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할매낙지볶음, 원산골집, 천안원조닭똥집, 선산곱창 등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오는 여름이 다가왔다. 이열치열 매운 음식으로 여름을 맛있게 날 수 있도록 4곳의 식당을 소개한다.

◆ 맛있게 맵다!…용문동 '충무할매낙지볶음'

ⓒ2011 HelloDD.com
으레 사람들은 보양식이라 하면 삼계탕이나 보신탕, 장어를 떠올리기 쉽다. 이 보양식들에 하나 더 보탠다면 '낙지'를 꼽을 수 있다.

27년간 한자리에서 낙지만을 전문으로 하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충무할매낙지볶음(대표 전순옥)'이 그 집이다. 용문역 6번 출구로 나와 보이는 빨간 간판 집이다.

허름한 식당 안. 인테리어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시골 읍내 골목길서 흔히 볼 수 있는 있는 식당이다. 빨간색 간판에 이끌려 가게 안을 들어가자 4인용 테이블, 4~5개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테이블에는 먼저 온 손님들로 인해 남는 자리가 없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원하시는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가게 점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안쪽으로 자리를 권했다. 주방의 옆길로 들어서자 족히 70여석 정도 돼 보이는 좌석이 보였다. 기자 일행은 방 안쪽에 자리잡았다.

메뉴판은 낙지전문점답게 온통 낙지에 관한 메뉴뿐이었다. 낙지만을 전문으로 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만큼 모든 메뉴가 맛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메뉴 중 이름이 특이한 산낙곱전골(산낙지곱창전골)을 주문했다. 너무 매울것 같아 주인에게 '조금 덜맵게 해주세요'라고 당부까지했다.

잠시 후 널찍한 냄비에 무언가 수북이 담긴 산낙곱전골이 나왔다. 한가득 담겨진 야채와 곱창, 양, 빨간 양념에 엄청난 크기의 산낙지가 큼지막하게 잘린 몸을 연신 꼼지락대며 제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불을 올리자 꼼지락 대던 낙지들은 계속 냄비를 탈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골은 '보글보글' 소리와 구수한 냄새를 내뿜으며 발갛게 익어갔다. 냄새와 소리를 참지 못해 국물을 먼저 한 숟가락 떴다. '맛있게 맵다'라는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인듯하다. 소곱창에 양까지 함께 있어서인지 국물이 구수했다.

낙지의 먹물을 좋아한다면 전골이 자글자글하게 끓을때 머리를 잘라 먹물을 터트리면 먹물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시커먼 먹물이 전골의 국물과 잘 어우러져 이 또한 별미 중 별미.

잘 익은 낙지를 가위로 자른 후 실한 다리 한 점을 국물과 함께 입으로 가져갔다. 짭쪼름하면서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매콤한 맛과 잘 어우러졌다. 몇 숟가락 떠먹다보니 혀가 얼얼할 정도였다.

혀가 마비될때쯤 먹어야할 밑반찬이 있다. 하얀 백김치와 시원한 오이미역냉국이 그 것. 낙지와 야채, 국물을 먹은 뒤 백김치 한 조각이나 오이미역냉국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입안의 얼얼함을 어느정도 삭힐 수 있다.

매콤함으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이 집의 음식은 '중독성'이 강하다. 맛있게 맵기 때문에 냄비와 입을 오가는 젓가락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 집의 낙지는 목포에서 직접 가져온다. 하루에 판매할 양만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오전 10시와 정오, 오후 3시에 낙지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신선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냄비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 볶음밥을 주문했다. 먹물로 인해 까맣게 변해버린 전골 육수에 각종 야채에 참기름, 흑미밥, 김 가루를 넣어 슥슥 비비면 먹물볶음밥이 만들어진다. 이 또한 매력적인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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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매운맛+두부의 하얀 부드러움…'환상의 매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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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이 맛있으니까요!"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 어째서 이리 장사가 잘 되냐고 묻는데 이런 평범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대,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정말 맛있는 양념을 맛보게 될 테니까.

유성4거리 CJ 건물 뒷골목에 위치한 '원산골집'의 주력 메뉴는 두부두루치기. 이곳을 소개한 지인은 '매콤하지만 너무 맵지 않은 맛을 찾는다'는 까다로운 주문 덕에 어렵게 알아낸 집이라 귀띔한다.

