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문지동서 'KAIST Startup팅' 열려
'오름테라퓨틱' 대표·직원들과 학생들 만나
인생·진로 상담, 벤처 궁금증 해소···진지한 질의응답
"각자의 진로 방향은 당장 정확히 알 수 없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보자. 일어나지 않은 것을 고민하지 말고 자신이 지금 관심이 있고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면 믿고 가라."(이성규 오름테라퓨틱 직원)
28일 저녁, 대전 문지동 플랜아이 코워킹스페이스에는 바이오벤처 직원들과 KAIST 학생들의 진로 상담이 한창이었다. 스타트업과 학생들이 '소개팅'을 하듯이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는 'KAIST Startup팅' 행사다.
학생들의 소개팅 대상은 '오름테라퓨틱(대표 이승주·이하 오름)'이다. 차세대 항체 기술로 항암제와 난치병치료제를 개발하는 대전의 바이오벤처다.
이날 KAIST 생명과학과·바이오및뇌공학과·생명화학공학과·의과대학원 등의 학부생과 대학원생 70여 명이 참여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은 무슨 일을 하는지, 대기업과 차이가 무엇인지, 창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증을 품고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은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스타트업에서도 논문을 쓸 수 있는지, 개발자와 창업자의 역할은 어떻게 배분하는지 등 창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한 학생은 창업과 대학교 실험실 세팅의 다른점을 물었다. 이에 이승주 대표는 "전자는 교수에게 책임이 후자는 창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창업자가 되면 잠도 안 오고 스트레스도 크지만 다니고 싶은 회사를 설계하고 창의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창업할 때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기준을 묻는 말에는 "나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젊은이라면 학습능력과 맨땅의 헤딩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들은 자신들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성규 씨는 제약회사에 다니다 변호사가 되어 사무실을 경영했던 경험을 말했다. 김규리 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길은 한 가지만 있지 않다"며 "진로를 선택할 때마다 내가 하고픈 일에 가까워지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오름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는 발표도 있었다. 오름에서 2년째 전문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정호 연구원은 "오름에는 직급이 없고 토론이 개방적이고 재능이 있으면 누구든지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며 "전문연구요원이라고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벤처와 진로에 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에 관심이 있다는 한 KAIST 생명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벤처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러 왔다"며 "대기업과 벤처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됐고, 창업 관련 실질적인 이야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공과목을 5개만 들어서 아직 생명과학을 잘 모르는 상태다. 진로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 나중에 대학원을 무조건 가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와보니 생각보다 벤처의 분위기도 좋고 인턴도 해보고 싶다. 다양한 길을 생각할 수 있었다." (정다현 KAIST 생명과학과 2학년)
"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었다. 딴짓을 많이 해보라는 직원분들의 조언이 와닿았다. KAIST를 졸업해도 변호사도 될 수 있고 유학을 가서 다른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활동 범위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채연 KAIST 생명과학과 2학년)
"IT 계열 회사는 오늘 같은 행사를 자주 여는데 바이오벤처는 흔치 않다. 바이오벤처는 비밀스럽게 연구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퍼져 있는데 오늘 방문하게 되어 좋았다.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정해진 이력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배웠다." (조재영 KAIST 전산학부 2학년)
마지막 일정으로 참가자들은 오름테라퓨틱을 방문해 사무실과 실험실을 둘러봤다. Startup팅은 KAIST 창업원 판교센터와 KAIST 동아리 3곳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참가하는 스타트업이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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