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생명과학분야 커뮤니티로 발전···생물학 네티즌과 적극 소통
이강수 실장 "연구자에 필요한 고급정보 계속 담을 것"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BRIC 운영진. "벌써 20년 됐어요"<사진=강민구 기자>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BRIC 운영진. "벌써 20년 됐어요"<사진=강민구 기자>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20년간 성과요? 살아남은 게 기적입니다. 연구자들의 처우, 인권문제, 연구 부정 등에 대해 듣다 보면 돕고 싶은 것이 많은데요, BRIC은 앞으로도 현장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많이 유통하고 싶습니다."

한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 대학원 진로부터 연구실 생활, 취업, 과학정책 등 가지각색 주제로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생물공학도와 연구자들의 다양한 고충과 고민의 흔적이 글마다 묻어 나온다. 작성자와 답변자는 익명의 공간에서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한다.

국내 최대 생명공학 분야 연구정보 제공 커뮤니티 BRIC(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포항공대 생물학전문연구정보센터·센터장 김상욱)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BRIC(www.ibric.org)은 생물학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해 정보를 생산하는 이용자 기반 커뮤니티 사이트다. 정보의 80%를 이용자가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 20%만 BRIC 실무진이 유통한다. 연구주제 생산, 연구 정보 제공, 실험 분석, 연구윤리 등 60여개 메뉴에서 교류되는 정보들이 매일같이 활기차다.

BRIC 운영진은 사실상 주체가 아니다. BRIC의 5만여 독자가 사이트의 주인들이다. BRIC 독자는 단순 수동적 정보 습득자가 아니라 적극적 참여자가 많다. 직접 사이트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독자들끼리 소통한다. 

김상욱 BRIC 센터장(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을 비롯한 10명의 운영진 존재는 있는듯 없는듯 하다. BRIC 사이트 자체가 알아서 잘 돌아간다. 다만 BRIC 운영진은 어떻게 하면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까 토론하며, 새로운 소통의 장을 펼친다.

현재 BRIC의 총 회원은 5만3000여명. 국내 과학기술계 커뮤니티 사이트 중에서 열독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루 방문자 수 3만5000여명, 일일 DB 구축량 334건, 뉴스레터 발송 건수는 4만5000여명에 달한다. 논문 교신저자, 1저자 중심으로 14년이 넘게 수집한 우수연구자 DB만해도 수천명에 달한다.

김상욱 BRIC 센터장.<사진=강민구 기자>
김상욱 BRIC 센터장.<사진=강민구 기자>
특히 BRIC에서 운영하고 있는 '소리마당' 게시판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사진 중복게재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곳이며, 광우병 파동 당시 미국산 소고기 유해성 논란 등 이슈화되는 사건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펼쳐져 과학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BRIC은 ​생명과학분야 세계적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해외 주요 학술지에 실린 한국 과학자들을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추천 논문 코너로 소개하고 있다. 단순 추천 소개가 아니다. 논문 검토자 1000여 명의 추천을 받은 우수 논문을 알린다. 

지난 20년간 국내외 우수한 신진연구자들을 소개해 왔는데, 초창기 신진교수들은 중견급으로 성장했다.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등 생명공학계에서 내로라하는 우수 연구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BRIC의 정보자원은 과학기술계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연구재단 등 과학계 내부에서 과제평가, 교수 임용, 시상 등을 수행할 때 BRIC의 데이터를 고급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리쿠르팅, 연사초청 관련 의뢰도 적지 않다. 심사 인력풀을 제공하고, 면접시 활용하기도 한다. 해외 연구자 정보도 알짜다. 과학계 의견수렴을 위해 BRIC 회원들에게 묻는 설문조사 프로젝트도 종종 가동된다.

김상욱 센터장은 "생물학 연구정보 교류 활성화와 더 나은 연구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이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바이오인포매틱스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섭렵하며 사이트 활성화를 위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독자들과 호흡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BRIC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자료=BRIC 제공>
BRIC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자료=BRIC 제공>
◆ 빠듯한 운영에도 꾸준히 성장···"연구자에 고급정보 제공 최우선"

"국가 예산 받는다는 것 자체가 고맙지만 우리 스스로 다잡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민간화 이야기도 나오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BRIC의 공익적 특성을 생각하면 기초과학에 정부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보 인프라 부분에 대한 작던 크든 투자가 필요합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만큼 사실 BRIC 운영이 그리 순탄치 많은 않다. 언제나 그렇듯 빠듯한 예산으로 한해 한해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자들에게 생명공학 분야의 고급정보를 더욱 많이 제공하고 싶지만, 늘 예산이 문제다. 어려운 환경과 조건이지만 BRIC 운영진은 연구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되도록 많이 수집하고 제공하려는 마음만은 한가득이다.

