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작성시 주의할 점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입니다. 경쟁자가 없습니다" "경쟁자가 없다구요? 그렇다면 시장도 없겠군요." 지난해말 실리콘밸리에서 A모 기업이 투자자를 만났을 때 일어났던 실화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사업계획서에다 세계 최초, 세계 유일 이라는 표현을 자랑스럽게 사용한다. 그러나 이 표현은 십중팔구 미국 VC눈에 별 볼일 없는 회사라는 강한 확신을 심어준다.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거나 시장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얘기다. 이도저도 아니면 시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풋내기가 사업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돈이 되는 곳에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VC들은 기술을 살피러 온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줄 회사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세계 최초라는 표현에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이런 질문으로 되돌아 온다. "그런데 시장규모가 얼마나 되죠?" "당신이 그 시장에서 얼마나 마켓세어를 차지할 수 있나요? 순익은요?" 미국 VC입장에서 볼 때 최초란 말은 설득력이 없다. 얼마나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상품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엄격하게 따져보면 기술적으로도 최초란 단어가 별의미 없는 경우도 많다. 인텔이 펜티엄칩을 개발할 때 펜티엄III와 펜티엄V 등을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다만 마케팅 정책상 펜티엄 III를 먼저 발표한 것 뿐인 것이다. 펜티엄V는 이미 개발이 끝났더라도 시장이 바뀌는 시점까지 발표를 늦추고 있을 뿐인 것이다. 여기서 펜티엄III보다 좀 빠른 프로세서를 세계최초로 개발했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미국 VC들에게 어떻게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할까? 실리콘밸리를 발바닥으로 뛰며 현지 VC들을 움직이고 있는 제이슨 정, 찰스 박, 박희준씨 등이 풀어놓은 경험 보따리 속에는 의외로 간단하고 명쾌한 내용이 있었다. "저 회사에 돈을 넣으면 돈을 벌 가능성이 있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라는 것이다.

시장규모, 구체적인 상품 내용, 경쟁자... 당연히 이런 내용들이 꼼꼼하게 조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자의 경우 존재는 말할 것도 없고 경쟁자에 비교해 강점, 약점이 세세하게 파악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나의 약점이 있지만 VC들이 자금, 네트웤, 마케팅 등에서 도움을 주면 강점을 최대한 살려,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평소에 전시회, 세미나 등에 부지런히 참석하는 것이다. 치열한 비지니스 전쟁이 벌어지는 시장에 참가한 경험이 많을수록 강약점을 파악하고 VC에게 어떤 부분을 보완해주면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간단명료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기껏해야 일년에 3~4번씩 참석하고도 무리했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한국기업과 한달에 10여회씩 국제 전시회&세미나에 참석하는 이스라엘 기업은 당연히 실력에 차이가 난다. 나스닥상장 기준으로 볼때 이스라엘은 83개, 한국은 3개.. 그게 실력의 차이다.

"한국 CDMA을 상용화시킨 팀멤버 10명이 창업했습니다" "반도체 결함 탐지 알고리즘 12가지를 국제특허로 갖고 있습니다" "저희 비디오 압축 칩셋은 전 퀄컴핸드폰에 장착됩니다" 프리젠테이션의 첫 멘트로 사용하면 좋은 표현들이다.

창업자의 성공경험이나 기업의 빵빵한 특허, 혹은 유명기업으로부터 인정받은 실력(상품) 등을 내세우라는 것이다. VC들에게 잘하면 돈이 되겠다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에 앞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대덕넷=유상연 기자 ehow@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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