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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밖 호기심 시선…구성원들은 아팠다

[서남표 총장 6년 빛과 그림자②]공도 있지만 상처 큰 개혁정책
영어강의·테뉴어·등록금제 등 도입…반발 직면 상당부분 중도 수정
지나친 경쟁 위주 정책·구성원 '마음' 얻는데 실패…명암 엇갈려

지나라 기자2012.07.06 00:00:00
nara@hellodd.com

한국을 대표하는 이공계 대학이자 국내 과학기술의 요람, KAIST가 흔들리고 있다. 서남표 총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갈등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들은 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총장은 교수들을 고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서 총장은 오는 13일로 연임 2년을 맞는다. 4년 연임에 성공하고 절반의 임기를 채운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KAIST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폭로전과 고발, 사퇴요구와 흠집내기를 반복하고 있는 KAIST는 어디로 갈 것인가? 서 총장 임기 6년, 연임 2년을 맞아 총체적 난국에 빠진 KAIST의 상황과 빛과 그림자 교차하는 서 총장의 리더섭, 개혁정책의 현 주소를 집중 진단한다.


'개혁전도사 VS 불도저식 개혁.'
서남표 총장의 개혁 스타일을 대표하는 말이다. 한쪽은 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이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한 인물에 대한 평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2007년 7월 14일 부임한 서남표 총장은 KAIST를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전방위적 개혁을 시도했다. 서남표 총장이 이뤄낸 각종 개혁 정책에 KAIST의 위상 뿐 아니라 구성원의 자긍심도 한껏 고취됐다.

▲서남표 총장이 취임 1년을 맞아 간담회를 열고 개혁정책을 설명하던 모습. 
ⓒ2012 HelloDD.com
서 총장은 먼저 KAIST의 세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사과정 전 과정에 영어강의를 도입했다. 전액 무료였던 수업료도 성적이 나쁘면 지급하도록 했고, 모든 신입생은 디자인과목을 필수로 듣는 등 인문학적 소양도 강화됐다.

학과장에게 인사와 예산 등의 전권을 주는 학과장 중심제 도입, 연구가 부진한 교수를 퇴출시키는 테뉴어 제도를 강화했다.

효과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학사조직을 자연과학대, 공학대, 정보과학기술대, 생명과학기술대, 경영대, 문화과학대 등 6개 대학으로 재편하고 지식서비스공학과, 해양시스템공학과와 EEWS 대학원, 나노과학기술대학원 등의 학과를 신설했다.

성적중심에서 인성을 강조하는 종합역량평가 방식으로 학사입시제도도 전면개편 됐다. 2009년 학교장 추천으로도 합격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 수학·과학경시대회 성적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0학년도 신입생 선발 계획을 발표해 그의 개혁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면접을 통과한 예비 KAIST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기다리고 있다.
ⓒ2012 HelloDD.com
모두가 생각은 했지만 누구도 실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서남표식 리더십'은 교육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서남표 신드롬을 불러왔다. '개혁의 아이콘' 서 총장은 KAIST 개교 39년 만에 연임한 첫 총장이 됐다.

하지만 재임 2년 소통단절, 리더십 부족, 설익은 정책, 원칙과 신뢰 부족 등을 이유로 교수와 학생들에게서 사퇴압박을 받으며 그가 이뤄낸 개혁들도 평가절하 되고 있다.

개혁에 대한 엇갈린 평가, KAIST 구성원들의 의견도 다양하다. 학교 밖 한국사회는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KAIST를 지켜봤지만, 정작 담장 안 구성원들은 서 총장의 각종 개혁정책으로 경쟁에 내몰리고 상처도 받아야 했다.

◆ 개혁 아이콘, 독단적 개혁의 표본 되나?

무슨 일이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KAIST가 양적·하드웨어적인 개혁에 치중하는 동안 지난해 잇단 학생과 교수의 자살사태가 벌어졌다. 물론 이들의 자살이 모두 개혁과 관련있는 것은 아니지만 100% 영어 강의와 징벌적 등록금 징수가 전문계 고교 출신 ‘로봇영재’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지며 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서 총장의 첫 임기 4년간 개혁의 물결에서 숨죽이던 구성원들은 억눌렀던 목소리를 높였다. 무서운 추진력을 발휘하며 한번 정한 정책을 반드시 실현한다는 불도저식 개혁이 아닌 다양성이 존중되는 함께하는 개혁을 요구했다.

