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학관, 서남표 KAIST 총장 초청 '과학기술명사와의 만남' 개최

"안녕하세요? KAIST에 있는 서남표입니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어요. 우선 각자 소개부터 해줄래요?" '과학자'를 꿈꾸는 대덕중학교 학생들과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산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과학과 수학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순간 공간이동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고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KAIST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기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서남표 총장은 박수로 환영하며 아이들이 가진 꿈을 귀담아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훌쩍 떠나서 공부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영어를 배우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영작 시험 '0'점에서부터 시작했죠."서 총장은 소년시절의 이야기부터 꺼내놓았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떠나 고모 집에 머물면서 배를 운항했던 고모부의 영향을 받아 '조선'에 관심을 가졌다. "조선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공부를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그 일을 하려면 미국의 남쪽 아주 먼 곳에서 일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가장 비슷한 공부가 뭐가 있을까'를 찾기 시작했죠."

MIT에 들어가 2학년이 될 무렵, 그가 '조선'을 대신해 찾은 분야는 '기계공학'이었다. 구두 만드는 기계, 야구공을 꼬매는 기계 등을 만드는 큰 회사에 취직을 한 서 총장은 회사의 배려로 대학원 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

"MIT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차에 52년만에 한국에 직업을 갖고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렇게 KAIST 총장이 됐습니다." 서 총장이 미국으로 향했을 당시는 전쟁이 막 끝난 무렵.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의 연속이었던 시절에서 52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찾은 한국은 세계가 놀란 발전을 이룩했고, 너무나 많은 것을이 바뀌어 있었다.

"이제까지 한국이 빠른 속도로 많이 바뀌어온 만큼, 앞으로의 한국은 또 바뀔 것입니다. 이제는 '지식'에 기반을 둔 산업들이 생겨날 꺼에요." "다른 사람들이 내가 가진 모든 것들 중에서 빼앗아 갈 수 없는 한 가지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내가 가진 지식들입니다. 지식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지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한 서 총장은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혹시 질문 있으면 하세요"라고 말하며 아이들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Q : 유학 시절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세요?
A : 미국에서 살면서 단 한번도 차별을 받아 본 경험이 없어요. 오히려 특별대접을 받았죠. 회사에서 월급도 받고, 수업료도 받아가면서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동양인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에요. 자기 안의 내공을 키우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Q :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 많은 종류의 대학들이 있고 각자 가진 특성들이 있지만 MIT를 예로 들자면 그 곳의 학생들은 강의와 시험에 의해서만 점수를 받지 않아요. '연구'에 더 몰두하죠. 강의를 들을 때에도 본인이 현재 연구 중인 과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강의를 들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에 있어서 선생님과 학생이 어느 한쪽에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쌍방향의 가르침으로 서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한쪽의 가르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온전치 않죠. 학생이 선생님을 가르칠 수도 있어야 해요. 그렇게 연구는 만들어지는 거에요.

Q : 5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계신데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특허는 무엇인가요?
A : 아마도 제일 처음 가지게 된 특허일꺼에요. 플라스틱과 관련된 특허인데, 제일 처음 생각해 낸 것이 제일 가치가 있었나보네요. 내가 가진 특허들은 하나 같이 수업 시간에 배운 것으로 갖게 된 것들이 아니랍니다. 수업 시간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것들에 한번쯤 반문을 가져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다른 방향에서 생각들을 정리해보기도 했죠. 그런 과정에서 연구 과제들을 찾고, 연구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습니다.

공부하는 것, 지식을 쌓는 것, 연구하는 것들은 모두 이런 과정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꼭 명심하세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시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고, 자기 지식이 더해져 습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외우는 것은 쓸모가 없죠. 그건 내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 얘기도 '정말인가?'하고 생각하세요. 지금 내가 말하는 것들도 꼭 그렇게 들어야 합니다.

Q :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가 있으세요?
A : 너무 많죠. 과학자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세상에 처음 내놓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세상에 내놓은 것들은 '인류에 공헌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학을 공부하면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죠.

여러분들도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는데, 훌륭한 과학자는 인류의 행복과 함께하는 과학자에요. 나 혼자 좋은 결과를 내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연구들을 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아서 저는 존경하는 과학자가 많습니다.

Q : 총장님은 저희 같은 중학교 시절에 공부 잘하셨어요?
A : 저는 그렇게 잘 하지 못했습니다. 잘 했으면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영작을 '0점'부터 시작하지 않았겠죠?

중요한 것은 성적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내가 끊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있는가. 내가 가진 꿈이 무엇인가인 것 같아요. 꿈을 잃지 않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성적에 얽매일 나이가 아니라 가슴 속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큰 꿈을 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꼭 꿈을 간직하면서 사세요.
아이들과의 대화를 마친 서 총장은 "앞으로 언제든지 궁금한 사항이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메일을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께요"라며 이 날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

ⓒ2006 HelloDD.com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2006 HelloDD.com
한편, 이날 제1회 과학기술명사와의 만남이 있기전 대덕에 마련된 '과학기술명사의 방'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박성효 대전광역시장, 이상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 박인철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권오갑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한국과학재단에 미리 들러 '한국 기초 과학의 진흥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당부한 김우식 부총리는 "과학기술명사의 방은 한국 과학기술 대중화의 기초가 될 것이다"라며 "과학대중화를 위해 과학기술인과 학생 및 일반인들이 서로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과학 꿈나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명사의 방'은 국립중앙과학관 상설전시관 1층에 마련되어 있으며, 외부에서도 명사와의 만남을 지켜볼 수 있도록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기술명사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명사와의 만남이 마련되며 방학 중에는 오후 2시부터, 학기 중에는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운영될 계획이다. 오는 27일 에는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연수원장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명사와의 만남을 희망하는 사람은 과학관을 통해 전화로 예약을 하면된다. 042-601-7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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