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⑩]수리연 감염병연구팀
개학 미루면 4월말, 개학하면 7월말 코로나 종료 예상
"늘 자료와의 싸움"···현실은 출입국 자료 등 데이터 접근도 못해

손우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은 2월 초부터 코로나19 환자 자료를 기반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확산 추이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도 관련 리포트가 전달될 정도로 방제 대책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손우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은 2월 초부터 코로나19 환자 자료를 기반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확산 추이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도 관련 리포트가 전달될 정도로 방제 대책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등학교 개학 시기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못 내는 가운데, 이런 혼란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과학적 수치가 발표됐다.

지난 2월 초부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자료를 기반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확산 추이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추이를 분석해 향후 단계별 시나리오를 확립하는 데 기여해왔다. 2월 말, 3월 초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로 관련 리포트가 비공식적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국가 방제(防除) 정책 수립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팀은 기존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초·중·고등학교 개학 여부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분석·예측했다. 시뮬레이션 조건은 방학 유지와 4월 6일 개학으로 설계했다. 연구팀은 대구 인구와 동일한 크기의 가상 인구 집단을 이용해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해 결과를 재현했다.  

그 결과 마지막 신규 확진자의 발생일(유행 종료)은 4월 26일부터 7월 27일까지 최대 92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방학을 유지할 경우 유행 종료가 4월 말이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개학할 경우 종료 시점은 7월 27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국내 9661명 확진자 데이터를 기준으로 연구했다.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방학을 유지하는 경우 ▲개학을 진행할 경우로 나누었다. 여기에 학생들이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의 평균 기간'을 ▲2.7일 경우 ▲4.3일 경우 두 가지로 설정해 계산을 해 보았다.

수리연 감염병연구팀이 공개한 수치. <사진=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수리연 감염병연구팀이 공개한 수치. <사진=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수리연 감염병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손우식 팀장은 "해외와 국내 다른 지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대구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진행된 제한점은 있다"면서도 "대규모 코어 집단으로 인해 대구 확진자가 가장 많기 때문에 고위험과 저위험 집단으로 분리해 대구의 유행 사례를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 팀장은 "대규모 코어집단(신천지), 해외발 입국자와 같은 변수가 수시로 생겨 시뮬레이션 분석이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각 데이터에 적합한 시뮬레이션 툴을 활용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자료와의 싸움"

손 팀장은 시뮬레이션 분석은 "늘 자료와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마이크로 데이터 통합서비스(MDIS)를 활용해 자료를 확보한다.

손 팀장은 "지금은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현재 법무부 출입국 자료 접근은 어렵고, 4월 초부터 KT에서 로밍 데이터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유입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로밍 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감염병연구팀은 올해 초 만들어졌다. 팀은 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손 팀장이 감염병 확산 예측과 방제 전략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권오규 선임연구원과 원용설 연구원이 감염병 수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데이터 확보 문제이다. 연구팀이 제공 받을 로밍 데이터는 해외에서 단기적으로 오가는 사람들에 대한 통계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국외 장기 체류자들이 급거 귀국하는 상황에선 법무부 출입국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관련 자료는 여러 이유로 확보를 못하고 있다.

손 팀장은 "정제가 되지 않는 '더티 데이터'를 갖고 분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시뮬레이션이 과학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비과학적인 측면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은 자기 이름으로 논문 한 편 내는 것보다 방제 대책에 도움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 실전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통해 '미래' 현미경 분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은 올해 초 만들어졌다. 전체 인원은 3명이다. 손우식 팀장이 감염병 확산 예측과 방제 전략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권오규 선임연구원과 원용설 연구원이 감염병 수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상단 좌측은 원용설 연구원, 우측은 권오규 선임연구원. 하단은 손우식 팀장이다. <사진=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김인한 기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은 올해 초 만들어졌다. 전체 인원은 3명이다. 손우식 팀장이 감염병 확산 예측과 방제 전략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권오규 선임연구원과 원용설 연구원이 감염병 수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상단 좌측은 원용설 연구원, 우측은 권오규 선임연구원. 하단은 손우식 팀장이다. <사진=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김인한 기자>
시뮬레이션은 과거·현재 데이터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다. 손 팀장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분석한 위험이 맞는 건지 재차 질문하고, 팀원들과 상의한다"고 했다. 

앞으로의 추이에 대해선 그는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잠잠해지려고 할 때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감염이 확산됐다. 세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거나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확산될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연구팀은 보다 정확한 예측과 방제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지역 간 인구 이동과 국외 감염 잠복기 환자 입국을 반영한 감염병 확산 분석·예측 모델 연구를 지속하고, 시뮬레이션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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