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연수중인 중앙일보 김종윤기자가 미국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해오셨습니다. 정보통신분야에서 오랫동안 취재 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미국과 정보통신 산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을 보입니다.

대덕넷은 부정기적이지만 김종윤기자의 글을 뉴욕통신이란 이름으로 게재하겠습니다. 이번 첫 호는 미국 정재계를 들썩거리게 하는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감세냐 이자율 인하냐는 단순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에따라 미국 경제의 앞날이 달려있는만큼 우리에게도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남의 잔치에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할수는 없지만 그 집 잔치상에 감이 나올지 배가 나올지는 알아야 우리도 물건을 팔아먹을수 있을리라고 생각합니다.

<헬로우디디 주>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지난 8일 의회에 그의 선거공약인 감세안을 제출하면서 미국 정재계가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부시대통령의 감세정책은 지난 선거에서 그가 꺼낸 회심의 무기입니다.

당시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머리를 설레설레 지었던 이 공약으로 그는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감세안을 공약을 위한 공약으로만 생각했습니다) . 당초 부시는 1조6천달러의 세금을 향후 10년동안 줄이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습니다.하지만 그는 취임 첫해인 올해는 시기상조로 보고 내년부터 이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1년 당겨 본격적으로 밀어부치게 된 배경에는 두 응원군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첫번째가 내리막길을 걷는 미국경제입니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미국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자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세금감면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세금을 줄여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면 소비가 늘면서 경기가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대통령 그린스펀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부시취임이후 지난달 당초의 견해와는 달리 세금감면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의회에서 이런 견해를 표명하자 민주당의 일부의원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본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양당제입니다. 부시가 이끄는 공화당과, 고어를 대표선수로 내세워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이 나라를 이끌죠. 민주당의 정책은 정부가 앞장서서 가난한 국민들을 지원하고 복지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돈을 들여 제도를 정비하자는 쪽입니다. 큰 정부를 지향하죠. 때문에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가난한 유색인종과 교육수준이 높은 리버럴한 백인, 도시인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반면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합니다. 정부가 앞장서 가난한 사람을 챙기는 것에 소극적입니다. 가난한 국민들에 대한 도움은 민간부문에서 기부 등을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공화당은 돈 많은 백인과 시골사람들의 지지를 받습니다.(이번 대선에서도 캘리포니아,뉴욕 등에서는 민주당이 이겼지만 텍사스,오하이오 등 중부의 시골에서는 공화당이 싹쓸이했습니다)

세금감면은 최근 몇 년동안 미국이 기록한 재정흑자와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재정흑자를 올렸다는 말은 국가예산보다 세금이 더 걷혔거나 아니면 당초 계획했던 투자 등 지출부문을 줄여 정부가 쓴 돈보다 걷은 돈이 더 많아졌다는 얘깁니다. 정부가 살림을 잘해 돈이 남은 것이죠.

이 재정적자를 놓고 양당은 크게 대립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기하학적으로 늘어난 국가부채를 우선 갚거나 사회복지부문에 투자하자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장기적인 미국경제를 걱정,나라빚도 줄이고 정부가 앞장서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주장이죠. 하지만 공화당은 국가빚을 줄이거나 사회복지부문에 투자하지 말고 세금을 줄여 국민들이 바로 혜택을 누리도록 하자는 입장이죠. 부시의 공약도 이렇게해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공화당의 세금감면안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해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진 자들을 위한 잔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시가 의회에 제출한 세금감면안을 이제 한번 보죠. 현행 법률에 따르면 미국국민들은 소득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진 세금 중 하나를 내야합니다.

예를들어 아버지 혼자서 돈을 번다고 했을 때 연봉이 2만7천50달러 이하이면 연봉의 15%를 세금으로 냈습니다. 반면 연봉이 29만7천3백50달러 이상이면 연봉의 39.6%를 세금으로 냈습니다.

그런데 부시가 의회에 제출한 세금감면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6천달러(7백80만원정도) 이하를 버는 가정은 연봉의 10%를 세금으로 내고(실제 미국에서 이런 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없어 이 하한선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을 받습니다) 연봉이 13만6천7백50달러(부부가 같이 벌면 16만6천6백50달러)를 넘으면 연봉의 33%만 세금으로 내면 됩니다.

수치상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상은, 부자들은 세금이 크게 줄어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쥐꼬리만하다는 것입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연봉이 1백만달러가 넘는 사람은 현 법률을 적용했을 때보다 연간 4만6천달러 이상의 세금을 덜냅니다. (연봉이 10만달러인 경우 2천6백달러, 연봉 50만달러이면 2만3천6백달러 혜택이 생깁니다) 반면 연봉이 2만달러인 사람은 고작 연간 3백달러 정도의 세금감면 혜택을 봅니다. 당연히 민주당이 득달같이 반대하고 나섰죠.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의 표밭인 가난한 서민들에게 혜택이 적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게 된 거죠. 그래서 민주당은 부시대통령이 의회에 세금감면안을 제출하는 날 별도의 특이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기자회견장에 고급차의 대명사인 토요타의 검은색 렉서스 자동차와 자동차 머플러를 갖다 놓고 “새로운 세금감면안이 통과되면 부자들은 렉서스를 한 대 더 살 수 있지만 가난한 국민들은 겨우 머플러 한 개밖에 못산다”며 ‘가진자들 만의 잔치’를 크게 강조한 것이죠.

민주당은 세금을 줄이는 단기처방으로는 경기하강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경기하강은 다분히 경기순환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으로 미국경제가 튼튼해지려면 국가 빚을 갚아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당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판단이 나라 경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10년 정도 지나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김종윤dals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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