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경 IBS 연구원, '피젯 스피너' 닮은 진단 기구 개발
1시간 내 진단·100% 정확성···"향후 개도국 도움될 것"

피젯 스피너와 진단용 스피너. <사진=IBS 제공>
피젯 스피너와 진단용 스피너. <사진=IBS 제공>
단돈 600원으로 장남감을 돌리듯 누구나 간단히 세균 감염을 진단할 수 있는 기구가 개발됐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노도영)는 조윤경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 리더 연구원이 장난감 '피젯 스피너'를 닮은 수동 진단 기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1시간 이내로 감염성 질환 진단은 물론, 진단 정확도 100%를 보여 향후 의료 인프라 부족 지역에서의 항생제 오남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균성 감염 질환은 복통, 유산, 뇌졸중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감염성 질환 진단은 보통 하루 이상 걸리는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대형 병원에서만 가능해 검사에 1~7일이 소요된다. 의원에서는 증상만으로 항생제를 처방하기에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면서 점점 더 높은 단계의 항생제가 요구된다.

1단계 항생제는 500원에 불과하지만 4단계 항생제는 100만원에 달하며, 항생제로 해결할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출현할 수 있다.  

조윤경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 리더 연구원. <사진=IBS 제공>
조윤경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 리더 연구원. <사진=IBS 제공>
연구진은 적은 힘으로도 오랫동안 빠르게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장난감에 착안, 2014년 개발한 FAST(fluid-assisted separation technology) 기술을 응용해 손으로 돌리는 미세유체칩을 구상했다. 일반 미세유체칩은 시료를 거르는 필터 아래에 공기가 있어 시료를 통과시키는 데 높은 압력이 필요한 반면, 필터 아래쪽에 물을 채우는 FAST 기술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압력으로 시료를 통과시킬 수 있어 손힘으로도 충분하다.

연구진은 회전으로 병원균을 농축한 뒤 세균 분석과 항생제 내성 테스트를 차례대로 수행하도록 기구를 설계했다.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mL를 넣고 1~2회 돌리면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배 이상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의 농도를 색깔에 따라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고, 추가로 세균의 종류도 알 수 있다.

세균 검출 후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진단용 스피너에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넣고 농축시킨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를 시약 반응으로 확인한다. 이 과정은 농축에 5분, 반응에 각각 45분이 걸려 2시간 이내에 감염과 내성 여부를 모두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도 티루치라팔리시립병원에서 자원자 39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배양 검사와 진단 스피너 검사를 각각 진행해 세균성 질환을 진단했다. 그 결과 진단스피너로 검사 결과를 1시간 이내에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배양에 실패한 경우까지 정확히 진단해 냈다. 이에 현지의 일반적인 처방으로는 59%에 달했을 항생제 오남용 비율을 0%로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조윤경 그룹 리더는 "이번 연구는 미세유체칩 내 유체 흐름에 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미세유체칩 구동법을 개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항생제 내성검사는 고난도인 데다 현대적인 실험실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번 연구로 빠르고 정확한 세균 검출이 가능해져 오지에서 의료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아이작 마이클 연구위원은 "진단용 스피너는 개당 6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IF 17.149)'에 19일 자로 게재됐다.

진단용 스피너를 이용한 세균 검사 결과. <사진=IBS 제공>
진단용 스피너를 이용한 세균 검사 결과. <사진=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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