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동 맛집 '박사 부대찌개'
다양한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부대찌개는 김치찌개·된장찌개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 직후 미군부대에서 쓰고 남은 햄을 이용하여 끓인, 60년도 채 되지 않은 음식이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입 먹으면 느껴지는 햄과 김치의 완벽한 어우러짐이 한국대표음식으로 합당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퓨전요리의 시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부대찌개. 추운 겨울날 그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 전민동에 위치한 박사 부대찌개로 향했다.

'부대찌개'라는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하고 있는 전문점인 만큼, 메뉴는 부대찌개와 부대전골 뿐이다. 여러 메뉴를 판매하지 않고 단일 메뉴를 판매한다는 것 부터가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깔끔하게 정돈된 오픈치킨형 주방.<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깔끔하게 정돈된 오픈치킨형 주방.<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부대찌개보다 부대전골의 재료가 푸짐하다는 소리에 우리 일행은 부대전골 中 짜리를 주문했다.

주방이 오픈키친형식으로 되어있어 들여다보니 아주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 놓으니 믿음이 간다. 다만, 조리모를 쓰지 않고 조리하는 모습은 자꾸 눈에 걸린다.

푸짐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부대전골.<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푸짐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부대전골.<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주문하고 거의 바로 나온 부대전골. 직접 끓여가며 먹으면 되기에 빨리 나온 듯 하다.

돼지고기, 채소, 김치, 치즈, 당면, 떡국떡, 새송이버섯, 콩, 마카로니, 여러 종류의 햄과 소시지들이 아주 푸짐하게 담겨있다. 화려하게 담겨있는 갖가지의 재료들을 보니 커져버린 기대감에 입에 침이 고인다.

다섯 종류의 찬과 보글보글 끓어가는 부대찌개.<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다섯 종류의 찬과 보글보글 끓어가는 부대찌개.<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한창 부대찌개가 끓기를 기다릴 때 쯤, 다섯 종류의 찬이 나온다.

깔끔한 맛의 김치와 깍두기, 매콤하게 볶아낸  어묵 볶음, 달달하게 조린 곤약, 마요네즈에 버무린 천사채는 안달이 난 입을  잠재우기에 아주 적당하다. 아주머니의 손맛이 좋아서인지 반찬의 맛이 깔끔하고 계속 손이 간다.

반찬으로 속을 달래다 보니 어느새 부대찌개가 맛있게 끓는다. 끓이고 보니 재료가 더욱 풍부하다. 넉넉히 들어간 햄과 소시지, 채소, 떡이 찌개라기보다 조림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풍부한 재료가 맛과 향을 더한다.<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풍부한 재료가 맛과 향을 더한다.<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기대감을 품고 그릇에 한 국자 퍼 담아 맛을 봤다.

다양한 햄과 소시지에서 은은한 훈제향이 나고, 치즈가 풍부한 맛을 더하며 매콤한 김치가 느끼하지 않도록 잡아준다. 가끔 씹히는 떡과 버섯은 씹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바닥에 가라앉은 당면은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부드럽게 씹히는 콩과 마카로니는 입안에서 살살 녹고, 큼직하게 들어간 두부는 구수함을 더한다.

이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어우러져 그들만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니, 내 입에서도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일반적으로 찌개에는 사리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부대찌개에는 어떤 사리를 넣어도 원래 제 모습이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무엇을 넣어도 맛있는 것. 이것이 부대찌개의 참 매력이다.

햄과 소시지, 채소 등을 모두 건져먹은 후 남는 아쉬움은 라면사리로 채울 수 있다. 넉넉하게 부어주시는 새 육수와 함께 맛있게 끓여 먹으면 행복감에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그럼에도 아직 배에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남았다면, 걸쭉하게 졸아든 국물을 밥에 비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재료에서 우러져나온 아주 진한 맛들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은근한 불에 천천히 끓여가며 먹어야 맛있는 부대찌개.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며 오순도순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었더니 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불러온다.

저렴한 가격에 몸과 마음 모두 따듯해지는 만족스러운 한끼를 먹고 싶다면 가까운 사람들과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박사부대찌개의 전경.<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박사부대찌개의 전경.<사진=장다교 인턴 기자>

▲ 메뉴 : 부대찌개(공기밥 포함) 7000원 / 부대전골 小 1만7000원 中 2만6000원 大 3만4000원 / 라면사리·떡사리 1000원 / 햄사리 6000원

상호 박사 부대찌개
전화번호 042-863-5964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휴무 없음
주소 대전 유성구 전민동 3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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