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원동규 KISTI R&D투자분석센터장
R&D PIE 등 패키지형 R&D 체제 구축 통해 글로벌화 도모

원동규 KISTI R&D투자분석센터장은 패키지형 R&D 체제를 통해 패러다임 변화를 이뤄나갈 것을 언급했다.<사진=이원희 기자>
원동규 KISTI R&D투자분석센터장은 패키지형 R&D 체제를 통해 패러다임 변화를 이뤄나갈 것을 언급했다.<사진=이원희 기자>
지난 7월 일본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에 이어 8월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한 것. 핵심 국가산업이라 할 수 있는 분야의 주요 소재가 타격을 받으며 위기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후 주요 생산기업과 관련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 발 빠른 대처를 통해 주요 품목에 있어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 원천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뒤처진 기술 수준과 촉박한 시간, 긴급한 상황임에도 원동규 KISTI R&D투자분석센터장은 지금이 '기회'임을 강조했다.

◆ 패키지형 'R&D PIE'···국가 R&D 패러다임 바꾼다 

"기존 R&D는 기술에서 시장으로의 직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거쳐 가야 할 분야가 많고, 단순 연구만 해선 따라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즉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원동규 센터장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단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 R&D 패러다임의 변환점임을 강조했다. 다른 분야였어도 나타났을 국내 R&D 체제의 문제점이라는 뜻이다.

원 센터장은 "글로벌 R&D의 주요 분야는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 핵심분야와 결합된 융합기술이다"라며 "하지만 신기술을 활용할 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아 시장진입 자체가 문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드론과 원격의료의 경우 기술력은 앞서 있었지만 그에 맞는 규제와 인프라 등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실용화가 늦거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술부터 산업계 인프라, 인력현황과 육성,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수였고, KISTI의 'R&D투자분석센터'가 본격적으로 출발을 알렸다.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시스템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투자평가에 활용하는 방향이다. 

KISTI의 'R&D PIE' 플랫폼. 자율주행자동차를 선택할 시 연관 분야와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사진=KISTI 제공>
KISTI의 'R&D PIE' 플랫폼. 자율주행자동차를 선택할 시 연관 분야와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사진=KISTI 제공>
R&D투자분석센터는 기술-산업-인력양성-제도를 하나의 횡적 패키지로 묶은 'R&D PIE'를 개발했다. 투자모형이 파이 모양을 닮음과 동시에 투자평가플랫폼(Platform for Investment & Evaluation)의 영문 약자이기도 하다.

R&D PIE는 혁신성장 10대 분야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기술 분류와 설명, 논문현황, 특허현황, 해외투자현황, 과제현황 등 원하는 기술군의 정보는 물론 해당 기술군에 R&D 투자 시 창출될 수 있는 고용창출, 부가가치 및 전후방연계효과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까지도 선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의 주행기술을 선택 시 연관되어 있는 주요기술들이 연결된 파이모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R&D 시 필요한 정보는 물론 융합연구의 시너지도 이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기존에 R&D 정부 R&D투자실적이 적거나 없는 공백투자 기술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하나는 정부투자의 필요성은 있으나 아직까지 R&D투자가 안된 분야로  적극적인 R&D투자가 필요한 분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간기업의 기술력이나 점유율이 높은 경우로 정부투자의 필요성이 없는 분야에 해당된다. 아직까지 민간기업의 R&D투자현황 데이터는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중소기업 DB를 활용하거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의 관련 데이터 확보를 통해 민간 부분의 R&D 투자정보 역시 연계할 수 있도록 진행 중에 있다.

현재 가장 화두가 되는 소부장의 R&D PIE도 진행 중이다. 원 센터장은 "R&D PIE를 이용해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을 파악함과 동시에 필요한 부분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 산업계와 시장 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R&D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 데이터 기반의 미시화···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한 시각 변화

원동규 센터장은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R&D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기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미시화는 필수임을 강조했다.<사진=이원희 기자>
원동규 센터장은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R&D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기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미시화는 필수임을 강조했다.<사진=이원희 기자>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감히 과학기술계의 IMF 사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해낸다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죠. 이를 위해선 기존 거시적 비전 제시보단 미시적 상황파악 및 방향제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원 센터장은 이번 위기 극복 및 발전을 위해선 시각의 변화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일본에 대응하자!"와 같은 거시적 목표 제시보단 미시적 관점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분야별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향후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수다. 원 센터장은 "미시적으로 접근할수록 각 부분에 맞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는 자발적 발전을 설득함과 동시에 촉진하는 필수요소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산·학·연·관의 연계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 센터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정책사업보다 정치가 선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라며 "특히 데이터 기반 인프라를 전제로 하는 이번 사업의 경우 일관성 확보를 위한 법적 또는 제도화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KISTI는 R&D투자분석센터의 R&D PIE와 KISTI 국가연구데이터, NTIS 국가 R&D 정보의 상호연동을 통해 '데이터 기반 R&D투자-지식축적-혁신성장 및 4차산업혁명 제고-기술혁신 및 융합활성화-총 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경제성장-신규 R&D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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