정부 지원을 일부 받지만 자체 수익모델을 부단히 고민하며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 나가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을 위한 공익을 추구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좋은 연구보고서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연구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10명의 운영진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2006년은 BRIC이 출범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었던 시기다. 당시 인건비를 제외하면 연간 가용예산이 8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메인서버까지 위태해지면서 서버교체도 필요했다. 서버 운영비, 출장료, 기계교체 등을 하기 위해서는 억 단위의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 위기가 분명했다.

어려울수록 BRIC 운영진은 똘똘 뭉쳤다. 서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미국에 있는 서버 관련 기업을 찾아가 후원 요청을 통해 서버 후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여러 고비를 겪었지만, 그렇게 20년간의 세월을 잘 버텨냈다. 평균 10년 이상, 최대 20년간 함께한 직원들은 이제는 눈빛만 봐도 서로 잘안다. BRIC 운영진은 생물학 분야 뿐만 아니라 정보서비스 분야에서 최고임을 자부한다. 예산이 없어서 속상한 게 아니라 이제는 서비스 질이 문제가 있을 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강수 BRIC 실장.<사진=대덕넷>
이강수 BRIC 실장.<사진=대덕넷>
BRIC의 운영을 돕기 위해 오히려 독자들이 발벗고 나선다. 독자들 스스로 애정을 갖고 도움을 자처한다. 운영을 걱정하며 응원하는 메일 뿐만 아니라 수익모델에 대해 조언하는 반응도 심심찮게 전달된다.

기업에서도 선뜻 후원하는 곳이 적지 않다. 지나친 후원금은 오히려 사양한다. 모든 게 과하면 무리가 생기듯, 공익을 우선하면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강수 실장은 "센터장의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직원들의 헝그리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직원들과 십수년을 함께 하면서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했으며, 이제는 웨비나(Webinar)와 같이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믿고 맏길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독자 참여? 노력하기 나름"···피드백 통해 적극적 소통

"BRIC 정보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면서 일부 코너를 폐쇄하려고 하면 항의 연락이 바로 옵니다. 자생적인 커뮤니티라서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보다 더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정보 홍수 시대에 살면서 점차 스마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BRIC의 운영철학은 연구자들과의 쌍방소통과 지속적인 피드백, 장기적 차원의 접근이 우선이다.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운영진의 노력과 고민이 사이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실험 Q&A 코너의 경우, 답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메일로 감사 인사를 직접 보내면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독자 설문조사도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 반드시 수반된다. 참여율을 떠나 결과분석 보고서가 수백장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전부 취합해 공개한다. 

특히 연구자의 정보생산 참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매년 30~60편의 산업동향리포트 생산은 처음에는 호응이 적었다. 하지만 꾸준한 활성화 노력 끝에 독자들이 정말 보고 싶어하는 주제를 선별하고 참여자를 모집해 현재는 가장 열독률이 높은 정보가 됐다.

BRIC은 코너 하나를 신설하더라도 적어도 1년 이상 운영할 생각으로 시작한다. 생물 종 카테고리 같은 경우 3년만에 활성화가 됐다. 그만큼 호흡을 길게 한다. 꾸준하게 계속 관리하고 운영하고 업데이트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연구자들도 괜찮은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된다.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 단계에서는 반드시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이 BRIC의 소신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 확산도 힘쓰고 있다. 보통은 1000건에서 2000건의 조회수에서 내용이 공유되면 만 단위로 급증한다. 과학자가 관심있어 하면 확산이 금새 된다. 좋은 정보 생산도 중요하지만 유통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우수 회원에게는 BRIC 티셔츠를 제작해 감사인사를 표하기도 한다. 간단한 선물이지만 반응이 꽤나 따뜻하다.  

이 실장은 ​"인터넷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BRIC만의 철학을 갖고 있어 생존할 수 있었다"라면서 "앞으로도 연구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자들이 스스럼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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