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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화장품 혁신원료 '크로뎀'

[모든 것의 시작, 나노. 23] 크로파세, 나노 니오솜으로 화장품 원료 한계 극복
이론 응용으로 '디-판테놀 니오솜' 제조···약물효과 향상·무첨가제·제조비용 혁신


제약계에서 쓰여온 세포막 물질 '니오솜'을 화장품에 적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특히 디-판테놀을 니오솜에 함유하면 피부에 잘 흡수돼 약효와 사용감이 좋아진다 <영상=윤병철 기자>
 

'피부 깊숙이 전달하는 ○○○의 놀라운 효과.'
 
화장을 하는 여성이라면 귀에 익숙한, 약방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화장품 원재료가 있다. '리포솜(liposome)'이다. 리포솜은 캡슐 같은 지질 이중층으로 생긴 인공구조체로 화장품 유효성분을 안전하게 감싸 피부 내층으로 보내는 기능이 있다.
 
이런 리포솜을 나노 크기로 만드는 크로파세(대표 김진황)가 화장품과 제약 업계에 원료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부작용 없이 약효를 높이고 초저비용으로 제조가 되기 때문이다. 비결은 장치가 아닌 이론의 응용에 있다.

항염제 '디-펜타놀', 나노 '니오솜'화로 약효와 사용감↑·제조비용↓
 

왼쪽) 유효성분을 품은 리포좀. 중간) 리포좀이 피부와 동화돼 세포벽을 열고 유효성분을 내려보낸다. 오른쪽) 나노 형태의 니오솜 구조 <자료=크로파세 제공>왼쪽) 유효성분을 품은 리포좀. 중간) 리포좀이 피부와 동화돼 세포벽을 열고 유효성분을 내려보낸다. 오른쪽) 나노 형태의 니오솜 구조 <자료=크로파세 제공>

피부는 여러 층의 세포들로 견고하게 연결돼 이물질 침투를 막는다. 세포막과 유사한 리포솜이 피부에 닿으면 서로의 세포막 이중층이 동화되면서 견고한 피부막이 열린다. 그러면서 리포솜이 품은 약물이 피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런 특이효과로 리포솜은 현재 화장품과 약품 등에 널리 쓰인다.
 
그러나 리포솜의 제조에 필연적으로 이온성 계면활성제가 동원된다. 세포막을 여는 계면활성제는 동시에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한단계 발전돼 나온 것이 나노 크기 리포솜인 '니오솜(niosome)'이다. 니오솜은 나노 특유의 활발한 반응성 덕분에 계면활성제가 필요 없다. 또한 이온성이 없어 피부 흡수가 잘돼 '표적 약물전달 신물질'이란 기대를 받는다.
 
김진황 대표는 "니오솜은 특히 '디-펜타놀(D-pentanol)'과 궁합이 좋다"고 설명한다. 디-펜타놀은 항염 원료로 피부가 민감한 아기 연고에 쓰일 정도로 안전하다. 그러나 특유의 끈적임이 있어 사용감과 심미감을 좋게 하는 데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든다.
 
김 대표는 "디-펜타놀 함량이 5%가 넘어가면 사용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디-펜타놀 5%를 품은 니오솜의 크기는 50나노미터에 불과하다"며 "기존 화장품 입자보다 사용감을 개선하면서도 피부세포 틈 속 깊숙이 들어가 10배의 항염효과를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크로파세는 일반적인 기존 화장품에 배합된 디-펜타놀 1% 함량 효과와 니오솜에 0.1% 함유된 디-펜타놀의 효과가 같음을 확인했다. 이에 반해 제조비용은 니오솜일 경우 18배 내려간다는 연구결과도 얻었다. 디-펜타놀 니오솜이 약효는 물론 사용성과 양산성을 고루 만족한 것이다.
 
디-펜타놀 니오솜을 적용한 함염 효능 평가결과. 성분 함량에 따라 200배까지 효능이 발견된다 <자료=크로파세 제공>디-펜타놀 니오솜을 적용한 함염 효능 평가결과. 성분 함량에 따라 200배까지 효능이 발견된다 <자료=크로파세 제공>

◆ 장비 동원 없이 이론 응용으로 '만원' 들던 단가 '백원'으로 낮춰
 
효과와 더불어 니오솜의 제조 방식도 혁신적이다. 기존 리포솜이나 니오솜을 만드는 공정으론 고압유화기기 방식이 널리 쓰인다. 이 방식은 낮은 수준의 기술로도 쉽게 나노 입자를 만들 수 있지만, 기기 자체가 고가에 시간당 생산성이 낮아 개선이 요구돼 왔다.
 
