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현장과의 지리적 이점 '부각'····간담회, 토론회 등으로 보다 '밀착'
표면적 소통 증가했으나 실질적 교류는 부족

"과천에 있을 때보다 대덕을 더 자주 가게 된다. 담당기관 일이나 행사가 있으면 꼭 찾는다. 30분도 안 걸리는 지리가 강점이다."(과기부 A 사무관)

"지리적으로 가까워진 만큼 편해졌다. 급하면 전화도 하지만 과기부에 자주 간다. 사소한 일로도 자주 만나야 한다. 현재 기획부서가 주로 오고 간다. 관료들이 지리적 인접성만큼 이젠 연구 현장을 세밀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출연연 관계자 A씨)

오는 26일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이전한 지 100일을 맞는다. 과기부는 지난 8월 19일 세종파이낸스센터 2차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한 이후 세종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기부는 세종청사 입주 이후 새로운 장관(유영민 장관→최기영 장관)을 맞이했다. 최 장관은 9월 10일 취임식을 가진 이래 일본 수출품목 규제로 인한 소재·부품·장비 대응에 주력했다. 10월 첫 국감을 치렀고, 국회 예산 심의 작업 등이 진행됐다.

과기부의 세종 이전 이후 표면적인 연구현장과의 소통은 많아지는 추세다. 연구자 출신의 장관 부임으로 현장이 중시되면서 장·차관, 혁신본부장 등이 각종 간담회, 소통 등을 이유로 연구현장을 찾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IBS 등을 찾아 젊은 연구자, 우주 전문가, 소재부품장비 전문가, R&D 전문가 등을 만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미옥 제1차관과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지속적으로 현장을 찾았다. 전임 유영민 장관이 드물게 대덕을 찾았던 일과 대비되는 일이다. 

◆ "지리적 강점 커지고, 교류도 증가···실질적 소통과 정책 반영에는 '글쎄'" 

현장과의 소통이 많아지는 이유로는 과기부 이전에 따른 지리적 이점이 꼽힌다. 연구현장, 타부처와의 거리가 가까워져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과천 이동 시 하루가 소모됐다면 30여 분으로 거리가 단축됐다.

출연연 B 박사는 "과천을 가면 하루가 소요됐는데 30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져서 하루 2~3번 가기도 쉽고, 도로에서 절약되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세종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젊은 실무진, 세종에서 과천으로 직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과천 대비 값싼 주거비용, 생활비용이 제시됐다.  

대학, 출연연 소속 연구자로서 연구성과를 홍보하기에도 수월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교수 A씨는 "과기부에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남부지방에서 과천보다 세종이 연구성과를 브리핑하는데 동선이 편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과기부 B 사무관은 "주변 동료들을 보면 사업개편 개선 논의, 현장의견 수렴차 세종, 대덕서 논의가 이뤄진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산하기관이 서울에 있거나 국회 업무가 있어 불편함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과기부 C 과장도 "국회를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져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서 "업무상으로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젠 표면적이 아니라 실질적 교류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장 실무자들이 보다 많이 연구현장을 찾고, 교류의 장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전히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높다는 것이다. 

출연연 C 박사는 "아직 교류와 소통의 장이 많지 않고, 물리적·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한다"면서 "과기부 공무원들이 현장에 방문해서 소통하고,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출연연에서 주로 과기부를 찾아가는데 과기부 관료도 연구현장을 종종 찾아 교류하며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면서 "공무원들이 손내밀고, 마음열고, 실무자가 현장보고 의견 들어보면서 현장감 있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좀 더 연구자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4차 산업혁명, 소재·부품·장비와 같은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연구자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대형과제에 연구비가 집중되고 연구비 수주 경쟁도 필요하나 개개인이 하고 싶은 연구나 실효성있는 산학협력을 수행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과기부 A 사무관은 "현실적으로 연구현장과 밀접해지고 교류하고 싶어도 출장계를 올려야 하고, 바쁜 출연연 사람들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미리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과기부 D 과장은 "세종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예산 심의 의견 수렴, 부처 합동 설명회, 기재부와의 업무협의 등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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