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동 한나 낙지마당, 매콤한 양념 속에 오동통한 낙지
기름진 속 달래고 기력회복에 으뜸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났다. 가족 친지와 함께 즐겁고 뜻깊은 명절을 보내느라 분주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피곤에 지쳐 있는 몸과 만나게 된다. 어느 광고에서 그랬던가,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다고. 제 아무리 가족 친지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피곤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명절은 언제나 행복과 피로를 동시에 안겨주는 시간이다.

명절을 보내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가을 낙지다. 가을 낙지는 최고의 보양식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소싸움에 나가거나 영양이 부족해 지친 소에게 산낙지를 먹였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낙지가 스테미너를 채워주는데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름지고 느끼한 명절 음식으로 가득한 속을 칼칼하게 달래주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데 낙지만한 재료가 없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낙지. 쫄깃한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사진=이해곤 기자>
뽀얀 속살을 드러낸 낙지. 쫄깃한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사진=이해곤 기자>

명절이 지난 쉬었던 업무를 시작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낸 뒤 일행들과 낙지를 먹으러 나섰다. 만년동 한나 낙지마당에는 지친 몸과 속을 한번에 달래줄 메뉴들로 가득하다.

낙지전문점의 기본인 낙지볶음과 낙지전골, 그리고 쉽게 보기 힘든 낙지만두를 주문했다. 가게에 들어서면서 맡았던 매콤한 향에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계란찜. 낙지가 나오기 전 입을 달래는데 안성맞춤이다. <사진=이해곤 기자>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계란찜. 낙지가 나오기 전 입을 달래는데 안성맞춤이다. <사진=이해곤 기자>

먼저 밑반찬이 하나 둘 나왔다. 콩나물과 동치미, 그리고 묵 등 깔끔한 기본 찬에 매운 입을 달래줄 샐러드와 오이냉국, 그리고 삶은 낙지까지 이미 한 상이 차려졌다. 곧이어 보글보글 끓는 계란찜까지 나오자 상이 가득찼다.

깔끔하게 나오는 밑반찬. <사진=이해곤 기자>
깔끔하게 나오는 밑반찬. <사진=이해곤 기자>

입이 심심하지 않게 전채를 즐기다보니 어느새 낙지전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얗고 오동통 살이 오른 낙지가 냄비 안에서 이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오래 삶지 않아도 되는 낙지건만 그 시간을 참기가 쉽지 않다.

예고편에 해당하는 삶은 낙지와 매운 입을 달래줄 시원한 오이냉국. <사진=이해곤 기자>
예고편에 해당하는 삶은 낙지와 매운 입을 달래줄 시원한 오이냉국. <사진=이해곤 기자>

전골이 끓는 동안 낙지볶음이 나왔다. 탱글탱글한 낙지가 매콤한 양념 사이에서 꿈틀대는 듯하다. 낙지가 굵고 실해 가위로 잘라 먹지 않으면 너무 크게 느껴질 정도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낙지. 매콤한 양념과 궁합이 일품이다. <사진=이해곤 기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낙지. 매콤한 양념과 궁합이 일품이다. <사진=이해곤 기자>

고소한 흑미밥 위에 올리기 전 먼저 낙지를 맛봤다. 깔끔하게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리 맵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기분 좋게 매콤한 향이 입안에서 맴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낙지는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한다.

대접에 밥을 붓고 양념과 낙지를  한 국자 크게 떠서 비벼 먹자 밥도둑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쫄깃한 낙지와 매콤한 양념, 그리고 고소한 밥, 이보다 더 찰떡궁합이 어디 있을까 싶다.

쉽게 보기 힘든 낙지만두. 고기와 낙지로 속기 꽉 차 있다. 낙지향이 배어나오는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사진=이해곤 기자>
쉽게 보기 힘든 낙지만두. 고기와 낙지로 속기 꽉 차 있다. 낙지향이 배어나오는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사진=이해곤 기자>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기 전에 다행히 낙지전골이 익었다. 빨간 국물 사이로 보이는 윤기가 흐르는 낙지가 탐스럽다. 조개와 미더덕이 듬뿍 들어간 국물은 바다의 향이 가득하다. 볶음처럼 맵지는 않지만 끓으면 끓을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진한 향이 느껴진다. 쑷갓의 알싸한 향과도 잘 어울린다. 이미 볶음에 비벼버린 밥을 아쉬워하며 쉴 새 없이 낙지와 국물을 번갈아 떠먹다보니 배가 점점 불러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낙지만두가 남았다. 고기와 김치 등으로 버무린 속은 종종 봤지만 낙지라니. 먼저 어떤 맛일지가 궁금해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고기만 들어있었으면 조금은 텁텁할 수 있는 만두에 낙지가 들어가면서 식감과 맛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주고 있다. 두껍지 않은 피 속에 고기와 낙지가 알차게 들어 있어 만두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다.

만년동에 위치한 한나 낙지마당. 3년전 문을 연 이곳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손님이 몰려든다. <사진=이해곤 기자>
만년동에 위치한 한나 낙지마당. 3년전 문을 연 이곳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손님이 몰려든다. <사진=이해곤 기자>

매콤한 양념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낙지의 쫄깃함, 그리고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만두까지 모두 먹어치우고 나자 어느새 명절의 피로가 싹 가신듯 하다.

여름에 풍부한 먹이를 먹고 영양분을 잔뜩 비축한 낙지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까지가 제철이다. 야들야들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에 스태미너까지 챙겨주는 낙지로 어느새 다가온 가을을 건강하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낙지로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 쉴 새 없이 오가는 손이 그 맛을 실감케 한다. <사진=이해곤 기자>
낙지로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 쉴 새 없이 오가는 손이 그 맛을 실감케 한다. <사진=이해곤 기자>

▲메뉴 : 낙지덮밥 8000원 / 낙지볶음 2만~4만원 / 낙지전골 2만8000원~4만8000원 / 해물낙지찜 2만8000원~4만8000원 / 산낙지전골·연포탕 3만9000원~7만원 / 낙지만두 6000원
 

상호 한나낙지마당
전화번호 042-489-0111
영업시간 11시~오후 10시
휴무 매주 일요일
주소 대전시 서구 만년동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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