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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미래 쓰는 '궁극의 질문'

KAIST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궁극의 질문' 공모전 개최
질문 680개 접수···일상 현상을 과학적 질문으로 확장시켜
"미래는 문제풀기 보다 스스로 문제 만드는 능력 키워야"
KAIST는 지난 4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궁극의 질문' 공모를 했다. 680개 질문이 접수됐고, 그 중 최우수상 11개, 우수상 31개가 선정됐다. KAIST 캠퍼스에는 학생들의 질문으로 가득하다. <사진=김인한 기자>KAIST는 지난 4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궁극의 질문' 공모를 했다. 680개 질문이 접수됐고, 그 중 최우수상 11개, 우수상 31개가 선정됐다. KAIST 캠퍼스에는 학생들의 질문으로 가득하다. <사진=김인한 기자>

10월 초 KAIST 대전 본원. 캠퍼스 길을 따라 각양각색의 깃발들이 펄럭인다. 깃발마다 질문이 가득하다. 이공계 인재들의 중심 축 KAIST에 질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만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궁극의 질문을 찾아보자는 시도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가 가능할까', '영구적인 저장 매체는 존재할까', '빨지 않아도 되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 등 학생들의 질문이 캠퍼스를 수놓았다. 

선진국이 만든 문제를 전례 없는 속도로 풀어낸 한국이 이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출발은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질문이다. KAIST는 지난 4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궁극의 질문' 공모를 진행했다. 교수와 학생이 질문에 질문을 거듭해 연구의 기폭제를 만들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을 해보자는 취지다. 구성원들 간 질문 공유의 목적도 담았다. 

질문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사실은 유대인을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전 세계 인구 중 1%도 안 되는 유대인은 노벨과학상만 145명 배출했다. 노벨생리의학상 54명·노벨물리학상 56명·노벨화학상 35명이다. 유대인들은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공부할 때 서로 짝지어 토론하는 교육(하브루타)을 한다. 부모나 교사는 학생이 궁금증을 느낄 때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하고, 함께 토론만 할 뿐 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지식을 체득하고 사고력을 길러내라는 목적에서다. 

질문 문화 확산을 위해 진행된 '궁극의 질문' 시상식이 지난 17일 KAIST에서 열렸다. 총 680개 질문이 접수된 가운데 최우수상 11개, 우수상 31개가 선정됐다. KAIST 교수 12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심사는 블라인드로 이뤄졌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닉네임으로 공모를 받았기 때문이다. 학생 한 명이 질문 27개를 공모하기도 했다. 

KAIST 궁극의 질문 공모전에는 일상 현상을 자신의 연구 분야로 끌고 들어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학생들이 성과를 냈다. <사진=김인한 기자>KAIST 궁극의 질문 공모전에는 일상 현상을 자신의 연구 분야로 끌고 들어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학생들이 성과를 냈다. <사진=김인한 기자>

◆ 일상 속 현상, 이면에 과학적 사실을 보다

심사 결과, 일상 속 현상을 자신의 연구 분야로 끌고 들어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사례가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 

박범식 전기및전자공학부 학생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져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질문 선정 배경에 대해 "각종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컴퓨터의 사용이 극대화되면서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모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광자를 활용한 컴퓨터를 만들거나 생물체를 모방해 유기물을 이용한 방식으로 동작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면 또 한번의 데이터 혁신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안호진 화학과 학생도 '빨지 않아도 되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옷을 빨지 않아도 된다면 세제와 미세 섬유로 인한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세탁하는 시간도 아낄 수 있다"면서 "사람 몸에서 나오는 주요 오염 물질은 지방 성분과 질소 함유물이다. 외부의 빛이나 몸에서 나는 열을 이용해 이들을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탈착시킬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언급했다. 

'영구적인 저장 매체는 존재할까'라는 질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구본승 화학과 학생은 "많은 기업이 손톱만한 장치에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디지털 정보 저장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면서도 "현재 지식을 수만 년 후 후손들에게 안전하게 물려주려면 물리, 화학적 변화에도 강한 내성을 가지고 훼손이 되더라도 최소한으로만 데이터를 소실하는 저장 매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궁극의 질문 심사를 맡은 이효철 KAIST 화학과 교수는 "연구를 할 때 질문을 던지는 일은 여행을 할 때 목적지를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자신만의 질문을 한다는 건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나아간다는 의미다. 평소에도 새롭고 재미있는 질문을 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의 질문' 최우수상 수상자의 모습. 오른쪽은 조광현 KAIST 연구처장의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궁극의 질문' 최우수상 수상자의 모습. 오른쪽은 조광현 KAIST 연구처장의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기술 패권 주도하기 위해선 문제 풀기보다 스스로 문제 만들어야"

신성철 총장은 이날 시상식에 참가해 "기술 패권을 주도하기 위해선 문제 풀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신성철 총장은 이날 시상식에 참가해 "기술 패권을 주도하기 위해선 문제 풀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신성철 총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적 기적은 물론 과학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면서도 "그렇지만 한국이 지금도 외국 기술을 수입하는 이유는 과학 선진국들이 낸 문제와 답을 열심히 모방하고 추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독자적으로 문제를 내고, 그 답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며 "추격을 넘어 선도하기 위해선 질문과 토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장은 "이스라엘 민족은 인구당 노벨상 배출이 가장 많은 민족"이라며 "이스라엘 사람 두 명이 모이면 항상 세 가지 이상의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자신의 주장을 도전적이고 때로는 뻔뻔하게 말하는 후츠파 정신을 본받아 토론 중심의 교육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는 문제를 푸는 능력을 가르쳤다면, 앞으로는 문제를 만드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아인슈타인에게 1시간이 주어지면 55분 문제를 만들고, 5분 문제를 푼다고 했다. 문제를 만드는 게 훨씬 수준이 높다. 오늘날에 있기까지 새로운 발견은 당시에 전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결국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학문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일은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이치다. 혁신적인 주체들은 주어진 문제 풀이를 넘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묻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세상을 개척해나간다. KAIST에 스며들고 있는 질문 문화가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KAIST 본원에서 '궁극의 질문'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김인한 기자>지난 17일 KAIST 본원에서 '궁극의 질문'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김인한 기자>
아래는 수상자 명단.

◆최우수상(11명)

위영현(화학과)
이융(신소재공학과)
구본승(화학과) *
박범식(전기및전자공학부) *
민혜성(생명과학과)
이어진(문술미래전략대학원)
안호진(화학과) *
김종완(바이오및뇌공학과)

*중복 수상

◆우수상(31명)

위영현(화학과) *
황현수(물리학과) *
박범식(전기및전자공학부) *
황희연(화학과)
방유진(기술경영학부) *
위선희(원자력및양자공학과)
안호찬(화학과)
이상헌(기술경영학부)
권용민(화학과)
구본승(화학과) *
서민지(화학과) *
최백규(생명과학과) *
주용성(자연과학연구소)
황영주(화학과)
김수현(전기및전자공학부) *
정일융(기술경영학부)
강의룡(바이오및뇌공학과)
이어진(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박정준(바이오및뇌공학과)

*중복 수상(3개 이상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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