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보안감시 시스템 제조업체... MS 건물보안, 마드리드 지하철도 감시 등

다림비전(대표 김영대)은 해외시장에서 ‘빅브라더(big brother)’로 많이 알려진 기업이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건물보안 시스템, 유럽 최첨단인 마드리드 지하철 감시 시스템(3년간 1천2백만 달러) 등 대형 시설들이 잇따라 시설물 보안감시 시스템으로 다림비전을 채택했다.

PC모니터 하나로 건물 구석구석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할 수 있는 다림의 ‘비디오 스파이더(Video Spider)’의 기술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金사장은 “지난해 비디오 보안감시 시스템 분야에서 수주율이 70%를 상회합니다. 10번 입찰에 나가면 7곳에서 다림비전의 제품을 선택할 만큼 경쟁력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굴지의 공항·빌딩 전문 보안회사인 르넬(Lenel)이 아예 자사의 보안시스템 가운데 디지털녹화장비( DVR)는 다림에서 1천만 달러어치를 공급받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 49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다림비전의 수출액이 올해는 적어도 2천만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출액의 75%를 해외시장에서 올리게 되는 것이다.

기술 벤처기업인 다림비전이 자리잡은 대전시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벤처타운 종합영상관 3층에는 눈에 띄는 방 2곳이 있다. 러시아 연구인력 6명이 모여 있는 개발실과 주부 마케터들이 세계를 무대로 영업하고 있는 해외 마케팅실이 바로 그곳이다.

과학기술원(KAIST) 공학박사 출신으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국산탱크의 조준경을 개발한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는 金사장은 지난 91년 다림비전을 창업하면서 기술력에 승부를 걸었다.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러시아 과학자들. 입이 아프도록 과학자들을 설득한 끝에 다림비전은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국내에 6명, 모스크바와 톰스크에 80여 명의 러시아 연구인력을 확보, 디지털 비디오의 압축·전송·응용 기술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러시아에 진출했던 대기업들이 잇따라 두손 들고 나오는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황금광산’을 손에 넣은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벤처기업은 참여한 사람들에게 성과를 배분하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다림의 경우 지분의 30% 이상을 나눠 주는 등 철저하게 파트너로 인정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참여한 과학자들을 부자로 만들면 더 우수한 인력이 합류하게 되고 그만큼 파이가 커지는 것입니다.”

金사장은 무리한 기술이전을 요구하기보다는 상대의 기술과 ‘지적 자존심’을 인정하고 그 기술을 응용한 상품을 개발해 주는 조건으로 러시아 과학자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의 과학기술을 이용만 하려고 했지 ‘친구’로 만들지 못해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실분배정책은 국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스톡옵션은 물론이고 독립 분사(spin out) 등도 적극 장려합니다. 최근 독립한 시뮬라인에서는 이미 1백억원대의 자산을 확보한 직원도 나왔고 과장급 이상 사원들의 경우 대개가 억대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金사장의 설명이다.

컴덱스쇼 등 국제 전시회에 적극 참여, 눈높이를 높여 온 것도 다림의 경쟁력 향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국제 전시회에 나가면 신기술의 동향과 경쟁상품을 분석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상품을 팔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는 경쟁사들을 보면 우리가 뛰어든 분야가 유망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무대에 다림비전이 서 있다는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림비전이 참가하는 국제 전시회만 줄잡아 연간 15회 정도. 여기에다 러시아 모스크바·톰스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등 현지법인(혹은 지사)을 챙기다 보니 金사장은 1년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낸다. 국내에 들어와 있어도 계약 상담 등이 몰리다 보니 직원들은 “60여 명에 불과한 중견 벤처기업인데도 사장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불평(?)한다.

별도법인이나 지사가 없는 아시아나 유럽 지역은 ‘주부 마케터’들의 몫이다.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는 주부 마케터들은 대부분 연구원 남편을 따라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고급 인력들. 여성이라는 무기와 ‘아줌마’ 특유의 협상력을 갖추고 있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단다.

현재 다림비전이 내놓은 상품은 디지털 비디오 기술의 핵심이 되는 ‘압축 및 전송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방송장비 및 보안감시 시스템. 15개 상품 중 7개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5년 출시한 동영상의 엔코딩·디코딩 기능의 ‘MPEGATOR’는 유럽 최대 전문지인 PC프로페셔널지에서 1위 제품으로 평가받았고 지금도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꼽힌다. 디지털 영상을 편집할 때 잡음을 제거, 깨끗한 화면을 보여 주는 M-필터, VTR보다 싼 값에 제공할 수 있는 MDVR 등도 주문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초기술력을 응용한 인터넷 방송, 보안감시 시스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비디오 보안감시 시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장소도 한 PC화면에서 깨끗하게 볼 수 있는 비디오 스파이더는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 방송 시스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3차원 가상 스튜디어(제품명 VS2000)와 비디오 제작시스템(FD4000), 방송용 비디오 서버(FS3000) 등 인터넷 방송 시스템이 바로 그 제품군들이다. 5천만원 정도의 비용으로도 3차원 가상스튜디오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급한 것이다.

金사장은 ‘벤처기업의 생명은 핵심 기술력’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응용력보다는 기술의 알고리즘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접근해야 합니다. 기술의 뿌리를 알고 나면 어떤 경쟁사들이든 두렵지 않습니다. 자신있는 분야만을 선택·집중해 경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金사장은 기술력 있는 벤처들의 경우 오직 실력으로만 겨룰 수 있는 해외시장이 오히려 사업하기가 편하다고 말한다. 이것저것 특성 없는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다 로비력까지 갖춰야 생존할 수 있는 국내시장보다, 상품력만 인정받는다면 한두 가지 아이템으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해외시장이 낫다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어려움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국내 벤처기업 자신인 경우가 더 많다. “소니와 산요가 경쟁관계지만 서로의 강점을 주장하며 영업을 하는데 비해 국내 벤처기업들은 기존 대기업들 못지않게 서로를 깎아내립니다. 이러한 관행을 빨리 고쳐야 벤처기업들이 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림의 경우도 어렵게 시장을 개척했는데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업체가 ‘다림 제품에 결점도 많다’며 바이어들을 만나고 다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는 것.

金사장은 “기존의 벤처기업에 대한 기준이 잘못돼 있다. 외국에서 돈을 벌어 오지 못하면 진정한 벤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벤처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매출을 많이 올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벤처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국내 벤처들이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헬로우디디 유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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