서 총장은 지난 1년 차등 수업료 문제와 100% 영어수업, 다양한 출신의 신입생을 위한 차별화 전략, 교육시스템 전반을 검토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등 돌린 구성원의 마음을 다시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학부학생회의 한 학생은 "학생들이 개혁의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하는 게 아니다. KAIST의 미래를 위해 찬성하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처음 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학생들의 불만과 호소를 개혁의 반대세력으로 대하고 무시하다 자살사건 이후 내용을 갑자기 수정한 것을 보며 개혁 철학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지난 6년 총장님이 추진한 개혁정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1명이 10걸음 가는 것보다 10명이 1걸음을 가는 게 처음엔 조금 더디더라도 결국은 개혁에 성공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 총장님이 구성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개혁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성공한 개혁가로 남으려 하기보다 무엇이 정말 KAIST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입학한 한 학생은 "학교가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돕는 대신, 성적별 등록금이나 100% 영어수업 등 억압을 통해 규제했기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삭막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 기계적 연구개발 투자 중심의 개혁으로는 세계적 기술동향을 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서남표 총장의 전형적인 톱다운 경영 방식은 세계적인 신기술 트렌드에 발맞춰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교협 쪽에서는 서 총장의 개혁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테뉴어 제도 등은 서 총장 부임 전부터 있던 제도로 서 총장 체제 속에서 전혀 개선 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타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입학사정관제도도 우수 인재 유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의문으로 개혁의 알맹이가 없다는 극한 태도를 보였다.

경종민 교협 회장은 "개혁을 위해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이 구성원들을 일방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몰아붙였다"며 "이것이야 말로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한탄했다.

◆ "개혁은 인위적인 것, 추진력 갖고 실행하되 꾸준히 보완해야"

한편 개혁이란 것 자체가 자연적인 변화가 아닌 인위적인 제도의 개선이기 때문에 서남표 총장의 결단과 추진력이 아니었으면 KAIST의 개혁이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서 총장의 개혁을 지지하는 의견들도 있다.

한 교수는 "테뉴어제도나 영어수업 등은 서 총장 부임 전에도 오랜 기간 논의가 됐지만 의견일치가 안 돼 추진이 안됐던 문제들이다. 공동의 의견을 모아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말처럼 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서 총장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없었으면 실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처음 4년 동안 혁신적으로 추진했던 개혁들의 부작용이 보인다고 여기서 멈추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지난 2년 동안 개혁의 정비 작업을 진행했던 것처럼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꾸준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초기 개혁을 함께 추진했던 한 교수는 "서 총장이 경륜을 바탕으로 열심히 하셨다. 다만 한국 문화, 한국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수 있다. 부드러운 면이 부족하셨는데 이는 총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함께 손발을 맞춰 개혁을 추진하는 참모진들이 보완해 줄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 젊은 교수는 "개혁을 위해서는 기본 철학과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과 실행능력이 필요하다. 이 세 박자가 갖춰져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데 서 총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KAIST를 졸업한 한 연구원은 "KAIST의 특성상 어린 학생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공부를 손에서 놓고 방황하는 친구들도 많았다"며 "차등등록금제도 등을 통해 강제적으로라도 이들이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KAIST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다만 "개혁이 시작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성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KAIST 대학원 총학생의 한 학생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개혁이 서 총장의 이미지를 독점하고 있다. 초기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서 총장을 반대하는 것 같은 대결구도가 형성됐고 이제 개혁을 추진한 서 총장은 독재자의 이미지가 됐다. 이제 개혁이 아니라 교육철학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얘기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KAIST가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유연함과 오픈 이노베이션, 소통의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남표식 개혁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뷰에 응한 한 교수의 말처럼 KAIST는 최고 지성이 모인 집단이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개혁이 아닌 집단 지성의 소통을 통해 진정한 혁신이 가능한데 거기까지 가는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류근철 박사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Sports Complex 준공식에 참석한 내외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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