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유럽연-EURL ECVAM, 코로나19 인체 내 독성발현경로 규명 AOP 공동 연구
바이러스 몸속 미치는 영향 및 경로 분석 '감염 여부·감염단계' 확인 기대

KIST 유럽연구소는 1996년 선진 고급기술의 현지 확보와 국내 산업체로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독일 자르브뤼켄 시에 설립된 연구소다. 환경 관련 연구를 통하여 획득한 노하우를 국내로 이전하고, 국내 연구기관의 EU와의 공동연구 수행 및 국내 기업의 EU 진출을 지원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 중이다.<사진=KIST 유럽연구소 제공>
KIST 유럽연구소는 1996년 선진 고급기술의 현지 확보와 국내 산업체로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독일 자르브뤼켄 시에 설립된 연구소다. 환경 관련 연구를 통하여 획득한 노하우를 국내로 이전하고, 국내 연구기관의 EU와의 공동연구 수행 및 국내 기업의 EU 진출을 지원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 중이다.<사진=KIST 유럽연구소 제공>
지난 3월 1일, 코로나19 사태로 한 과학자가 OECD에 하나의 과제를 제안했다. AOP(인체 내 독성발현경로)를 통해 코로나19 해결 방안을 집단지성에게 알려서 해결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 AOP는 등록된 지 며칠 후 한국,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독일, 이태리 등 7개국 전문가들이 모인 연구협의체로 확대됐다. 협의체는 온라인을 통해 총 5번의 회의를 거쳐 유럽연합의 새로운 과제로 추진 중에 있다. 과제명은 '코로나 19 인체 내 독성발현 경로 파악을 위한 AOP'.
 
과제를 제안한 과학자는 KIST 유럽연구소연구소 환경안전성연구단 김용준 단장이다. 그는 협의체 논의를 통해 유럽연합공동연구센터(JRC) 산하 동물대체시험법 검증 및 평가기관인 EURL ECVAM과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여러 전문가가 모이면 코로나19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있었다.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하면 국제적 사회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김용준 단장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세포소기관, 세포, 조직, 장기, 개체 및 집단까지 경로를 분석한다. 유해영향에 대한 인과관계를 다양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찾는 것이다.
 
해당 연구가 완료되면 바이러스 감염 진단뿐만 아니라, 단계별 독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의 개발과, 단계별 독성발현 정도의 정량화를 통해 ▲감염 여부 진단 ▲감염단계(경증/중등 등) 확인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단장은 "코로나19 감염자 대상으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그리고 단계별 집중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IST 유럽연구소연구소 환경안전성연구단 김용준 단장.<사진=KIST 유럽연구소 제공>
KIST 유럽연구소연구소 환경안전성연구단 김용준 단장.<사진=KIST 유럽연구소 제공>
◆ 화학물질 대상 연구만 했던 AOP, 바이러스 연구는 처음

 
"당시 독일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해 앞으로의 상황이 점차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그러다 AOP를 통해 바이러스를 연구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개념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존 AOP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를 내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AOP(인체 내 독성발현경로)는 각종 화학물질이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혹은 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과 유해영향을 정의하고 평가하기 위해 OECD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독성물질에 대한 반응을 초기 분자 수준부터 세포, 장기, 개체, 집단으로 확대되는 모습과 그에 따른 관계를 분석해 해당 화학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어떤 유해성을 갖는지를 평가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AOP는 독성예측과 독성평가방법으로 최근 OECD가 제시하는 방법이다. 수많은 화학물질 유해성 평가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OECD에 등록된 AOP는 275개다. 그중 78개 과제가 OECD 워크플랜 하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OECD 워크플랜으로 선정되면 OECD 외부전문가들이 해당 과제를 지도하며 연구를 추진한다.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화학물질 규제 대응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Q)SAR Tool box)와 연계하여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김 단장은 OECD에 관련 AOP를 제출하면서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AOP가 다뤄왔던 것은 '화학물질' 중심의 독성경로뿐이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이 제안한 '바이러스 경로' 연구를 제안받은 것은 OECD도 처음이다.
 
AOP 제안은 OECD 회원국의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볼 수 있다. 김 단장은 그 부분을 노렸다. 바이러스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구든 함께 연구하고 싶은 과학자들을 모아 연구를 추진하고 싶었다. 수일 후 KIST 유럽연구소가 등록한 COVID-19 AOP를 확인한 EURL ECVAM의 브레깃 란데스만(Brigitte Landesmann) 박사와 클레멘스 위트위어(Clemens Wittwehr) 박사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너의 생각이 궁금하다. 온라인 미팅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란데스만 박사는 AOP를 개발한 연구자로 AOP 평가와 가이드라인의 최고 분야 전문가다. 위트위어 박사는 JRC 내 화학물질 안전 및 대체시험 부서에서 연구목적 동물사용 방지 프로젝트의 담당자이며, 현재 EU-REACH에서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 기술서류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 중인 IUCLID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김 단장은 "첫 온라인 미팅에 두 연구자가 참여한다는 소식만으로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등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면서 "'COVID-19 AOP 공동 개발 협의체'가 꾸려졌고 5번의 회의를 거쳐 세부적인 논의 끝에 공동연구에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개월 만에 진행된 것으로 기존 AOP와 비교하면 유례없는 속도다. 팬데믹을 집단지성으로 막고자 하는 OECD의 의지와 AOP 개발 분야 전문연구소로서 KIST 유럽연구소의 역량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AOP 연구 제안을 통해 'COVID-19 AOP 공동 개발 협의체'가 꾸려졌다. 5번의 온라인 회의를 거쳐 세부적 논의 끝에 공동연구에 의견이 모였다. 기존 AOP와 비교하면 유례없는 속도로 연구를 추진 중이다.사진은 KIST 유럽연구소 모습.<사진=KIST 유럽연구소 제공>
AOP 연구 제안을 통해 'COVID-19 AOP 공동 개발 협의체'가 꾸려졌다. 5번의 온라인 회의를 거쳐 세부적 논의 끝에 공동연구에 의견이 모였다. 기존 AOP와 비교하면 유례없는 속도로 연구를 추진 중이다.사진은 KIST 유럽연구소 모습.<사진=KIST 유럽연구소 제공>
협의를 통해 KIST 유럽연구소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와 메르스, 사스 등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세포와의 결합 단계의 공통점을 찾는다. 이를 기계학습과 딥러닝을 통해 어떤 분자구조에서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전염이 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유해성 자료는 연구협의체와 EURL ECVAM 등에서 맡는다.

