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장의 애틋한 '성공 열정'...수염 기르면 성공한다?

벡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목적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 발사를 열흘 앞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백홍열 원장의 모습 자체가 심각해 보인다.

요즘 수염을 깍지 않는다. 수염을 기른지 벌써 30일이 지났다. 당분간 수염에 면도날을 들이대지 않을 계획이다. 적어도 아리랑 2호가 발사되는 28일까지. '우리에게 실패는 없다'는 연구현장의 발사 성공에 대한 긴장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19일 연갈색 점퍼에 수염을 깍지 않아 덥수룩한 채로 기자를 만난 백 원장은 최근 머리 속에 오로지 한가지 생각만을 떠올린단다. '반드시 아리랑 2호 발사를 성공시킨다'는 일념이다.

백 원장은 수염을 기르는 이유에 대해 "내가 아리랑 2호 발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단지 연구현장에서 발사 성공을 위해 진짜 고생하는 연구책임자 이하 모든 연구원들을 위해 분위기를 잡고 끝까지 정진하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아리랑 2호 발사 성공을 위해 모든 연구원들이 긴장하는 가운데 마지막 정신력을 발휘시키기 위한 리더의 의지 표현이다.

백 원장은 자신의 수염 기르기를 일종의 '레드 텐션'(Red Tension)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가 '항상 긴장 속에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과기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적 긴장(블루 텐션ㆍBlue Tension)'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백 원장은 '아리랑 2호 발사'라는 국가 핵심 우주개발 사업의 성공을 위해 '블루 텐션' 운동 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레드 텐션' 상태를 연구소 내에 선포한 것이다.

백 원장은 "연구소 간부들과 연구원들이 요즘 내 얼굴을 보면 긴장하던데요..."라면서 "전 직원이 단합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백 원장이 수염을 기르는 더 깊은 이유가 있다. 연구원들이 끝까지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사소한 실수를 방지시키겠다는 복안도 크지만, 백 원장은 수염에 대한 자신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다. 수염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아리랑 2호 발사 성공'을 위해 또 다시 수염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백 원장은 2년 전 무려 3개월 동안 수염을 기른 적이 있다. 아리랑 2호에 탑재될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스라엘 엘롭사와 공동개발중이었는데 기술적 결함이 해결되지 못할 때부터 특단의 각오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카메라 개발 지연으로 아리랑 2호 발사가 지연되어 당시 책임자였던 백 원장의 어깨가 날로 무거워졌지만,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수염 기르기 정신으로 결국 백 원장은 카메라 개발을 완성해 냈다.

그 이후부터 백 원장에게 '수염을 기르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념 아닌 신념이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카메라 개발 당시 이스라엘 현지에서 삭발도 하려고 시도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카메라 개발 성공 후 3개월간 기른 수염을 깍기 전 백 원장 ⓒ2006 HelloDD.com
백 원장은 수염 기르기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크리스챤 연구원 20~30명들과 함께 '아리랑 2호 발사 성공 기도회'를 벌이는가 하면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 식구들 모두가 특별 작정 기도에 들어갔다.

이제 매일 아침 러시아 현지로부터 진행상황을 보고받으며 발사 준비상황을 최종 점검중인 백 원장은 "마지막까지 연구원들이 긴장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고 싶다"면서 "성공하면 다음 우주발사체 성공 준비를 위해 오히려 차분해 질 것이고, 실패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주개발 사업은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국민적 지지 속에 일어서야 되는 국가 핵심 연구개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오는 26일 아리랑 2호 발사 총감독을 위해 러시아로 떠난다. 이번 아리랑 2호 발사에서 백 원장의 수염 기르기 정신이 효험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앞으로 9일 남았다.

▲러시아 현지로부터 일일보고를 받고 있는 백 원장  ⓒ2006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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