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복지부 바이러스연구소 각기 설립 발표
과기계 "컨트롤타워 두개" 보건복지계 "통합 적절해보여"
이상민 의원 "행정 편의주의 극복 못한 보여주기식 정책"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합동 브리핑 모습. 왼쪽부터 박능후 복지부 장관 최기영 과기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합동 브리핑 모습. 왼쪽부터 박능후 복지부 장관 최기영 과기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합동 브리핑에서 각각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 국립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국립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하고 관련된 인력 양성을 확대한다"고 밝히자, 최기영 과기부 장관도 이어지는 브리핑에서 "바이러스 분야 기초 핵심 원천연구를 확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연구소 역할 분담에 대해 "바이러스 영역이 아주 광범위하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이 아닌 다른 일반적인 기초연구는 과기부 산하에 있는 연구소에서 수행한다"면서 "국립보건연구원 산하에 있는 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는 인간, 인체에 직접 관련이 되는 감염병과 직접 관련이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를 종합해 보면 복지부 산하 국립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는 인체 감염병 연구와 백신·치료제와 같은 응용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과기부 산하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바이러스에 대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원천연구를 할 예정이다. 광범위한 기초 원천연구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에 대한 백신·치료제 연구를 단계별로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과기계와 보건복지계에 있는 감염병·바이러스 전문가들도 정부 발표가 쉽사리 납득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과기계 A 박사는 "제 생각엔 그림이 안 맞는다"면서 "해가 두 개 있는 것과 마찬가지고, 감염병 연구 컨트롤타워가 나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A 박사는 "한 연구소에서 기초부터 응용 단계까지 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나라 정부 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조직을 만들라고 하면 급물살을 타다가 관련 기관 간 기싸움으로 번진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이런식으로 조직이 쪼개지고 중구난방되어 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가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데, 미래 계획이 부족하다 보니 밀어붙이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현실적으론 두 기관이 출범하면 몇 년내로 조직이 합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A 박사는 "부처 간 힘 싸움 사례는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로 가는 것"이라면서 "복지부에선 감염병 연구할 테니 질병관리청에선 방역이나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계 B 박사는 "누가 봐도 하나의 기관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굳이 역할을 나눈 건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실용화 단계를 구분한 것으로 본다"면서 "기초연구를 받아 응용연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민 의원, 성명서 내고 "계획 철회하고, 연구소 통합 설립해야"

이날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서까지 냈다. 그는 "관료제의 칸막이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주의와 실적주의에 급급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면서 "코로나라는 시류를 틈타 과기부와 복지부가 산하 조직을 늘리는 데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역량을 집중하고 관련 부처와 분야끼리 긴밀히 협업해도 부족한 터에 각각 따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연구개발이 벽돌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듯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각 2개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은 당장 재고 철회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초연구부터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임상 등 전 과정을 전반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는 1개 연구소로 통합 집중하여 차분히 설립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의 정도는 급할수록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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