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쇄빙선 '아라온' 31일 11번째 남극탐사 위해 떠나
연구수행하며 고립된 각국 연구자 구조도 다수
강성호 부소장 "북극 중심 연구 위해 '차세대 쇄빙선' 必"

북극해에서 연구 중인 연구자들과 아라온.<사진=극지연 제공>
북극해에서 연구 중인 연구자들과 아라온.<사진=극지연 제공>
"우리나라 극지 해양연구는 아라온호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의 매년 아라온을 탔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극지 해양연구를 할 수 있게돼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올해로 10살이 됐다. 북극해 연구를 마치고 10월 초 귀향한 아라온호는 현재 인천항에 정박 중이다. 31일 오전 11번째 남극 탐사를 위해 다시 한 번 떠난다.

아라온호는 향후 5개월간 남극을 항해하며 기후변화 지역적 차이와 남극 해양보호구역의 해양생태계 구조 및 기능 등 연구를 수행한다. 급격하게 녹고 있는 해빙이 해수면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 다양한 연구가 계획돼있다.
 
지난 10년 동안 아라온은 남극 이동과 연구 항해에 연평균 약 177일, 남극기지 보급에 약 15일, 북극해 이동과 연구 항해에 약 67일이 활용됐다. 365일을 기준으로 연구 항해가 일정의 54%, 준비·보급·수리·시험항해가 46%를 차지한다. 매년 남북극 해에서 각각 7~8개의 중대형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09년 11월 6일 우리나라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이 탄생했다. 첫 공개돼 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아라온의 모습.<사진=극지연 제공>
09년 11월 6일 우리나라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이 탄생했다. 첫 공개돼 인천항에 정박해 있는 아라온의 모습.<사진=극지연 제공>
아라온호 건조 후 매년 아라온을 타고 연구한 강성호 극지연구소 부소장은 2009년 인천항에서 열린 첫 취항식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아라온호 건조 이전 남극해 연구는 10명 내외 연구진이 보름 남짓한 시간동안 타국 배를 빌려 여러 과제를 모아 한꺼번에 연구하는 식으로 힘겹게 꾸려졌지만 아라온이 생긴 후에는 다른 연구원들이 가지 못한 곳을 선점해 연구함으로써 최초의 연구 자료들을 주도적으로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로 세계 최초로 북극 동시베리아 해에서 거대빙상의 증거를 발견하고 남극 아문센해 빙붕 해빙 원인을 밝혀내는 등 성과를 들 수 있다.
 

강성호 극지연 부소장은 2009년 인천항에서 본 아라온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사진=극지연 제공>
강성호 극지연 부소장은 2009년 인천항에서 본 아라온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사진=극지연 제공>
강 부소장은 "해류가 아주 빠르게 흘러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연구를 수행하지 못했던 남극 중앙해령에서의 성공적인 시료 채취와 데이터 획득은 아라온호 없이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극지해양연구의 질이나 수준은 아라온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쇄빙선에서 보통 3~4개월을 생활하며 연구를 한다. 어려움도 많지만 과거 다른 나라의 배를 빌려타 연구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우리의 연구선을 갖게 된 일은 굉장히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라온호 이전 우리가 다른 나라의 쇄빙선을 빌려 타 공동연구를 했듯, 지금은 선진국 연구자들이 아라온을 타며 국내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강 부소장에 따르면 미국은 다양한 남북극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만 남극 중심의 쇄빙선만 보유하고 있어 북극 연구일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아라온호가 북극으로 연구를 수행하러 갈 때 미국의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연구하는 일이 많다. 강 부소장은 "아라온호의 외국 과학자 승선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선진 극지 과학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자연 현상과 노하우 등을 배우며 서로 도움이 되는 기회가 열렸다고 본다. 우리나라 극지 과학의 빠른 발전과 국제협력을 주도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여러 차례 생명을 구조했다.

2011년 12월 남극 로스해에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의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선원 32명을 모두 구조했고, 2015년 12월 남극해에서 조난당한 우리나라 원양어선 썬스타호를 구조했다. 2019년 1월에는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인근 섬에서 기지건설 작업 수행 중 고립된 중국 조사단 24명을 구조하는 등 국가 위상을 높였다.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를 구조하는 아라온.<사진=극지연 제공>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를 구조하는 아라온.<사진=극지연 제공>
◆ "과학영토 넓힐 '차세대 쇄빙선' 건조해야"

"자동차도 10년을 타면 엔진에 무리가 가듯, 쇄빙선도 마찬가집니다. 칼날이 닳듯 얼음을 깨고 부수는 부분도 조금씩 무뎌집니다. 북극 중심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쇄빙선 건조가 필요합니다. 아라온은 남극 중심, 차세대 쇄빙선으로 북극 중심 연구를 수행하고자합니다."

올해로 10살이 된 아라온호는 육지에서 해양으로 극지 연구의 영역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라온호는 지금까지 '남극 중심'으로 연구에 투입됐다. 이는 쇄빙 능력과도 연관이 있다.
 
북극해 해빙은 보통 2∼5m로 남극해보다 2배 이상 두껍다. 강 부소장에 따르면 육지가 중심이 돼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극과 달리 바다가 중심이 돼 바다 얼음(해빙)이 쌓인 북극 중심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쇄빙 능력이 필요하다. 
 
7507t으로 1m 두께의 평평한 얼음 덩어리를 시속 3노트로 깰 수 있는 아라온보다 약 1.5배 업그레이드된 1만 2000t 수준이어야 북극해 중앙의 공해역까지 갈 수 있다.

 

강 부소장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쇄빙선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온난화라해도 북극 중심에 들어가려면 쇄빙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새로운 북극항로와 기후변화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등을 위해 차세대 쇄빙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빽빽한 일정으로 높아지는 안전사고위험도 우려된다. 강 소장에 따르면 아라온호는 남북극해 결빙해역 연구를 시작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간 항해일수가 연평균 10%씩 지속해서 증가했다.

추진기 등 항해 기관 장비 긴급 수리와 신규 연구 장비 도입 및 설치에 따른 연구 장비 성능 시험항해 등 연 60일 이상의 '운항 예비일'을 확보해야 하지만 항해 증가로 운항 예비일이 60일 이하로 감소하고 있다. 운항 예비일 감소는 안전사고위험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안전한 연구환경을 위해 꼭 확보해야한다.
 
배 건조하는 것 자체가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예산 확정을 받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차세대 쇄빙선 건조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극지연과 해양수산부는 연구수요 조사부터 다시 실시해 예타에 재도전했다. 오는 11월에서 12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타를 통과하면 2025년 취항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쇄빙 연구선 건조가 시작된다. 현재 아라온호는 연구항해보다 물자보급과 남북극을 오가는 항해시간이 더 많은 상황이다. 극지연은 아라온호를 남극 중심으로, 차세대 쇄빙선을 북극을 중심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다.
 
강 부소장은 매년 아라온을 탔지만 올해는 부소장직을 역임하면서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줬다. 그는 "아라온호를 직접 타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후배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라온 10주년 기념 영상<영상=극지연 제공>


아라온과 아델리펭귄.<사진=극지연 제공>
아라온과 아델리펭귄.<사진=극지연 제공>

건조 중인 아라온 모습.<사진=극지연 제공>
건조 중인 아라온 모습.<사진=극지연 제공>

북극을 항해하는 아라온.<사진=극지연 제공>
북극을 항해하는 아라온.<사진=극지연 제공>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