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설립 취지대로 일관된 정책 펴야"...개혁의 중심은 'KAIST 구성원'

<사진=KAIST 제공>

한국 과학기술계를 대상으로 한 노벨상 수상자의 쇼는 끝나게 됐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러플린 총장을 통한 '과학계의 히딩크 실험'은 일단 실패하게 된 것.

러플린 총장은 그동안 학교 개혁을 위한 노력 보다는 일방적인 의사결정 등 개인적 리더십에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개혁을 실현하는 과정에는 반대가 뒤따른다'고 하지만 대부분 교수를 비롯해 노조, 동창회,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러플린의 리더십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러플린 총장의 실패 원인을 개인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 정부 과학기술부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노벨상을 받았다'라는 이름값에 현혹돼 그를 영입한 정부는 이번 KAIST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2년 전 러플린을 영입할 당시 인물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러플린을 한국으로 데려오느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수억원대의 국민 세금이 고스란히 사용됐다.

이번 러플린 사례를 계기로 연구 현장에서는 '정부가 KAIST를 설립 취지대로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라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쇼를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목소리도 높다.

KAIST가 정말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되려면 KAIST의 본 설립 취지에 맞게 살려나가는 정책과 정체성을 우선 확립해야 된다. 총장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 보다 어떤 총장이 KAIST의 설립 취지를 잘 소화할 수 있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러플린의 일방적인 리더십으로 실패했다'고 화살을 개인으로 돌리지만 말고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와 KAIST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은 학교의 정체성과 개혁에 대해 근본적으로 뼈를 깍는 고민을 해야 한다.

러플린 총장을 물러나게 한 것에 대해 외부의 시각이 곱지 않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 스스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켜 나가야 하는 책무가 생겼다. 이제 한국 정부와 KAIST 구성원들은 방관자적 입장을 벗어나야 한다. 실패를 곱씹어보고 스스로 개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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