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공부모임'으로 융합 연결고리 찾아 학문 발전
한의학연, 장회익 서울대 교수 초청 릴레이 학습

한의학 연구자들이 장회익 교수와 함께 물리학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한의학 연구자들이 장회익 교수와 함께 물리학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을 볼 때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시간의 흐름과 공간적 측정이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4차원 공간에서 위치-시각 공간과 운동량-에너지 공간과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이중 슬릿 실험에서 두 슬릿이 다 열릴 경우 어떤 모양이 나오나요?"

마치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화 같다. 상대성이론부터 양자역학까지 물리학의 기초이자 바탕이 되는 이론에 관한 이야기다. 

정작 물리학 대화를 나누고 있는 주인공은 한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현직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한 모임을 결성, 김종열 한의학연 원장을 포함해 이상훈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김재욱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 이영섭 연구운영1팀장, 조성진 임상의학부 연구원 총 5명의 연구자가 매달 물리학 공부 모임을 갖고 있다.   

물리학과 한의학의 연계는 서양과학과 동양과학이라는 전혀 상반되는 두 개념의 충돌처럼 여겨진다. 물리학과 화학, 물리학과 생물학, 물리학과 지구과학 등 같은 서양과학 분야의 만남처럼 긴밀한 연결과 달리 물리학과 한의학은 개념이 서로 상반된 만큼 현재까지도 쉽게 연결되지 않는 분야들 중 하나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물리학과 한의학의 연결이 이뤄질 기회가 열렸다. 바로 AI 한의사다. 물리학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연구원들 대부분 AI 한의사를 연구하고 있다. AI 한의사를 위해 한의학 지식과 데이터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물리학이다. 물리학의 법칙과 지식을 알아야 고성능, 고차원 AI를 만들 수 있다. 

이들의 은밀한(?) 물리학 공부 모임은 그렇게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스스로 물리학을 공부해 더 발전된 AI 한의사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모임은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저술한 '장회익의 자연철학 강의'를 읽고, 해당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모임원들 간 서로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장 교수의 책은 물리학 내용에 기초해 기존 학문들을 연결 짓는 이른바 통섭을 얘기한다. 물리학과 한의학 연결에 있어 큰 도움으로 작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책을 선정했다. 

장회익 교수의 강연을 기점으로 첫 출발을 시작한 이 모임은 지난 22일 7회차 모임이 진행됐다. 이날 장회익 교수가 직접 한의학연을 방문해 모임원들의 물리학에 대한 질의에 답했다. 

장 교수는 "모든 학문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의 연결고리가 있다"면서 "이러한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며 이를 통해 조금 더 학문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의학이 현대과학 이론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생각해나가면 얻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나 또한 한의학을 함께 이해하며 다음 모임에서는 한의학과 물리학을 함께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포괄적인 책을 읽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섭 팀장은 "이론적으로만 한의학을 공부해왔다. 생명, 생물학이라는 게 치료나 기전을 밝히기 위한 도구로서 받아들였는데 자연철학과 물리학을 함께 공부하며 그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상훈 책임연구원은 "이전에는 물리와 생명의 연결이 어려웠다"면서 "이번 모임을 통해 물리하고 연관시켜 생명이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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