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신구세대 6일 만나 상호 활동 공유·지지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응, 경제·안보 강화 위한 일"
"대통령, 정책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인정하고 바꿔야"

원자력계 신구세대가 6일 대덕넷에서 만났다. 이들은 그동안 원자력계가 부족했던 소통을 뼈아프게 여기고, 각자의 방식으로 국민들과 소통 중이다. 왼쪽부터 윤선광 UST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연구원, 박현수 박사, 김병구 박사, 권준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부생. <사진=김인한 기자>
원자력계 신구세대가 6일 대덕넷에서 만났다. 이들은 그동안 원자력계가 부족했던 소통을 뼈아프게 여기고, 각자의 방식으로 국민들과 소통 중이다. 왼쪽부터 윤선광 UST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연구원, 박현수 박사, 김병구 박사, 권준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부생. <사진=김인한 기자>
시련이 뭉치는 계기를 만들었다. 원자력계 신구세대가 만났다. 적게는 40년 많게는 50년 나이 차이, 세대를 초월한 만남이다. 원로들은 원자력 기술 자립을 위해 황무지를 걸었고, 신진들은 탈(脫)원전 정책으로 모두가 외면하는 길을 걷고 있다. 신구세대 모두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심정이다. 각 시대의 사명은 달라졌지만, 원자력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 

지난 6일 김병구·박현수 박사와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연구원(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 권준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부생, 윤선광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양자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과정생이 만났다. 서로의 활동을 소개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냈고, 후배들은 세대를 불문해 원자력계가 똘똘 뭉쳐 원자력 바로 알리기 총력전을 펼치자고 했다. 

이들 모두 그간 원자력계가 부족했던 소통을 뼈아프게 여기고, 각자의 방식으로 국민들과 소통 중이다. 원로들은 최근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줄 수 있을만큼 한국의 원자력 여명기부터 기술 자립, 원전 수출 스토리를 쉽게 풀어썼다. 젊은 세대들은 시민 참여형 원자력 축제 기획, 유튜브 채널(핵인싸) 운영, 거리 서명 운동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원자력을 바로 알리고 있다. 

◆"국내 어려움 있지만 좌절 말라···전 세계가 미래세대의 무대"

권준호(이하 권) = 2017년 말, 학부 전공으로 원자력 공학을 선택했다. 당시 탈원전 논의가 한창이라 부모님부터 주변까지 걱정이 많았다.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로 한국형 원전이 수출되는 모습을 보면서 원자력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탈원전 시류도 있었지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했다. 그리고 KAIST 학생은 나라에서 돈을 받으면서 공부하는데 어쨌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병구(이하 김) = 저도 해외 유치과학자로 1975년 한국에 들어오면서 권 군과 생각이 비슷했다. 당시에는 국내 정세 때문에 귀국을 안 할 때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 희소가치가 있고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원전 기술 자립만 생각했고, 국산화를 했다. 산업 생태계도 만들어졌다. 원전에 들어가는 기자재, 서비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보급할 수 있는 기업이 500여 개가 계열화가 됐다. 그걸 가지고 수출도 했고,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C)에서 설계 인증도 받았다. 해외 진출하기 아주 좋은 상황인데 국내 사정은 여의치 않게 됐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래 세대는 대한민국만이 무대가 아니다. 전 세계가 무대다. 지금 정부가 탈원전한다고 아우성치지만, 선진국·개발도상국에서 원전을 못 해서 안달이다. 가압경수로(PWR)를 단일화하고 표준화한 나라가 대한민국과 프랑스밖에 없다. 표준화를 함으로써 기술이 축적되고, 수출력도 생긴 것이다.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상단 왼쪽부터 윤선광 UST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연구원, 권준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부생, 하단 왼쪽부터 김병구 박사, 박현수 박사. <사진=강재석 인턴기자>
상단 왼쪽부터 윤선광 UST 박사과정생, 조재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연구원, 권준호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학부생, 하단 왼쪽부터 김병구 박사, 박현수 박사. <사진=강재석 인턴기자>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응, 경제·안보 강화 위한 일" 

조재완(이하 조) = 원자력이 미래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환경 문제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원자력이다. 다른 나라는 원자력 비싸서 못한다. 우리나라는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 기술로 전 세계에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 세대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걱정 없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박현수(이하 박) = 전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우리가 원자력을 안 한다고 한다. 사인 곡선이 자꾸 내려가고 있다. 적당히 내려갔을 때 올라가야지, 사인 곡선 밑으로 내려가서 올라오려면 엄청나게 힘들다. 중동의 원전을 중국과 러시아가 짓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 원자력을 많이 했지만,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 원전을 같이 지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한국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만 잘 돌리면 수출 산업 되고, 미국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지는 것이다. 

권 = 원자력이 대한민국 대외역량을 강화하는 시금석이 되고 받침돌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고, 세계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한민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원자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UAE 수출을 본보기로 삼아 우리가 미래에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 국제 사회 일원으로 영향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원자력을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원자력에 대한 담론을 확산시키고, 전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국제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세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정책,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인정하고 바꿔야"

박 = 프랑수아 미테랑이라는 프랑스 대통령이 있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이 탈원전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에너지 정책을 훑어보니깐 국가 발전에 원자력이 미친 영향을 알게 된 거다. 그래서 공약을 접었다.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다소 무리한 공약을 했더라도 국민을 위해 바꿀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정책이 아니다 싶으면 바꿔야 한다. 속도라도 늦춰야 한다. 

윤선광(이하 윤) = 원자력을 바로 알리고, 시민들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친원자력 캠페인 같은 축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다. 원자력의 친환경성을 사람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것을 시민들로 하여금 입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알려 나가는 캠페인이 중요하다. 

◆"미래세대 좌절 말라···세대, 범위 막론하고 내부 소통 강화하자"

김 = 한국만이 무대가 아니다. 동남아, 중동, 유럽, 심지어는 미국까지도 원전은 짓는다. 그곳에 여러분 같은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 하나는 잘하셔야 한다. 기술과 외국어 하나만 잘 챙기면 미래에 오히려 남들이 안 하는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다. 

박 = 여러분들 좋은 공부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보라. 에너지 없는 나라에서 원자력은 안 할 수가 없다. 희망을 가져라. 

권 = 오늘 대선배님들 만나 뵙게 돼 영광이다. 이럴 때일수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를 불문하고, 범위를 막론하고 총력전을 펼쳐서 한 사람에게라도 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게 책임 있는 사회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력 학계·산업계·연구계 불문하고 세대 계승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배들과 대선배님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부적인 교류의 자리를 만들어 일취월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 = 우리 같은 원로들 불러서 얘기해달라고 하면 언제든 갈 용의가 있다. 기회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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