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거 좋아해? 그럼 와봐!… 중구 선화동실비식당

무섭도록 매운 김치와 진한 국물의 소머리국밥

"왜 이렇게 매운 김치를 내놓으세요?"
"한 여름에도 손님 열에 아홉이 매운 것을 찾는데 어쩌겠어."

대전 중구 선화동에는 매운 맛으로 유명한 소머리국밥집이 있다. 대전의 택시기사들이나 매운 맛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게 이상한 곳이 바로 '선화동실비식당'이다.

"우리 집에는 하룻밤 자고 나온 김치가 없어."

실비식당의 매운 맛은 사장님이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담그는 김치에서 나온다. 겉절이가 아니라 담가 놓은 김치에 매운 양념을 다시 해 내놓는 것. 이것이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매운 김치가 끊이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비결이다.

'실비'(實費)는 '이익이나 수당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드는 비용'이란 용어에서 나온 말로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고 팔겠다는 뜻이란다. 20, 30년 전에는 '선술집'이나 '실비집'이라는 이름을 단 싸구려 술집이 많았다는 것이 옆 테이블에 앉은 노신사의 설명이다.

24년 전에 문을 연 선화동실비식당의 메뉴는 소머리국밥과 수육, 단 두 가지다. 반찬은 무섭도록 매운 김치와 1.5L 플라스틱 병에 담겨 나오는 물이 전부다. 그래도 맛있다. 다만 매운 것을 싫어하거나 위가 좋지 않은 분들에게는 참으시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다.

소머리국밥을 시켜놓고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서걱서걱'하는 분주한 가위질 소리가 들린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자기 앞에 놓인 김치를 가위로 잘게 자르기에 바쁘다. 거의 김치를 다지는 수준이다. 실비식당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왜 그런지는 김치를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입 안의 매운 맛은 강하지 않지만 두세 번 김치를 먹다보면 정수리에서부터 땀이 흐른다. 속도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입이 아니라 뱃속과 흐르는 땀으로 알 수 있는 매운 맛이다. 그렇기 때문에 맵지만 맛있고, 입 안의 부담이 적어 계속 먹고 싶게 만든다.

이 몸서리치게 매운 김치와 절묘한 궁합을 이루는 것이 소머리국밥이다. 국물이 진하고 부드럽다. 빨간 양념이 들어간 남성적인 국밥이 아니라 맛이 강하지 않지만 깊은 국물 맛을 내는 여성적인 국밥이다. 국밥 안에 들어있는 소고기의 부드러운 육질도 그만이다. 비록 김치의 인기에 밀려 크게 주목 받지는 못하지만 '주 메뉴'로서 손색없는 맛이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잘게 썬 김치를 국밥에 넣어먹으면 간이 적당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김치를 조금씩 밥에 얹어 먹으면 국밥과 매운 김치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혹시나 매운 것을 먹지 못한다면 국밥에 소금간만해서 먹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문에 소고기 먹기가 두렵다는 분들이 많다. 실비식당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허름한 내부와 어울리지 않게 식당 한쪽 벽에 국산 재료라는 확인증을 모아놓은 말끔한 액자가 걸려있다. 확인증에는 소고기 작업장 및 배추, 마늘, 고추 등 공급처의 사업자등록번호가 적혀있어 안심할 수 있다.

"매운 맛의 비결? 좋은 젓갈 쓰고, 좋은 국산 재료 쓰는 거지 뭐. 청양고추를 씨 빼서 넣으면 매워."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선화동실비식당'에 가보라.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게 썬 김치를 밥에 비벼서 먹는다고 한다. 실비식당의 매운 김치를 먹어본 사람으로서 얘기만 들어도 속이 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