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출연연, 연구장비 인력 양성위한 '자작현미경 대회'
과기부·산업부 산하 기관 협력, 연구장비 공동 활용 확대

"분명 잘 됐는데." 자체 제작한 샘플 시연에 나선 자작현미경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사진= 길애경 기자>
"분명 잘 됐는데." 자체 제작한 샘플 시연에 나선 자작현미경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사진= 길애경 기자>
국내 연구장비 국산화 현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우리나라의 연구장비 수준은 과학기술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기술격차가 크다. 과학기술 역사가 길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압축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로 검증된 외산장비를 선호한 점도 있다.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에 따르면 50억원이 넘는 핵심연구장비의 국산화 비율은 2.5% 수준(20대 핵심장비 중 국산화율 기준)이다. 고가 장비일수록 외산장비가 독점하다시피 한다. 검증 안 된 국산 장비를 사용하면 오히려 평가에서 불리해지고 연구를 더디게 한다는 인식이 만연된 지 오래다. 

국내 장비 기업들의 영세한 점도 연구장비 개발의 한계다. NFEC에 의하면 2013년 기준 국내 장비 기업은 327개다. 이들 장비기업의 75%가 영세한 소규모 기업이다.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는 분석기기 기업인 영린기기와 신코, 아스타를 비롯해 세계 최초의 원자현미경을 개발한 파크시스템, 전자현미경 전문기업 코셈 등을 들 수 있다.

다행인 것은 2008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내 NFEC이 설립했다. 연구장비 운영을 체계화하기 위함이다. 2015년 연구장비개발사업단도 출범했다. 기초지원연은 26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연구장비 공동활용을 촉진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 간 협력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까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연구장비 관리와 운영, 개발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 중 하나다. 

◆ 민간과 출연연 연구장비 개발 인력 양성에 힘모아

국내 연구장비 인력 양성으로 위해 민간과 출연연이 협력해 마련한 대학생 자작현미경 대회.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사진= 길애경 기자>
국내 연구장비 인력 양성으로 위해 민간과 출연연이 협력해 마련한 대학생 자작현미경 대회.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사진= 길애경 기자>
연구장비 인력 양성은 민간과 정부출연연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이준희 코셈 대표가 대학생들과 전자현미경 만들기로 시작해 2016년부터 한국현미경학회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초지원연 등이 주관하고 후원에 나섰다.

자작현미경대회는 학생들이 팀을 이뤄 전자현미경을 만드는 것으로 기본 원리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학습하며 진행하게 된다. 학기 중에도 지속되지만 방학을 이용해 속도를 높인다. 진행하는 동안 습득한 정보는 모두에게 공개한다. 경쟁도 있지만 정보 공유를 통해 더 나은 전자현미경 제작 경험을 해 보자는 취지다.

올해는 7개 팀이 시작해 4개 팀이 마지막 발표에 참여했다. 충남대 3팀(Invisible Dragon, 민지와 친구들, MYOM(Make your own Microscope)과 전북대(PEPSI) 1팀이다. 지난달 29일 표준연에서 열린 대회는 학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시제품을 만들어 진공 등 안됐던 부분을 해결한 과정을 설명하고 전문가의 질문에도 주저 없이 답했다. 전북대 PEPSI 팀은 시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했지만 렌즈만큼은 자신 있다면서 발표에 나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진규 기초지원연 박사, 한철수 기초지원연 박사, 이준희 코셈 대표, 양철웅 한국현미경확회 부회장은 학생들에게 질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준희 코셈 대표에 따르면 그동안 대회에 참여했던 학생 중 몇몇 인력은 연구장비 기업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구장비 개발이나 창업은 오타쿠(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사람)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한다. 자작현미경대회는 그런 끼가 있는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면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흐름을 알고 있어 국내 장비 산업을 이끌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 "모든 산업의 시작, 연구장비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이덕희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회장은 연구장비 개발을 1만시간의 법칙에 비유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자작현미경대회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관련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이덕희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회장은 연구장비 개발을 1만시간의 법칙에 비유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자작현미경대회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관련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함이다.<사진= 길애경 기자>
"연구장비 분야는 다른 산업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의료기기 등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장비 부품마다 인력을 필요로 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공계 인력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입장비가 대체했던 게 사실이다. 국내 시장은 크지 않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덕희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연구장비의 글로벌 지향을 강조했다.

국내 연구장비 시장은 수도권과 대전 중심이다. 기업도 두 지역에 밀집해 있는 편이다. 이 회장은 "대전은 출연연이 많아 시장도 있다. 연구자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하며 사용했던 장비를 사용하면서 외국산 장비가 연구현장을 차지한 것도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장비를 제공하면 잠재적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장비 지원 후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 인력양성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후진국 지원을 여러모로 하고 있다. 그들에게 연구장비를 지원한다면 미래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개발한 연구장비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그러나 연구장비 기업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작현미경대회 의미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연구장비 개발은 종합예술과 같아 아웃라이어의 1만시간의 법칙이나 운동선수의 오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면서 "자작현미경대회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장비분야 좋은 인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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