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야마모토 연구팀, 공동연구 성과
연구위해 실험쥐 직접 키우고 바이러스 개발까지
포토제닉 소뇌 반해 시작한 연구 "다양한 기능 규명할 것"

소뇌 발달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일본인 과학자 부부 야마모토 연구팀. 두 연구자는 2009년 WCI 사업을 계기로 한국에와 KIST에서 꾸준히 연구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소뇌 발달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일본인 과학자 부부 야마모토 연구팀. 두 연구자는 2009년 WCI 사업을 계기로 한국에와 KIST에서 꾸준히 연구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어렸을 때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성인보다 아이들이 새로운 언어를 대개 더 잘 익힌다. 언어학습에 특정한 시기가 중요하다는 가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이러한 특정한 시기를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부른다.
 
국내 연구진이 언어발달의 결정적 시기와 마찬가지로 소뇌 발달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주인공은 KIST 일본인 부부 과학자팀(야마모토 게이코· 유키오 박사 팀)이다.
 
소뇌는 주로 움직임의 미세한 부분을 조정하고 새로운 동작을 학습하는데 필수적인 뇌 부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소뇌가 자폐증처럼 감정과 인지기능 등에 영향을 받는 발달 장애의 핵심 뇌 부위라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성과를 통해 발달장애 유발과 진행 과정에서 소뇌의 역할을 규명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지난 9월 Cell Reports에 게재됐다.
 
두 연구자는 2009년 해외 우수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한 '세계수준연구센터 (WCI)' 사업을 계기로 한국에 왔다. KIST에서 오랫동안 공동연구를 수행해 왔다. 2017년에도 함께 연구한 성과를 논문에 게재한 바 있다. 
 
◆ 연구 위해 '마우스 양육'부터 '新 바이러스 개발'까지
 
"소뇌 발달연구를 위해 마우스가 태어나 어른이 될 때까지 키웠습니다. 모두 연구원의 몫이었죠.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게이코 박사는 오랜 기간 소뇌의 '시냅스' 관련 연구를 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뇌 '발달'연구에 도전했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지난 연구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는 "시냅스 간 연결의 강화나 약화는 크게 보면 발달의 일부"라면서 "기술적, 지식정보의 공유가 가능해 연구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야마모토 게이코 박사는 소뇌의 시냅스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뇌 발달연구에 도전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야마모토 게이코 박사는 소뇌의 시냅스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소뇌 발달연구에 도전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야마모토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마우스를 활용했다. 태어난 지 8일이 지난 어린 마우스의 소뇌 평행섬유 일부 다발에서 전기신호를 차단하고 그 마우스를 어른이 될 때까지 키우며 발달연구를 했다. 마우스의 출산과 육아까지 연구원들이 직접 소뇌 발달의 전주기를 살폈다.
 
특히 연구를 위해 특정 그룹의 뇌세포를 분석할 수 있는 바이러스도 개발했다. 게이코 박사는 "소뇌 밖에서 온 정보를 소뇌로 전달하는 과립세포의 축색돌기인 평행섬유(parallel fiber)가 위치에 따라 그 기능이 다를 것이라고 예측돼왔으나 위치별 분석 기술이 없어 어려웠다"며 바이러스 개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4년 전 연구실에 온 박희연 학생연구원(현 포닥) 관심 전공과 맞닿아 바이러스를 활용한 연구가 가능했고, 발달연구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바이러스를 통해 평행섬유 위치에 따른 발달과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 결과 특정 시기에 일부 전기신호가 차단된 마우스에서는 소뇌 세포들이 퇴화, 사멸, 재배치뿐 아니라 전반적인 움직임과 동작 학습이 퇴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 마우스들은 생후 10주 후 완전히 성체가 된 후 차단된 평행섬유의 전기신호를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뇌세포에 야기된 변화와 운동기능의 퇴화는 회복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 실험방법으로는 마우스의 발자국 모양 비교와 러닝머신 학습능력 등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평행섬유 일부의 전기신호를 차단했던 특정 시점이 소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해당한다는 보여주는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소뇌의 발달과정에도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마우스의 발자국 모양과 러닝머신 학습능력 등을 통해 소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존재의 증거를 찾아냈다.<사진=KIST 제공>
연구진은 마우스의 발자국 모양과 러닝머신 학습능력 등을 통해 소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존재의 증거를 찾아냈다.<사진=KIST 제공>
게이코 박사는 "소뇌 발달과정 연구는 다양하게 이뤄졌지만, 태아 등 주로 아주 어린 시기 연구가 많았다"며 "우리 연구는 생후 발달과정을 볼 수 있어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폐증과 같은 발달장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연구를 통해 부수적으로 발견한 내용이 있어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면서 "'결정적 시기' 동안 일부 차단된 전기신호가 소뇌의 신경망 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발달이 저해된 소뇌는 다른 뇌 부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의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 포토제닉 소뇌에 반한 연구자들 "우리 연구, 뇌 이해 도움 되길"
 

소뇌는 다른 뇌 부분과 비교해 구조가 잘 잡혀있어 현미경 이미지가 예쁜편이다. 연구자들사이에서도 포토제닉하다 불린다. 이미지는 생후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날짜에 따라 서로 다른 다발의 평행섬유에 녹색형광물질(GFP)을 발현시킨 모습이다.<사진=KIST 제공>
소뇌는 다른 뇌 부분과 비교해 구조가 잘 잡혀있어 현미경 이미지가 예쁜편이다. 연구자들사이에서도 포토제닉하다 불린다. 이미지는 생후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날짜에 따라 서로 다른 다발의 평행섬유에 녹색형광물질(GFP)을 발현시킨 모습이다.<사진=KIST 제공>
"소뇌는 포토제닉하죠. 예쁘기도 하지만 여러 기능적인 부분들이 알려져 매력적인 연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게이코 박사는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수의학을 전공했다. 남편인 유키오 박사도 마찬가지다. 게이코 박사는 생리학을 연구하던 기초연구실에서 뉴런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두게 되면서 신경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독 그는 자신의 연구분야인 소뇌 관련 이야기를 할 때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에 따르면 소뇌는 다른 뇌 부분과 비교하면 구조가 잘 잡혀있는 편이다. 현미경으로 이미지를 찍을 때 화려한 색감과 형태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포토제닉하다'고 불린다. 그 덕에 현미경 홍보 사진에 늘 따라다니는게 소뇌 이미지이다. 게이코 박사도 그 모습에 매료됐다.
 
게이코 박사는 "소뇌는 구조가 잘 잡혀있어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해왔다"면서 "축적된 기초지식을 통해 깊이 연구할 수 있는 분야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뇌는 운동기능의 역할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들어 감정 등 다양한 역할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뇌부위이라는 생각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뇌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게이코 박사는 복잡하고 신비한 뇌의 비밀을 푸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게이코 박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뇌에 대해 놀라움을 많이 느낀다. 우리 연구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야마모토 연구팀 모습. 연구팀은 앞으로 복잡하고 신비한 뇌의 비밀을 푸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야마모토 연구팀 모습. 연구팀은 앞으로 복잡하고 신비한 뇌의 비밀을 푸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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