'산골집'이라는 식당에서 두부두루치기 등을 만들다 3년 전 독립했다는 사장님은 "원조 산골집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원산골집'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양념 하나는 끝내주게 맛있는 두루치기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대전의 향토 먹거리로 유명하다는 '두부두루치기'는 돼지고기두루치기와 달리 비교적 값이 싼 두부를 매운 양념으로 데친 음식.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면서 급격히 성장한 대전은 자원은 빈약하고 오가는 사람이 많았던 탓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가락국수와 두부두루치기가 유명해졌다는 후문이다.

'맛있는' 양념에 두부·오징어·대파·양파·무·당근 등의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칼칼하게 끓어낸 두부두루치기. 고춧가루를 위시한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지진 것이 매콤하면서도 담백하다. 매운 맛은 눈물이 찔끔 날 정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두부에 자꾸 젓가락이 간다. 소주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겠다.

매콤 담백한 양념은 '간장게장 저리가라'는 밥도둑으로 유명하다. 두부두루치기와 함께 주문한 칼국수 면이나 공기밥을 양념에 넣고 비벼먹으면 그대로 끼니를 대신할 수도 있다. 1만원짜리 두부두루치기 하나면 3명이 배불리 먹고 남을 정도.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이나 학생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빨간 매운맛에 두부의 하얀 부드러움, 환상입니다. 직장 생활 하다보면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만들어낸 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적당히 매운 맛은 직장 등 각종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에도 제격이다. 매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질 때 몸 속 세포들마저 즐겁게 반응한다. '그래~ 이 맛이야'라고. 맛있는 음식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몸이 있으니 또 한번 신나게 살아보자고.

두루치기의 사전적 의미에는 '돼지고기나 오징어 같은 것을 데쳐서 양념을 한 음식' 외에도 '한 가지 물건을 이리저리 둘러쓰는 일, 여러 가지 일에 모두 능통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눈 번쩍 띄이는 '두부두루치기' 맛보고 여러가지 일에 모두 능통한 '두루치기'가 되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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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원조닭똥집, "매워도 배불러도 손이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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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육류 중의 하나가 바로 닭고기.
밤에 출출하면 치킨집 전화번호를 찾고, 교외를 나서면 닭볶음탕을 왕왕 찾곤 한다.

그 뿐인가. 여름에는 삼계탕을 먹고, 저녁에 좋은 친구들과 만나면 닭발·닭모래집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계란 프라이에 삶은 달걀까지,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닭고기의 숨은 맛이 있다.
닭고기의 진미는 바로 닭내장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 내로라하는 미식가들은 닭내장을 내장 중의 내장으로 꼽는다.

대전시 동구 가양동에 있는 '천안원조닭똥집'에 들어가 '닭내장탕'을 먹게 되면, '이제야 닭의 모든 맛을 봤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처음에는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닭내장탕에 앞서 식탁에 놓인 반찬이 당근에 김치, 동치미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익은 닭 내장 하나를 입에 넣게 되면, 처음의 실망감은 '음식 맛에 이정도로 자신이 있구나'라는 이해로 바뀌게 된다.

어서 끓고 있는 냄비에서 닭내장을 집어 입 안에 넣어보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닭의 맛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곱창의 쫄깃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임자 만났다. 혀를 아프게만 하는 자극적인 매운 맛이 아니라, 속을 풀어주는 뜨겁고 얼큰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리고 든든하게 먹어야 먹은 것 같다는 사람들도 역시 '천안원조닭똥집'의 닭내장탕을 먹어봐야 한다.

입 안에서 적당하게 씹히고 탄력 있게 끊기는 '치감'(齒感)이 실로 기막히다.

닭내장탕에 쓰이는 닭내장은 모래집과 연결된 대장 부위이다. 한 마리의 닭에서 하나의 대장만을 얻을 수 있다. 탕에 들어가는 대장은 모래집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조리해 쫄깃한 내장의 맛과 씁쓸한 모래집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내장탕에 들어있는 염통은 텁텁한 맛을 낸다. 닭내장들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얼큰한 육수의 맛이 내장들에 잘 배어 있어서, 탕에 들어있는 어떤 것을 먹든 입이 즐겁다. 육수에 흥건히 몸을 담근 쑥갓, 깻잎을 닭내장과 함께 입에 넣으면 육수의 향긋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이 정도 되면 정수리에서부터 땀이 나오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 젓가락, 한 수저를 더 뜨면 또다시 입 안이 얼얼해지고, 땀이 흐를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가 없다. 입 안의 얼얼함과 흐르는 땀 정도는 내장탕의 기분 좋은 맛으로 견딜 수 있다.

