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연구진, 환경호르몬 BPA로 인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감소·행동장애 찾아
실험동물 대비 기간·비용 10분의 1 수준으로

실험동물을 둘러싼 연구윤리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독성실험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배명애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박사팀이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해 비스페놀A(BPA)의 뇌신경 교란 장애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BPA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켜 행동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운동성 평가와 색 선호도 비교실험,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을 수행했다.

일반적인 제브라피쉬는 선천적으로 파란색을 선호하고, 선호도는 70% 수준이다. 운동성 평가와 색 선호도 비교실험에서 이와 달리 BPA에 노출된 실험군은 운동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고, 파란색 선호도가 50%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도파민 감소와 연관돼 있다. BPA가 제브라피쉬 치어에 높은 농도로 축적되고, 독성물질로부터 뇌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 장벽을 쉽게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도파민 합성경로를 감소시키고, 신경 장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제브라피쉬 치어의 행동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경전달물질 분석실험에서도 BPA에 노출된 실험군의 도파민 양이 정상군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실제 정상모델의 도파민 함량이 0.65ng(나노그램)인 반면, BPA 노출모델의 도파민 함량은 0.56ng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에서 티로신, L-DOPA의 경로를 거쳐 도파민으로 합성된다. 각 단계의 BPA 노출모델의 함량도 정상모델과 비교해 80% 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페닐알라닌 함량의 경우, BPA 노출모델의 양(60.7ng)이 정상모델(75.6ng)의 80%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BPA 독성실험 결과를 3일만에 확인했다. 보통 설치류 동물을 이용하면 1개월 정도 걸리던 일이다. 기간이 10분의 1로 감소했다. 제브라피쉬 치어의 실험비용도 설치류 동물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제브라피쉬는 세포실험과 달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동시에 다량의 유해물질 평가도 수행할 수 있다. 제브라피쉬는 인간 유전자와 90% 이상 비슷한 담수어이다. 성체 크기가 3~4㎝ 정도로 작고, 한 번의 교배로 수백 마리의 개체를 확보할 수 있다.

배명애 화학연 박사는 "제브라피쉬 치어를 이용한 실험은 설치류 동물실험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동물실험 윤리문제에서도 자유롭다"며 "제브라피쉬는 투명해서 심장이 뛰는 것부터 혈액이 흐르는 것까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BPA 독성실험의 성공으로 제브라피쉬의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실험동물 대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구는 환경분야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 최신 온라인판에 '제브라피쉬 치어 모델의 비스페놀A 급성 노출에 의한 신경화학·행동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제브라피쉬기반평가사업단'의 지원을 받았다. 

배명애 화학연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장이 실험동물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배명애 화학연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장이 실험동물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브라피쉬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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