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별종이어야 한다. 외모가 별종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생각만큼은 별종이어야 한다. 마케터는 세상 사람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마케터에게는 적이 많다. 제 1의 적, 언론 필자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에는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소위 "평화의 댐" 사건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언론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불신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을 불신하는 이유야 수도 없이 많지만, 여기에서는 다른 부분은 접어두자. 어떻게 하면 마케터로서, 특히 온라인 마케터로서 세상읽기를 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 보자. 마케터가 별종이어야 할 필요는 바로 "정확한" 세상 읽기의 필요성 때문이다.

마케터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이다. 상사도, 경영진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시장만이 마케터의 모든 판단 및 결단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마케터는 이러한 "정확한" 세상 읽기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하루에도 몇 십 통씩 날라오는 온라인 신문의 뉴스레터, 오프라인 신문을 숙독한다.

물론 업계 사람들도 수시로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는다. 세미나에도 참석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심치 않게 시행착오를 한다. 소비자가 생각한대로 반응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마케터는 자신의 무능력을 한탄하면서 좌절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의 근본 원인은 주로 판단의 근거에 있는 경우가 많다. 직접 시장에서 수집한 자료가 아닌 2차 자료들, 또한 직접 시장을 서베이 한 결과라도 결과가 왜곡되어 있는 수많은 자료들이 마케터의 눈과 귀를 흐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IT업계에 이러한 기사 버블이 많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 이러한 버블을 여기서 문제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 마케터는 그러한 버블 잔치 속에서 정확한 시장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인터넷 자본주의 혁명'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993년 미국 정부는 '정보고속도로' 사업계획을, 타임워너는 대규모 'VOD' 사업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21세기 인류의 생활 혁명을 야심차게 시도하였다.

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꾼 건 당시 일리노이대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마크 안데르센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이용해 만든 8천행짜리 공개 프로그램 '모자이크'였다." (필자는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웬지 통쾌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언론만을 충실히 따라간 마케터는 인터넷 붐이 코앞까지 다가와서야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인터넷 붐도 미국 최대의 광고주중의 하나인 MS 와 시스코, HP나 IBM같은 회사가 만들어낸 백일몽이 아니냐는 음모론적인 해석도 있다. 결국 서버나 라우터, 소프트웨어를 팔아먹은 회사만 돈을 벌었으니 말이다.

이런 글을 읽다 보면 갑자기 인터넷 TV나 B2B, UMS, CRM, ERP, 모바일 등 당장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대서특필되었던, 그렇지만 현재에는 그 때보다 퇴색한 모습을 보이는 수 많은 단어들이 머리 속을 빙빙 돈다.

마케터는 남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대로 생각해서는 중요한 흐름을 놓치거나 결정적인 오판을 할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게 된다.

그래서 마케터는 세상을 거꾸로 읽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언론이 잡아내는 시장의 흐름이 늘 부정확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늘 정확한 건 아니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면피성 발언 ? ^^;;;), 언론은 분명 마케터에게 시장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여러 가지 통찰력까지 가져다 주는 고마운 존재일 경우가 많다.

필자도 세상과 시장에 대한 흐름은 대부분 언론을 통하여 얻는다. 활자 중독이라고 할만큼 그러한 정보에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언론에 대해서 마케터가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언론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은 수많은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약간의 버블과 함께 마케터에게 던져준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거나 또는 버블이었다 하더라도 언론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결국 책임을 지는 건 마케터이다. 그래서 마케터가 알아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제 2의 적, 회사 결국 마케터가 승부를 걸 곳은 시장뿐이다. 시장과 치열하게 부딪히는 마케터일수록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게 되고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결론일수록 리스크는 적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에 알몸으로 부딪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잘 분별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쳐도, 마케터를 가로막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상사나 경영진들의 편견, 그리고 바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각종 서베이들이 그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서베이가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것에 맞추어 진행된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서베이나 소수의 사내 의견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자의 개인적인 편견에 따라 중요한 마케팅적인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렇게까지 라도 하면 양반이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몇몇 사내 의사결정집단의 유쾌한 한담 속에서 회사의 중요한 마케팅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마케터는 이 모든 적에 맞서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여야 하지만 마케터도 샐러리맨인지라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마케터에게 요구되어지는 덕목 중에 '용기'라는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용기보다는 상사나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기르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제 3의 적, 자기 자신 이와 같은 적들을 무찌를(?)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하더라도 더 막강한 적이 가로막고 있다. 자기 자신이다. 마케터 스스로가 편견에 사로잡혀 '정확한' 세상 읽기를 할 수 없다면 자신 스스로가 최대의 적이 되는 셈이다.

특히 자기 회사나 자신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유리한 방향으로 현실을 해석하려는 유혹이 끊임없이 다가온다. 스스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한 뾰족한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다, 늘 균형 잡힌 시각을 소유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노력하는 것(다양한 의견의 자료와 사람들을 끊임없이 접하는 것, 무엇보다 직접 시장의 트렌드를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여 학습하는 것), 가끔 자신이 믿고 있는 모든 것을 한 번 부정해보기, 자존심이나 두려움 때문에 오판을 인정하지 않는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않기 등등 여러 가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三敵의 합종연횡 그리고 이러한 세 개의 적은 서로 시너지 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먼저 편견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있는 마케터가 자신의 편견을 받혀주는 언론의 보도나 2차 자료를 발견했다 치자. 그리고 그러한 편견을 상사나 경영진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의 대부분은 자사에게 유리한 내용들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위와 같은 집단 최면상태에서는 최소한의 시장검증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소한의 시장검증이란 다음과 같은 아주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이다. 

"너 같으면 쓰겠냐 (또는 사겠냐)" 즉, 마케터 스스로, 또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시장조사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최소한의 시장검증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회사나 비즈니스모델 창안자들을 많이 보아왔다.

이런 경우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개의 적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 하겠다. 오로지 된다는 확신만 있지 그걸 현실에서 검증해볼 생각조차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최대한으로 줄여도 게임이 될까 말까 한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키운 꼴이니 그 결과는 안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최소한의 검증은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기업의 생존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과정이다.

마케터의 양심 마케터에게 주어진 세 개의 적은 마케터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극복의 근간에는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추구하는 마케터의 양심, 프로페셔널리즘이 자리잡고 있다. 마케터라면 시장을 상대한다는 것은 상당히 가슴 뛰는, 스릴 있는 과정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필자는 마케터가 시장에 그 만큼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시장과 마케터의 진검 승부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마케터의 승부근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마케터는 위의 세가지 적을 극복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시장에 대한 예의요, 시장과의 승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아이뉴스24 기고문, 윤영석 coolman@unwiredkorea.com>

======================================

윤영석 Profile 윤영석 씨는 금강기획 AE로 근무하다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관심으로 인터파크 마케팅 팀으로 이직, 본격적인 온라인 마케팅 수업을 시작했고 언와이어드코리아의 무선광고 사업팀장을 역임했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