정 견디기 힘들 때는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을 후루룩 들이키면 된다. 달달하고 시원한 국물이 입 안을 어느 정도 진정시켜 준다. 하지만 어설프게 입안을 진정시킬 바에야 내장탕을 계속 먹으며 '이열치열' 화끈한 맛을 즐기는 것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아니면 간이 잘밴 감자를 드시라. 포근포근 씹히는 맛과 달착지근함이 격앙된 맛을 수그러뜨린다.

최종적으로 얼얼한 입과 몸을 제자리로 돌려보내 주는 것은, 내장탕의 남은 국물에 볶아 먹는 밥이다.
김치와 김 등 간단한 재료로만 볶은 밥은 고소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운다.

땀을 양껏 흘리며 식사를 마칠 때쯤에는 몸이 한결 가뿐해짐을 느낄 수 있다.

'천안원조닭똥집'의 이종일 사장은 "닭내장탕은 양계장이 많던 천안에서 나온 음식"이라며 "비법 소스를 개발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이 친구들과 와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면 그것이 나의 기쁨"이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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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쫄깃한 '돼지양념곱창'…밥도둑&술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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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고기 맛을 아는 사람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에 한 표를 던진다. 곱창도 마찬가지다. 돼지 곱창은 소 곱창에 비해 손질이 까다롭지만 독특한 풍미로 오랫동안 좋은 술 벗이 돼 왔다.

서구 월평동 패션월드 옆에 위치한 '선산곱창'은 양념돼지곱창 하나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인근지역은 물론 타지에서까지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다.

"2인분이요!" 이 집에 '양념곱창' 외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처음 찾는 손님들은 먹음직스러운 포기김치가 냄비를 뒤덮고 있어 당황하기 일쑤다. 곱창전골에 큼직한 김치를 통째로 넣어 끓인 뒤,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를 한 번 더 부어 졸여 먹는 것이 정석이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주인장이 능숙한 솜씨로 김치를 잘라준다. 김치와 야채를 집어먹다보면 육수와 곱창이 어우러져 걸쭉한 찌개처럼 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젓가락을 들 때다. 본디 돼지 곱창은 질기고 비린내가 나지만, 두 번 육수를 부어 졸이는 과정에서 냄새는 사라지고, 먹기 좋게 부드러워진다.

정성스레 손질한 곱창은 기름기가 하나도 없고 담백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얼큰하게 우러난 국물에 소주 한 잔, 쫄깃한 곱창과 김치에 또 한잔. '술도둑'이 여기 있다.

"맛있죠? 저희 집 양념곱창은 곱창의 씹는 맛에 얼큰한 찌개까지 맛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사장인 이금자(40) 씨만의 독특한 조리법이 이 가게의 인기비결.

한잔 두잔 술잔을 나누다보면 곱창보다 얼큰한 국물이 먼저 떨어질 정도다. 인심 좋은 사장님께 말 한마디만 건네면 육수는 언제든지 '대령'이다.

곱창을 다 먹고 나면 선산곱창의 또 다른 별미, '비빔밥'과 '볶음밥'이 기다리고 있다. 감칠맛 나게 졸아든 국물에 김, 통깨, 참기름을 넣어 쓱쓱 비벼먹으면 이게 또 별미다.

볶음밥은 얼큰한 국물을 덜어먹고 비교적 담백하게 볶아내 맛깔 나는 생김치를 얹어먹는다. 이렇게 한 공기, 저렇게 한 공기 먹다보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다.

이렇게 든든하게 먹어도 양념곱창 1인분에 5천원, 공기밥·비빔밥·볶음밥이 1천원으로 저렴하다.

이금자 사장은 "저녁시간에는 예약필수"라며 "술도둑·밥도둑 때문에 차는 두고 오는게 상책"이라고 신신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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