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머리 속을 꽉 채웠던 대박의 꿈이 깨지자 닷커머들이 좌절하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닷커머들은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닷컴 정글에 뛰어들었지만 정글을 휘어잡는 타잔은 겨우 한 둘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참담한 심정으로 간신히 연명하거나 일찍 포기하고 새로운 문명세상으로 회귀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닷커머들의 도전이 가치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도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고, 아직도 이 도전은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닷커머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그동안의 잘못된 경영관행과 왜곡된 경영환경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세요.

하지만 오늘은 닷커머들에게 즐겁지 않은 소식을 전합니다. 그동안 닷커머들의 부의 상징 중 하나였던 ‘스톡옵션’이 미국 벤처종사자에게는 엄청난 족쇄가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닷커머가 된 사람들이 많았죠. 하지만 닷컴경기가 바닥을 그리면서 스톡옵션이 인기가 없어진지는 오래죠.

미국에서는 단순히 인기가 없어진 차원이 아니라 스톡옵션 때문에 큰 고통을 받는 닷커머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죠.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개발하는 인터트러스트 테크놀로지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빗 반 위의 경우는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 회사는 99년 10월 중순에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최초가격은 9달러였죠. 다른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인터트러스트의 주가도 처음에는 고공비행을 해 지난해 초에는 거의 1백달러 고지를 바라볼 정도였습니다. 그는 지난해 4월5일 주가가 32달러할 때 스톡옵션을 행사, 32만1천6백주를 주당 8센트에, 32만주를 주당 31센트에 샀습니다. 이 때 그간 들인 돈은 12만5천달러에 불과합니다.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그는 2천만달러 정도의 이익을 올린거죠. 그는 이어 7일에 5만주를 주당 35달러에 팔아 1백75만달러를 현금으로 쥐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주식 중 7만5천주를 주당 가격이 15.58달러 할 때 팔아 1백25만달러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미국 국세청에 따르면 스톡옵션을 행사, 구입한 주식을 1년이상 보유한 뒤 팔면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20%만 물면 되지만 그 전에 팔면 39.6%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특히 과세기준은 그가 주식을 팔았을 때의 장부상 가격(2천만달러)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는 8백만달러의 세금고지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폭락, 현재 주당 6달러선에 못미칩니다. 이에 따라 그가 갖고 있는 주식(52만6천6백주)의 현재 가치는 3백만달러에 불과합니다. 이전에 챙긴 3백만달러와 현재 갖고 있는 3백만달러 합해 6백만달러. 하지만 세금은 8백만달러. 그는 대박은 커녕 세금으로만 자기 돈 2백만달러(25억원) 를 내야할 처지입니다. 당연히 낼 돈이 없죠. 그는 요즘 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이 얘기는 우리와는 약간 사정이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가 인정한 것과 같이 오직 ‘대박’을 바라며 뛰어든 현실은 냉혹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한창 닷컴 붐이 일 때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인터넷정글로 뛰어들었지만 제가 보기에 상당수는 환상에 젖어(돈에 눈이 멀어) 일을 저지른 경우였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물론 좋죠. 하지만 그 이전에 기업이 제대로 되야 돈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벤처의 바다에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새로운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멋진 기업을 꾸려 나가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없다면 벤처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두웠던 사이비벤처기업의 종말을 우리는 많이 봤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경쟁력을 과신하고 기술개발이나 영업, 마케팅능력 제고보다는 돈만 쫓은 사이비벤처정신은 이제 발불일 곳이 없어졌습니다.

닷커머들이 우선 해야 할 일은 돈보다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뛰어난 마케팅기법 등을 발굴해 경쟁력있는 기업을 만드는 일입니다. 기술이 좋고 제품이 뛰어나면 이 곳 미국에서도 당연히 환영받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시장에서 환영받은 한국벤처 소식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뉴욕=김종윤 dals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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