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의 현장 과학자들은 PD수첩 제작진이 취재원을 상대로 '검찰수사'를 언급하며 강압적인 취재는 "언론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이번 기회를 통해 언론과 과학계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마디로 쌍방간 잘잘못을 따지는 현 상황을 뛰어 넘어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됐다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C 연구원은 "황 교수 사건을 통해 우리 과학계도 연구윤리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언론계에서도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 취재윤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대덕의 과학자들은 같은 연구자 입장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진위 여부는 과학계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이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의 역할은 투명한 감시자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신약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 연구원은 "과학적 연구결과에 대해선 시간이 걸린다. 반복실험에 의해 결과가 생기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기술적인 연구 오류는 연구원들도 염려하고 있어 언론이 접근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연구과제 진위를 밝힌다?..."과학적 접근이 선행돼야"

"황 교수 연구의 윤리문제에 대한 진위를 놓고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이 접근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연구 근간을 흔드는 언론의 검증이 문제다." "과학계의 잘못을 무조건 덮자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선동하듯 사건을 크게 벌이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황 교수의 사건을 크게 벌이는 것은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좋지 않다." 황 교수 이슈에 대해 대덕의 과학자들이 밝힌 견해다. 이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진위 문제는 과학계가 스스로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쳐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형 경수로 연료봉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소의 S 박사는 "언론이 황 교수의 연구 자체를 의심하고 진위를 파헤치려는 행동은 문제가 있다"며 "과학계의 진실에 대한 의문은 과학계가 과학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PD수첩의 취재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의심을 품고 접근 한 것은 불신을 초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의 역할을 벗어난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구정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C 연구원은 "과학계가 이런 규모의 언론 피해를 입으면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언론이 과학계의 이슈에 대해 접근할 때 더욱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D 박사는 "전문 과학기술에서는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측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호할 부분은 보호해야 하고, 수사 한다는 차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 사건 커지면 '위험'..."현장 연구원의 심적 동요 크다"

이번 사건은 황우석 교수와 그가 속해 있는 연구팀의 문제가 아니다. 대덕R&D특구 내 현장 연구팀에게도 큰 차질을 주고 있다. 미생물 유전자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 과학자는 "이번 황 교수 문제로 인해 현장에 있는 연구원들이 심적 동요가 크다. 더 사건이 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바랬다. 또 원자력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부장급 인사는 "과학계에서 황 교수 같은 스타 과학자를 발굴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이렇게 검증이 안 된 시기에 언론이 앞장서서 '황우석 죽이기'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과학자들은 이번 황 교수 사건은 과학계와 언론사의 불신이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P 박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윤리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발판으로 삼고 우리 같은 연구원들이 차질 없이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회복을 빨리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방송사가 위협적인 발언으로 방송을 한 것은 과학계에 심각한 문제다. 과학계가 언론에게 인정받을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언론이 과학계를 불신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MBC 취재 윤리문제로 인해 황 교수의 진실이 숨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생명연의 한 과학자는 "이번 취재 윤리에 문제로 인해 황박사 연구 진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에 밀려 진실을 숨기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밝힐 것은 밝혀야 과학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이 황 교수의 연구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니 접근했을 것"이라며 "국익과 황 교수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인해 진실이 숨겨지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표준과학연구원 한 연구원은 "너무 사건이 양쪽의 감정이 커지다 보니 확대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과학계의 입중을 존중하면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덕넷 취재팀 = joesmy@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