크로파세는 니오솜을 높은 기술방식으로 만든다. 학계에 발표된 '패킹 파라메타 이론'을 응용한 것으로, 니오솜 분자의 친수성기와 친유성기의 부피를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배합비율을 맞춰 성분이 자연적으로 나노 입자가 되도록 유도한다.
 
이 방식은 고온 고압을 동원하는 비싼 기기와 에너지가 필요 없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낮아지고, 고속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이온성 계면활성제와 각종 첨가제를 쓸 이유가 없어 피부 자극과 부작용이 없다. 1kg에 만원 들던 단가를 백원 단위로 낮췄다.

크로파세는 독창적인 제조법으로 니오좀을 생산해 다양한 화장품 제조사와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의 단점을 극복한 데다 효과와 제조단가가 좋아, 거래를 희망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크로뎀(Croderm)' 브랜드로 유통하는 니오솜 제품군은 배합물에 따라 크로뎀 C, P, AP로 구분한다. 크로뎀 C는 피부물질인 세라마이드 등을 함유해 피부 보습과 개선 효과가 있다. 크로뎀 P는 디-펜타놀을 5% 첨가해 항염과 부작용 억제를 목적으로 하고, 크로뎀 AP는 글루타민을 배합해 아토피에 효과 있다.
 
이 밖에 비타민 등 유효하지만 배합에 민감한 약물을 니오솜에 첨가해 다양한 약효를 가진 제품군도 나올 예정이다. 크로뎀 시리즈의 시제품 제작과 성능평가는 나노조합의 T+2B 사업 지원으로 해결했다.

크로뎀 C-P-AP 외에도 각종 유효성분을 품은 시리즈가 개발된다 <사진=윤병철 기자> 크로뎀 C-P-AP 외에도 각종 유효성분을 품은 시리즈가 개발된다 <사진=윤병철 기자>
 
글로벌 화장품과 제약사에 원료 공급 예정···니오솜 전문제조사 목표
 
"약보다 화장품 만들기가 더 까다롭죠. 고객이 주목하는 약효와 동반하는 부작용, 끈적임 없는 발림과 깨끗한 색깔도 중요하고요. 포장과 광고도 고객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치죠. 결국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재료가 선택됩니다."

김 대표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대기업 연구원이었다. 그는 많은 화장품 원료들을 개발하면서 조화되지 않는 문제들을 겪어왔다. 마케팅으로 강조할만한 기능을 우선하면 사용감이 덜하고, 제조비용도 상승하는 애로가 있다. 원료 물성의 한계상 기존의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점도 많았다.
 
김 대표는 제약에서 흔히 쓰이는 리포솜이나 디-펜타놀이 화장품으로 적용하면 여러 상용 조건들과 상충하는 점을 안타까워하다, 나노 특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간파하고 2016년 창업했다.
 
하루 8시간 씩 원료 배합을 연구한다 <사진=윤병철 기자>하루 8시간 씩 원료 배합을 연구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장비 없이 니오솜을 패킹 파라메타 이론대로 만들기 위해 몇 해를 연구와 씨름하며 나름의 조성 값을 축적했다. 이론에 머물렀던 효과를 실용에서 입증하니 대기업이 먼저 알아봤다. 대기업의 신제품 적용 테스트를 통과했고, 제약사의 화상치료 약품재로도 제공한다. 국내외 글로벌 화장품사에서도 원료를 검토 중이다.
 
현재 매출은 년 22억원으로 초기 안착에 성공했지만, 김 대표는 지금도 하루 8시간씩 연구를 강행한다. 역시나 이론을 바탕으로 제조하기에 별다른 장비가 동원되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 원료만 집중하려고 했으나 다양한 분야에서 니오솜을 활용한 응용 기술자문이 계속 요청되고 있다. 그래서 화장품 산업 특성에 맞는 단계별 원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나노 기반 화장품 원재료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진황 대표는 10평 연구실에서 이론을 양산화해 니오솜을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 <사진=윤병철 기자>김진황 대표는 10평 연구실에서 이론을 양산화해 니오솜을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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