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마당]ETRI 소식지 4월호...명기환 시인

비가 내리는 사월 사일 오후 여섯시, 마산터미널에 내려 진해가는 길엔 벚꽃, 개나리 등이 활짝 피어 좀 피곤한 듯한 여정에 활력소가 되어 탄력이 붙는다. 눈 앞 산에 운무가 끼여 꽃과 조화를 이루며 도원경에 온 것 같다.

840m 길이의 장복터널을 넘어 서니 장복산에 진해시가 벚꽃 천지다. 군항의 도시 진해는 그 위엄스런 면모답게 제44회 군항제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었다.

진해에서 벚꽃이 제일 좋다는 여좌동 개울가를 눈여겨보며 창원 넘어가는 안민고개엔 벚꽃이 하늘을 덮는다. 진해사람들은 하얀 벚꽃처럼 마음씨도 고울 것 같다. 그 마음씨 탓일까? 진해에서 만난 사람들은 벚꽃처럼 화사하고 밝고 깨끗하여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필자를 초대해준 작전사 기무반장 김종실중령, 그와의 인연은 2002년 10월 광개토대왕함 명예함장으로 9개국 13개항을 돌며 115일간의 세계일주 항해를 힘께 하며 시작되었다.

칠레에서 노벨문학상 시인 파브로 네루다의 기념관'이스라 네루다'에서, "야! 바다가 미치게 좋다. 그냥, 참~ 참~ 좋다"라고 시인인 필자가 바다를 향해 던진 한마디를 듣고 있다가 그는 "나도 이런 곳에 살았으면 노벨문학상 탔을 거라는..."멋진 말을던졌다.

해군중령의 얘기에 뭔가 얻어맞은 것 같은 자극을 받아,"아! 그렇게 아름다운 해변 좋다가 시인데, 왜 시를 못쓰지?"라고 되물었다. 바다는 한편의 시를 건져 올릴 어부가 되게 한다.

그때 아름다운 바다와 진해의 바다. 벚꽃 속에 묻혀 상념의나래를 펴고 있는데 먼 길에 시장기가 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만 빗속에 더 어둡기 전에 군항제 최고의 명소 기지사령부의 벚꽃, 그 꽃길부터 보고자 한다.

잠수함기지를 차로 지나가는데 잠수함의 모함‘다도해’가 정박되어 있어 그 이름에 취해 셀수 없는 우리나라 섬 세계의 섬들을 기억해낸다.
 

ⓒ2006 HelloDD.com
2002년 10월 1일 목포에서 첫 번째 명예함장이 된 광명함. 그군함도 인상깊게 보고 해군사관학교에서 앵커(닻)를 뒤로하며 조국과 겨레와 바다에선무관도 스치고, 거북선도 눈으로 보고 진해의 명물 군항제의 유래가 된 로타리에 발길 머문다.

'군항제는 1952년 4월 13일, 우리나라 최초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복원해 로타리에 세우고 추모제를 거행한 것이 유래가되어 1963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진해의 대표적 관광축제' 중원로타리 시계탑아래 주무대에선 총천연색 화려한 불빛과 청사초롱 앞에서 팔도유람 각설이 공연이 한창이고, 먹거리 장터의 유혹에 밤이 깊은 줄도 모른다.

진해의 첫날밤은 화려한 벚꽃 속에 보내는데 또 무심코 던진 말이 시가 된다. "진해벚꽃은 찰벚꽃인가보죠.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다 떨어지는데 시나브로 떨어지는데 진해벚꽃은 잘 안 떨어지니까요"

4월 5일 9시 정각 운전병이 필자의 숙소로 찾아와 벚꽃처럼 화려한,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분들을 하루에 다 만날 수 있게 안내했다. 제일 먼저 찾아 간 곳은 제51대작전대장 이기식대령의 방.

115일간의 긴 항해를 끝내고 38년 직장생활 마무리지을 때쯤 광개토대왕함 함장으로 계실 때 보내준 정성스런 편지에 해군의 의리(?), 그 편지 내용을 외울 정도 였으니...

선물로 부대의 모자를 가지고 들어온 여자장교 안효주 중위. 해군사관학교 57기 생도 때 함께 광개토대왕함을 타고 항해했으니, 그 인연이란 세월은 빠르다.

4년째가 채 못되었는데 중위계급장으로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2002년 10월 8일 해군사관학교 57기생과 진해를 출발할 때 우리의 총인원은 810명.

군함은 3척 모함 천지함부터 광개토대왕함, 제주함. 생각해 보라. 제주에서 우리의 통일 염원인 백두산천지까지, 우리나라가 세계를 향해 간다. 그 이름만으로 위엄을 자랑하는 천지함, 제주함, 광야를 호령하며 누비던 광개토대왕의 기개를 상징한 광개토대왕함은 세계를 정벌(?)하러 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위를 세계로 알리러 갔음이리라.

5전단에 찾아가니 모함함장이었던 천지함의 함장 김동식대령이 제독이 되어 정겹고 구수한 입담에 추억들이 펼쳐지는데 10시에 약속한 터라 차 한잔으로 일어설 수밖에...

ⓒ2006 HelloDD.com

10시에 러시아풍의 건물 문화재인 작전사령부의 부사령관실 장승학제독 해군소장의 방에 들어서니 고마움과 반가움이 진해의 벚꽃처럼 활짝 핀다.

그때 함께 했던 헌병대장 권혁재중령과 김종실중령 배움을계승하여 넓게 베풀라는 그때 장승학 순함사 사령관과 함께 만났으니... 115일간의 항해이야기가 끝이 나겠는가?

필자는 죽을 때까지 해군의 고마움은 잊지 않고 그 은혜를 베풀고 살 계획이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이 남미의 영원한 도시 마추피추의정상 잉카제국을 해군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다녀올 수 있었겠는가?

멕시코 피라밋,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던 흑진주의 섬 타히티, 환상의 섬 모로와 겨울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러시아 3대 걸작품을 즐길 수 있었겠는가? 러시아 3대 걸작품은 첫 번째 여자, 두 번째 보드카, 세 번째 자작나무라고 한다. 생각하면 고맙고,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군대생활 40년 가까이 기무대준위로 예편한 박성욱님의 배려로 진해의 해안관광도로를 일주했다. 장복산공원에는 남자의 나신상이 세 개 있었는데 물건(?)이 꽤 괜찮은 편이다.

심장이 약한 남자들, 물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고개를 못 들고 지나고, 끼가있는 여인네들은 못 볼 것 본 듯이"으멋"하고 비명 지르고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슬쩍 훔쳐보고 못 이긴 척 또 찾아 온다나?

진해의 회센터 수치항 지나 황토돗대비를 지나 삼포항의그 아담하고 깨끗한 바다. 진해가 낳은 시인 월하 김달진생가 왼쪽으로 가면 창원, 오른쪽으로 가면 마산. 벚꽃은 천지인데 가고싶지 않은, 머물고 싶은, 진해를 억지로 떠난다.

글 _ 명기환(63) 시인(명예문학박사, 시집으로는 '목포항'과 '사랑은 여는 바람') 사진 _ 진해시청, 해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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