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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경력 과기인 대거 퇴직 "국가R&D 인적자산으로"

전임출연연기관장협의회, 제36회 정책포럼 가져
강대임 전 원장 주제발표, 고경력 은퇴과학자 활용 방안 등 논의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는 11일과 12일 KIST 강릉분원에서 제36회 정책포럼을 열었다.<사진=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는 11일과 12일 KIST 강릉분원에서 제36회 정책포럼을 열었다.<사진=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일본에 24번째 과학분야 노벨상을 안겨준 요시노 아키라 박사. 우리나라 나이로 72세. 1972년 일본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 입사해 2015년 고문직을 끝으로 물러날때까지 그는 40년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에 집중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올해도 과학분야 노벨상이 없는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기초연구에 집중 투자 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기에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노벨상 0개 국가일 수 밖에 없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경제 성장이 시급했던 시기 응용연구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 문·이과를 구분한 과학교육, 철학 없이 수단으로 받아들여진 과학기술,  제도에 의해 과학기술인의 연구 단절, 기초연구 소홀 등 연구개발 기반이 단단하게 다져질 여건도, 시간도 없었던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한국연구재단 자료에 의하면 노벨상 수상기간까지 연구 기간도 30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된다. 신진 연구자 시기인 30대무렵 연구개발을 시작하면 60대에 이르러서야 노벨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셈이다.

실제 신용현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바른미래당) 자료에 의하면 최근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72.4%가 60대 이상이다. 올해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케일린(만 61세), 피터 랫클리프(만 65세), 그레그 서멘자(만 63세) 등 모두 한국나이로 정년 이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물리학상을 받은 제임스 피블스는 84세, 미셰 마요르는 77세에 이른다. 이들은 명예교수와 현역 등 여전히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대학 만65세, 정부출연연구기관 만61세, 기업 60세에 정년을 맞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은퇴과학자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1~12일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회장 최영명)는  KIST강릉분원에서 제36회 정책포럼을 가졌다. 강대임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연구회 출연연 중심)'을 주제로 현재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강대임 전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현황과 개선방안'을 짚었다.<자료=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강대임 전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현황과 개선방안'을 짚었다.<자료=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은 45만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20년이상 관련분야 업무나 연구를 수행한 55세 이상의 고경력 과학기술인은 4만3000명으로 파악된다(KISTI 2017년 퇴직예정 고경력 과학기술인 현황). 대학과 연구소 인력이 1만3542명(31.3%), 비제조업 4803명(112%), 제조업 2만4655명(57.3%) 등이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의 전체 정규직 1만3941명 중 퇴직 예정자는 2019년 234명, 2020년 294명, 2021년 329명 등 857명(6.1%)이다. 가장 많은 인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158명(9.9%), ETRI 148명(6.6%), KIST 72명(8.8%), 한국표준과학연구원 56명(11.9%) 순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에서 올해부터 2021년까지 정년퇴직을 앞둔 과학기술인은 857명이다.<자료=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에서 올해부터 2021년까지 정년퇴직을 앞둔 과학기술인은 857명이다.<자료=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

문제는 이들의 경험이 전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된다는 데 있다. 우수 연구자의 경우 영년직 연구자, 연구위원 등으로 정년이 연장되기도 하지만 극소수다. 실제 고경력 과학기술인 중 우수한 성과를 내고도 평가 등에서 밀려 은퇴 후 연구가 그대로 단절되기도 한다. 과제 후 후속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다.

강 전 원장은 우선 고경력 과학기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퇴 과학자는 '국가 R&D의 인적 자산'으로 정년 후에도 개인의 역량에 따라 평생 연구할 수 있는 연구문화,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정부, 지자체, 출연연간 연계 프로그램 강화로 사회문제 해결, 정책기획 수립, 기초연구 등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이다.

강 전 원장은 "이를 위해 출연연 퇴직자 전문연구원 TO제 폐지, 나이제한 철폐, 고경력 과학기술인 대상 연구 프로그램, 활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고경력 은퇴 과학자 활용을 위한 다양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지원사업은 기초과학진흥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군,국정원 인사가 대거 자리를 차지하며 연구직은 27.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강대임 전 원장은 언론 자료를 활용해 일갈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지원사업(ReSEAT)은 은퇴과학자의 사기진작을 위해 2002년부터 시작됐다. 출연연, 대학, 기업연구소 등에서 퇴직한 만 50세 이상의 연구자를 지원한다. 하지만 2010년 34억원에서 2015년 20억원, 2017년 18억2000만원으로 예산이 감소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테크노닥터, 대전시의 '은빛 멘코칭 사업,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대전형 일자리 창출사업, ETRI의 ICT 멘토링 서비스단 운영사업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강 전 원장은 "출연연이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하는데 R&R, 인력 미스매치, 지자체 역량, 출연연별 개별 지원 등 여러 이슈들이 발생하며 서로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면서 "단기성 프로그램이 많고 유사 중복으로 연계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경력 은퇴과학기술인이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소기업 현안은 단순하지 않고 제한적이라는 이해 속에서 어드바이저 역할, 연구자,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출연연의 융합연구(허성도 KIST 강릉분원장),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 관련 출연연의 역할(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 고경력 과학기술인 활용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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