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희 현대차 부사장 26일 KAIST AI 대학원서 강연
이스라엘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엠디고'에도 전격 투자
"전 세계서 합종연횡···개방 혁신 없이 미래 대비 불가능"

설원희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26일 KAIST AI 대학원을 찾아 미래 예측과 그에 따른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설원희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26일 KAIST AI 대학원을 찾아 미래 예측과 그에 따른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복잡한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 중 하나가 목표 지점에서 출발로 되돌아오는 방식입니다. 미래 사회를 조망해보지 않으면, 현재의 역량을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쓸 수 있어요. 지금 현대자동차가 차를 잘 만든다고, 그쪽으로만 역량을 증가하려고 노력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설원희 현대자동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26일 KAIST AI 대학원에서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현대차 전략기술본부는 자동차 이후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조직이다. 설 부사장은 SK텔레콤에서 정보기술원 IT인프라개발그룹장과 SK텔레콤의 미국 법인 힐리오 대표, M&F 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다 올해 6월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설 부사장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아무런 도전 없이 발전해온 자동차 산업은 최근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위기는 동시에 새로운 변혁의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로 현대차도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래 산업 전반에 걸쳐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미래공통융합기술(CCT·Cross Cutting Technology)로 표현한다. 

"전 세계에서 2040년 정도 되면 공통적으로 뽑는 키워드가 네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고요. 사람과 제조 분야 등 전 분야에서 위험이 예방됩니다. 고도의 개인화가 이뤄집니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경 같은 이슈가 확대될 것입니다. 이런 미래 사회를 그리면서 현대차가 선정한 CCT는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입니다."

◆ 미래 보는 현대차, 이스라엘 바이오헬스 회사에도 전격 투자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던 도요타 자동차는 통신망과 관련 IT를 보유한 소프트뱅크와 의기투합해 관련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BMW, 벤츠, 혼다 등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도 미래차 개발과 미래차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도 미래차 제조와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엠디고(MDGo)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엠디고는 차량 탑승객 외상 분석 전문 기업이다. 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부상 상황을 예측해 초기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엠디고는 AI를 활용한 의료 정보 분석 분야에서 최고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엠디고에 대한 전략 투자를 계기로 해당 서비스를 자사 자동차에도 탑재할 계획이다. 

설 부사장은 "현재 엠디고가 AI를 활용해 환자 정보를 분석하는 정확도가 87%에 육박한다"면서 "현대차는 모빌리티와 밀접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예방 의학, 예측 의료, 맞춤 의료, 참여 의료 쪽에 관점을 두면 미래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 전개될 수 있고, 모빌리티와도 많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 AI와 '하늘 나는 로보택시' 연구 집중

이날 설 부사장이 발표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도심용 에어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택배 드론 ▲로보택시 ▲수소사회·수소모빌리티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자율주행 물류배송 ▲모빌리티 통합허브(플랫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AI 전담 조직을 만들고,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한국 서울에 글로벌 5대 거점을 구축하고 내·외부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AI와 하늘 나는 로보택시(UAM)를 위해 글로벌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AI 기술에 쓰이는 칩셋(메인보드 집적 회로)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AI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소화하고, 엣지 단위에서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저전력, 고성능의 엣지용 AI 칩셋이 많아져야 한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P&G 내부 인력 9000명, 외부 인력 150만명과 협업해 혁신 주도"

이날 설 부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래 혁신을 위해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 바이두, 미국 P&G는 개방을 통한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설 부사장은 "P&G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로 내부 인력이 9000명이지만,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기술을 가져온다. 이 기업이 지금까지 밖에 있는 사람과 연구개발을 진행한 숫자를 모두 더하면 150만명이다. 지금도 35% 이상 외부 연구개발 인력을 통해 상품을 출시하는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바이두도 자사의 AI 역량을 기반으로 주력 미래 산업을 자율주행차로 선정했다"며 "160여 개 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단기간 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현대차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현대차가 50년 동안 자동차 회사로 왔지만 이제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다가오는 미래를 눈치채지 못하면 지금의 사업도 죽어버리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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