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재료와 정성으로 만드는 음식, 우주파스타
정직함을 생명으로…직접 만드는 '로컬푸드' 자부심

궁동에 위치한 우주파스타의 내부. 테이블이 3개 정도에 불과한 매우 작은 가게다. <사진=이해곤 기자>
궁동에 위치한 우주파스타의 내부. 테이블이 3개 정도에 불과한 매우 작은 가게다. <사진=이해곤 기자>

비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하면 여러가지가 있다. 빈대떡이나 파전에 구수한 막걸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뜨끈한 짬뽕, 혹은 칼국수나 수제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비와 관련(?)된 음식들이다.

하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점심, 우리는 파스타 가게를 찾았다. 비가 오는데 왠 파스타냐고?비가 오면 생각나는 운치 있는 풍경. 빗소리를 들으며 분위기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그 감성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비오는 창밖을 보며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곳을 가까운 궁동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우주파스타다. 파스타집은 대개 이태리어나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로 상호를 짓는데 우주파스타라니. 여기엔 주인장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우주는 바로 아들의 이름. 아들의 이름을 붙이고 그만큼 남부끄럽지 않게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가게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인테리어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가게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인테리어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7년 정도 대형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그는 크기가 커질 수록 손님과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대학가에 조그맣게 가게를 열었다. 이제 1년 정도 영업을 하고 난 뒤 단골이 부쩍 늘었단다. 그가 바라던 작지만 손님과 함께 하는 가게가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 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메뉴를 보며 너무 많아 고민을 했다. 그리고 신메뉴도 몇몇 눈에 띄었다. 사실 메뉴가 많다는 것은 부정적으로도 보일 수 있다. 그만큼 음식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우주파스타는 오히려 메뉴를 계속 변경한다고 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또 그것을 손님들과 함께 이야기 한 뒤 정식 메뉴로 올리기도 한단다. 또 대중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메뉴라고 이야기가 되면 곧바로 없애기도 한다. 실제로 커틀릿의 경우, 메뉴에서 뺐다가 손님들의 요구에 의해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들이 주인장과 손님들이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 가게 였기에 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식전 빵으로 나온 포카치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케이준 치킨샐러드는 '치킨집을 따로 해도 되겠다'는 평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해곤 기자>
식전 빵으로 나온 포카치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케이준 치킨샐러드는 '치킨집을 따로 해도 되겠다'는 평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해곤 기자>

하지만 소통이 음식점의 기본은 아닐 터. 이제 배고픈 우리는 음식에 대해 파헤쳐보기로 했다.

일행이 주문한 것은 '케이준 양념을 한 닭 가슴살 치킨 샐러드', '풍기폴로 리조또', '쭈욱 새우다(스파게티)' 그리고 '골고루 삼총사(피자)'였다. 리조또의 이름이 살짝 어렵긴 했지만 나머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돼 있었다. 일행이 모두 3명에 불과했고 메뉴가 너무 많아 고민이 됐지만 우리는 '학교 앞 착한 가격'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며 이것저것 맛보며 사치를 누리기로 했다.

음식에 앞서 식전에 먹는 빵으로는 '포카치아'가 나왔다. 피자 도우에도 사용한다는 반죽을 불로 익혀 낸 빵은 말 그대로 구름처럼 빵빵했다. 중간을 포크로 찔러 바람을 빼고 갓 구운 따끈한 빵 맛을 보자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며, 고소함이 예사롭지 않다. 이 도우로 피자를 만들었다니 피자의 맛은 어떨까 내심 기대가 됐다.

곧이어 '케이준 양념을 한 닭 가슴살 치킨 샐러드'와 '골고루 삼총사'가 동시에 나왔다. 어떤 것을 먼저 맛볼까 고민하다 치킨 샐러드를 먼저 입에 가져갔다. 썰지 않고 두툼하게 나온 치킨은 바삭했고, 머스터드 향이 그윽하게 입안에 퍼졌다. 직원이 살짝 알려준 '치킨집을 따로 차려도 되겠다'는 손님들의 반응이 거짓말은 아닌듯 했다.

야채와 햄, 버섯이 들어간 피자는 담백하고 고소한 치즈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일품이었고, '쭈욱 새우다' 파스타는 큼지막한 새우가 보는이의 눈도 즐겁게 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야채와 햄, 버섯이 들어간 피자는 담백하고 고소한 치즈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일품이었고, '쭈욱 새우다' 파스타는 큼지막한 새우가 보는이의 눈도 즐겁게 했다. <사진=이해곤 기자>

'골고루 삼총사'는 햄과 야채, 그리고 버섯이 한번에 올라가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쫀득한 치즈와 바삭하고 부드러운 도우,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소스의 맛이 환상의 궁합을 이루고 있었다.

샐러드와 피자로 어느 정도 배가 차오자 걱정이 됐다. 아직 리조또와 파스타가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일행은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쭈욱 새우다'는 이름 그대로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였다. 아주 직관적인 이름에 새우를 좋아하는 일행이 주문한 메뉴였다. 달큰한 토마토 소스와 고소한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 있었고, 파스타 위를 지키고 있던 큼직한 새우가 우리의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했다.

마지막 메뉴였던 '퐁기폴로 리조또'는 버섯과 닭가슴살이 들어간 크림소스 리조또다. 사실 이 곳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바로 '까르보나라'.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우주파스타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매일 식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또 소스를 직접 끓여낸다는 자부심이 만든 결과다.

퐁기폴로 리조또는 음식이 나오자 점원이 직접 '그라나빠다노' 치즈를 갈아서 올려주었다. 우주파스타는 크림소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퐁기폴로 리조또는 음식이 나오자 점원이 직접 '그라나빠다노' 치즈를 갈아서 올려주었다. 우주파스타는 크림소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크림소스는 우유와 생크림으로 만드는 것이 정석. 하지만 휘핑크림이나 기타 유사 분말, 재료를 이용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녹록치 않은 학교 주변이라면 더욱 간과할 수 없는 부분. 그렇지만 우주파스타는 꼭 우유와 생크림만을 고집하며 크림소스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크림소스를 사용하는 메뉴들이 조금 비싸다고 한다.

'퐁기폴로 리조또'는 음식이 나오자 직원이 다가와 하얀 치즈를 바로 갈아서 뿌려주었다. '그라나빠다노'라는 치즈인데 눈처럼 하얗게 리조또 위를 내려 앉은 치즈는 고소함이 살아있었다. 직접 끓여낸 크림소스가 들어간 리조또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졌다. 독특하게 팽이버섯이 들어가 있어 부드러움 속에 아삭한 식감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다.

가게에 처음 들어서며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따뜻한 감성의 인테리어와 몇 안되는 테이블 등을 보며 '비오는 날 분위기와 참 잘 맞다'고 입을 모았던 일행은 4~5인분의 음식을 남김 없이 먹어치운 뒤 '역시 감성이 입맛을 북돋우게 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물론 먹는 동안 감성을 느낄 새는 없었지만 말이다.

주인의 아들 이름을 딴 가게 이름. 정직한 음식을 만들겠다는 주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주인의 아들 이름을 딴 가게 이름. 정직한 음식을 만들겠다는 주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이해곤 기자>

▲메뉴 : 샐러드 6500~7500원 / 스파게티 7900~11900원 / 리조또 7900~11900원 / 피자 13900~15900 / 세트메뉴 19800~21900원(샐러드+파스타+피자)
 

상호 우주파스타
전화번호 070-4410-0855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예약에 따라 시간 조절 가능)
휴무 연중무휴(명절 제외)
주소 대전시 유성구 궁동 404-6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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