 수십년간 장기적인 지원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은 국내 과학행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자와 연구기관을 신뢰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펼치는 것 만이 창의성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현 과학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하워드 플로리 연구소의 뉴로펩타이드 연구실은 지금까지도 릴렉신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릴렉신이 인간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적으로 연구해 우울증 치료, 활동성 강화 등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릴렉신은 두뇌에서 활동성, 식욕증진, 적극성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나아가 릴렉신과 반대 작용을 하는 호르몬 등을 찾아내는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성공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체중조절용 신약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릴렉신은 검버섯이나 흉터 제거 등 미용 목적으로도 응용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년의 지원이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릴렉신과 관련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관련 연구성과 역시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제프리 박사는 "앞으로도 릴렉신 연구에 주력할 생각"이라며 "한국 등 응용기술이 발달한 나라와 연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화하는 과학행정. 과학자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지속적이고 안정된 연구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호주 멜버른, 대덕넷 특별취재팀 = enhanced@hellodd.com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