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지원 집중
"바이오산업 고도성장 위한 씨앗 지속 뿌리고 발굴할 것"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하고 싶어"

"바이오산업이 지금처럼 주목받은 적이 없었지요. 연구자로서 뿌듯함도 있지만 관련 연구기관의 수장으로서 부담도 큰 게 사실입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흐름을 잘 살리고 미래 동력을 만들어갈 싹을 많이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중심 연구기관의 수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그는 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각 기관과의 협력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신약개발까지 인재와 인프라도 필요하지만 노하우를 확보하고 기술을 축적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비용도 막대하게 투입된다. 때문에 과학선진국의 대형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는 추세다. 또 세계 일등 기술이 시장을 장악하는 승자 독식의 구조다. 따라가기 식의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은 1960년대 중반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시작됐다. 국가정책에 따라 당장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유전공학이 열풍을 일으키던 1980년대 초에 태동되었다.

김장성 원장은 다소 열악했던 바이오 분야 산업에 대한 회상과 함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설립배경을 설명했다.<사진=이원희 기자>
김장성 원장은 다소 열악했던 바이오 분야 산업에 대한 회상과 함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설립배경을 설명했다.<사진=이원희 기자>
 
김장성 원장은 "당시 우리나라는 바이오 관련 인력, 기술, 환경이 모두 열악한 연구개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특히 연구성과가 사업화되기까지는 기술 업그레이드와 경험이 같이 가야하는데 이를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매우 취약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국가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1983년 ‘유전공학육성법’(현 생명공학육성법)을 제정하고, 이 법률을 근거로 바이오 연구개발을 총괄할 연구기관으로 1985년 유전공학센터(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를 설립하였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정부의 노력의 결과로 산학연 연구주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몇 해 전부터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대형 기술수출 등 우수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신생벤처에서도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성과가 거목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글로벌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어떻게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할지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강점 '우수한 인재'
 
국내 바이오 분야의 강점으로 김 원장은 우수한 인재를 꼽는다. 예산과 인력 규모면에서는 외국 대형 제약사나 연구기관보다 작지만 인력의 우수성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의 연구개발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출신의 연구자, 대기업 출신의 연구자들이 바이오 벤처 창업에 나서며 국내 바이오 연구개발 수준도 끌어올렸다.
 
김 원장은 "좋은 인재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기존 시장에 없는 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면서 눈에 띄는 성과들이 하나 둘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강점인 사람을 키우고 스타트업을 육성해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면서 "바이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도록 맞춤형으로 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들이 제 역할을 하고 바이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김 원장은 규제 문제를 들었다. 우선 기술이 산업화로 가기까지 길목을 막고 있는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바이오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엄격하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규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연구에서 이니셔티브를 잡고 있었지만 규제로 묶이면서 지금은 미국과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면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까지 이르러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규제가 많다. 바이오 기술혁신을 유도하고 선진국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려면 현재 포지티브(positive) 규제가 네거티브(negative)로 전환되는 등의 규제 선진화‧합리화가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그는 "생명공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특히 윤리적 이슈가 결합되어 있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보수적이고 규제가 강하다. 규제를 보는 시각도 연구자, 산업계, 정부, 국민이 다 다르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시민이 과학기술에 같이 참여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간다. 과학계에서는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 과학기술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며 설득하고 오용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연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바이오 규제 신문고’를 운영하여 연구 현장과 산업계에서 시급하게 풀어야 할 규제를 접수, 정부에 이를 제안한다. 김 원장은 "생명연은 혁신 신기술을 개발 및 홍보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계, 국민의 이해도를 높여 해당 규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생명연은 생명연과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소통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향후 대국민 홍보 프로그램 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오 스타트업, 벤처 성장위해 맞춤지원
 

김장성 원장은 전주기적 창업지원 생태계를 조성함과 동시에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김장성 원장은 전주기적 창업지원 생태계를 조성함과 동시에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바이오산업은 특성적으로 많은 인프라시설과 연구장비가 필요한데 생명연의 바이오벤처센터에 입주한 영세한 벤처기업에게 연구실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있습니다. 장비 고급화와 지자체, 대학과 연계로 창업 준비부터 전주기적 지원으로 창업 촉진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김장성 원장은 생명연의 또 다른 역할로 바이오 스타트업과 벤처를 위한 전주기 지원을 강조했다. 생명연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하고 이를 산업화하기까지 인프라, 인력양성까지 지원해 스타트업, 벤처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생명연은 2000년부터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며 최근까지 88개사를 보육했다. 보육 기업 중 코스닥(13개사)과 코넥스(2개사) 시장에 진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생명연은 바이오투자 멘토단을 운영하며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지원, 13개 기업에서 700억원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생명연은 창업아이템 검증부터 사업계획 수립, 창업 이후 글로벌 임상 진출 등 전주기적 지원으로 바이오 스타트업 부스터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며 바이오 창업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장성 원장은 바이오 벤처의 글로벌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말로는 글로벌을 외쳐왔지만 실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4월 대전시장님과 보스턴에 다녀온 이후 현지 연계 통로를 만들기 위해 각계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보스턴 랩센트럴 등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지원기관을 대전시에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전, 홍릉, 마곡, 판교, 오송, 대구, 원주 등 바이오 클러스터마다 특성이 있는데 대전은 KAIST 등 대학, 바이오 관련 대형 병원, 생명연 등 디스커버리를 하는 곳이 많다"면서 "대전은 좋은 아이디어들이 빠른 시간 내에 개념검증을 거쳐 사업화로 넘어 가는 테스트베드 등 특화된 발굴(discovery) 생태계가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임기동안 단기성과 욕심대신 바이오경제시대를 열어가는 시작 기반 마련하고 싶어"
 
"출연연의 역할은 연구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봅니다. 단기적 연구성과를 쫓기 보다는 긴 안목으로 대한민국의 바이오경제시대를 열기 위한 좋은 씨앗을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 원장은 바이오 분야 민간연구소 경험 후 생명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과 출연연의 차이를 묻자 그는 "기업은 이윤창출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연구비를 집중 투입하고 달성 여부로 능력을 평가한다"면서 "그런데 출연연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므로 이익창출이 아닌 과학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가과학기술을 진일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이나 기업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 아이디어를 이어주는 연결자, 또는 산업화 촉진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출연연은 개개인의 연구보다 집단연구를 중장기적으로 수행하여 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또 중장기 연구에 필요한 인력, 인프라 기반을 담당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당장 결과를 내겠다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문화로 가는 길을 열어 놓고 싶다고 했다.
 
김 원장은 "바이오는 연구 기간이 길고 리스크도 많다. 10년, 15년을 보고 가는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문화도 중요하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임기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연구소를 변화시키고 뒤집어 당장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보다는 긴 호흡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서로 협력하며, 생명연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가 함께 마련했으며, 대전 BIO융합센터 매거진(VOL.2)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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