김 단장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직접 만나 공동연구는 어렵지만, 온라인으로 관련 내용을 주고받으면서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OECD에서도 관심이 많은 만큼 타 AOP보다 빠른 속도로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위험 병원체 검사시설인 BL3 실험실에서만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다.
 
김 단장은 과거 세균만 전염시키는 바이러스라는 뜻을 가진 '박테리오파지'연구를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를 다루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이 질문에 김 단장은 "바이러스를 비활성화시키면 BL3 실험실 없이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과 만나는 수용체가 있는데 바이러스 내부에 있는 RNA 유전정보를 비활성화한 바이러스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이는 바이러스 비활성화를 하기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지난해부터 AOP를 통한 화학물질의 인체와 생태 독성 연구를 핵심 연구 주제로 정했다. 해당 연구에는 KIST 유럽연구소의 ▲스마트융합연구단 ▲바이오센서연구단 ▲환경안전성연구단이 함께 참여한다. <사진=KIST 유럽연구소>
KIST 유럽연구소는 지난해부터 AOP를 통한 화학물질의 인체와 생태 독성 연구를 핵심 연구 주제로 정했다. 해당 연구에는 KIST 유럽연구소의 ▲스마트융합연구단 ▲바이오센서연구단 ▲환경안전성연구단이 함께 참여한다. <사진=KIST 유럽연구소>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석학들이 "협력과 연대만이 코로나 돌파구"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는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평에서 각국 연구자들이 연대하는 세계규모 백신 개발프로젝트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은 바 있다. '코로나19를 종식할 충분한 양의 백신 생성을 위해 '거대과학'방식의 세계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김준경 KIST 유럽연구소 소장도 코로나19를 해결하자는 의지로 더 많은 연구자가 협력해주길 희망했다. 그는 "한국에도 훌륭한 많은 연구자가 있다. 국내에도 바이러스 관련 연구 클러스터도 있으니 연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함께 힘을 합치고 싶다"며 "우리 연구소에 협력연구가 가능한 공간도 있으니 관심이 있는 연구자가 있다면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 "동물 복지를 위한 연구, 꾸준히 할 것"
 
"AOP연구는 동물 시험에 따른 희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경제적 효과를 찾기보다 동물 고통 경감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KIST 유럽연구소는 1996년 선진 고급기술의 현지 확보와 국내 산업체로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독일 자르브뤼켄 시에 설립된 연구소다. 환경 관련 연구를 통하여 획득한 노하우를 국내로 이전하고, 국내 연구기관의 EU와의 공동연구 수행 및 국내 기업의 EU 진출을 지원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 중이다.
 
KIST 유럽연구소는 지난해부터 AOP를 통한 화학물질의 인체와 생태 독성 연구를 핵심 연구 주제로 정했다.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총 5개의 생태 독성분야 신규 AOP를 개발해 OECD 측에 신청, 이 중 3개가 OECD 워크플랜에 선정됐다. 연구관계자는 "AOP는 인체 독성과 생태 독성 두 분야로 나뉘어있는데, 생태 독성분야에서 3건이 선정된 것은 국내기관으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정된 기술주제는 ▲어류의 안구신경 발생 독성 확인 ▲암컷 어류의 생식능력 장애로 이어지는 5α- 환원 효소의 억제 ▲어류의 피부색소 결핍과 생식의 관계에 관련된 내용이다.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KIST 유럽연구소의 오랜 환경 관련 연구 노하우 축적과 현 소장의 추진전략인 ‘양적실적에서 탈피해 사회 문제 이슈 중점연구 선정’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연구원간 모여 소통하게 하고 논의하여 연구아이디어를 모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김 단장은 "AOP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반 예측이 필요해 융합연구를 해야만 가능하다. KIST 유럽연구소의▲스마트융합연구단 ▲바이오센서연구단 ▲환경안전성연구단 등이 함께 모여 공동연구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EU보다 10년의 격차를 두고 화학물질 관련 규제가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 화학물질 유통이 가능해도 EU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 내 화학물질의 유통량 급증으로 이에 따른 동물 희생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화학물질의 환경 유해성 평가를 위한 AOP 개발은 매우 부족해 AOP 개발을 통한 환경 리스크 최소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단장은 "AOP는 당장 수익과는 연결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향후 경제적인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AOP 자체가 우리의 최종목표는 아니다. 수많은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를 위해서 희생되는 고비용・저효율의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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