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자로서 미국연수중인 김종윤기자가 보내는 미국의 산업과 정치 동향

부시대통령의 감세안(減稅案)은 최근 하강곡선을 그리는 미국 벤처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부시대통령이 지난 8일 의회에 세제개편안을 제출하자 미국의 벤처기업들은 이 안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지를 따지기위해 열심히 주판알을 굴립니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큰 줄기는 개인의 소득세율개편과 상속세폐지이기 때문에 기업(벤처기업을 포함해서)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다보면 벤처기업의 운명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부시의 감세안을 놓고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크게 갈린다’는 분석기사를 실으면서 벤처기업에 미칠 영향도 따져보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부시의 감세안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벤처기업에 대한 에인절(개인투자가)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세금을 덜 냄으로써 손에 돈을 많이 쥐게 된 부자들이 이 돈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특성인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주장이죠. 그리고 그 결과 벤처기업을 동력으로 삼은 미국경제의 성장이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인들은 기업가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들어 생긴 공돈을 흥청망청 낭비하지 않고 경쟁력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믿음을 기본으로 깔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 레이건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역임한 하버드대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같은 학자들이 이런 논리를 폅니다.

하지만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습니다. 부시대통령의 감세안은 벤처기업 활성화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클린턴대통령시절의 벤처투자 붐을 예로 들면서 감세로 소득이 늘어난 것과 벤처투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1993년에 당시 31%였던 최고소득세율을 39.6%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이후 미국에서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는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세금을 더 내 소득이 줄었지만 오히려 벤처투자를 더 활발히 했다는 얘기죠.

조지 에이커로프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대박의 꿈을 갖고 투자하는 것일 뿐 소득세율을 따져가면서 투자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어느 학자의 분석이 맞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세제개혁안을 계기로 벤처기업들도 본격적인 로비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미 백악관에는 많은 기업체 로비스트들이 나타나 기업에 대한 세금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답니다. (1980년초 공화당의 레이건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를 단행할 때 많은 로비스트들이 백악관에 들끓었을 때와 상황이 비슷합니다. 이 때의 정책결정과 로비스트들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책이 Jeffrey Birnbaum 과 Allen Murray기자가 함께 쓴 ‘Showdown at Gucci Gulch’입니다) 여기에는 앤드루 글로브 인텔회장도 한 몫합니다.

그는 지난 6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업환경에 빨리 접속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기업들에 대한 세금인하가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전(前) 알코아사 회장출신으로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폴 오닐 재무장관은 “기업에 대한 소득세경감도 이뤄져야한다”며 거들고 나섰다고 합니다. 결과는 두고봐야 겠지만 정책결정에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넣기 위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로비하는 이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보였습니다.

뉴욕=김종윤dals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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