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대덕단상] 한가위와 질문, 과학자와 품격

혼란의 시대···과학자,지식인으로서의 기본 다시금 다져야
'나는 누구인가' 질문···품격 있는 사회 만드는 상상을
추석이다. 자연의 흐름은 어김없어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고 곧 한가위다.

사회가 갖가지 일로 번잡하고, 여기저기서 부딪히는 소리로 어지럽다. 그럴수록 지식인의 역할은 크다. 진짜 지식인은 중심을 잡고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도록 하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추석은, 가을이란 계절은 조용히 돌아보고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다. 이 때를 맞아 우리는 다시 기본을 다져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춘화현상(春化現象)이란 것이 있다. 봄에 꽃을 피려면 혹독한 겨울을 지나야만 한다는 것이다.어찌보면 지금 우리 사회의 혼란이 그 겨울이 아닐까?

잘 모르겠고 복잡해 보이고, 애매한 대목이 있어서 판단을 유보 혹은 위임했던 일들이 있다. 그런데 그 일들이 한꺼번에 민낯을 드러내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지소미아, 대일관계, 대미관계, 대중관계, 대북관계, 국가와 민족의 연관성, 통일, 소득주도성장, 노동생산성, 최저 임금, 품격 등등.

혼란스럽지만 달리 보면 좋은 기회일수도 있다. 어떤 것은 터부시 됐고, 어떤 것은 복잡해 판단을 미뤘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살펴보고, 나름의 개념을 정립한다면 남에게 덜 휘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어떤 문제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면 혼란도 줄어들 것이고, 방향 설정도 빨라 비용 손실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혼란은 겨울이다. 이 기간에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고, 근거를 찾고, 현장을 보러 발품도 팔고 그러면서 나름의 가치관을 갖게 된다면 봄에는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전문인이면서 지식인들이다. 지식인의 기본 자세는 의문이다.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답을 찾아간다. 지식인은 자신의 전공뿐 아니라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현재 및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의문을 던지며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고, 전공에서 일가도 이루는 것이다.

전공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지식인이라면 던져야할 중요한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이다. 잘 알고 있는듯 하지만 파도 파도 끝이 안보이는 난문(難問)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의 나를 이해해야 연구의 테마도 나오고, 올바른 정체성에 근거해 다른 사람과 차별성을 만들수 있다. 개인으로서의 '나'도 있고,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나'도 있다. 지금을 이해하려면 간단하게는 지나온 '과거'를 보면 된다. 그러면서 기존의 아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로 지적 방황을 하고 현장을 확인하러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시장경제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아무리 빈곤층이라도 평균적으로는 북한 사람들보다는 복지 혜택을 받고 삶의 질이 높다. 그렇게 된 계기의 하나가 6.25이다. 공산화를 시키려는 시도를 무력화시켰기에 우리는 북한과는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됐다. 그런데 6.25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를 안다는 것은 이런 오늘의 나를 만든 과거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남이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련 책을 보고, 전적지 등을 둘러보며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전쟁'은 오늘날까지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6·25전쟁을 다루고 있다.<사진=출판사>'이런 전쟁'은 오늘날까지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6·25전쟁을 다루고 있다.<사진=출판사>
최근 읽은 책의 하나가 6.25와 관련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이란 책이다. 저자는 보험 판매업을 하던 일반인이다. 전쟁 참전 경험도 있다. 많은 전투일지를 기반으로 팩트 중심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6.25를 몰랐다는 것을 알았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본 것이 다였는데 전쟁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전쟁이 터졌고, 얼마나 많은 장삼이사가 죽었고, 포로수용소에서는 무슨 일이 났으며, 정치인들의 고민은 무엇이었는가 등등을.

남북간에 밀고 밀리는 혈전은 발발로 부터 1년여에 불과했고, 이후 1953년 7월 휴전에 서명하기까지는 능선을 사이에 둔 제한전이었고 이 때 격전에 못잖은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휴전 교섭 기간이 3년에 이른 것은 중국과 북한의 시간끌기가 주된 원인이란 것도 새삼 이해했다. 미군은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신병들이 낯선 땅에 와서 싸우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전투 중 포로가 된 미군들 가운데는 상상이상으로 잔혹하게 죽은 사례도 서술된다. 과연 나라면, 우리라면 외국에 나가서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6.25와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카더라'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내 시간을 투자해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실 중의 하나가 일제 식민지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주장과 책들이 있다. 그런 가운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왜 당했을까?'가 아닐까 한다. 일본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일본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비난을 뛰어넘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망만 하고 나름의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으면 또 당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왜 당했는지를 알려면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나는 우리에게 칼을 들이댄 일본을 분석하는 일이다. 그들은 어떤 생각과 힘을 가졌기에 우리를 무릎 꿇게 할 수 있었는가? 일본의 실력에 대한 이해라고 하겠다. 다른 하나는 우리에 대한 질문이다. 상대가 힘을 행사할 때 우리는 왜 대항할 수 없었는가? 감정적으로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힘의 분포를 파악하는 것이다.

책 '두 얼굴의 조선사'와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사진=출판사>책 '두 얼굴의 조선사'와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사진=출판사>
당시 일본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은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이다. 조선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은 '두 얼굴의 조선사'이다. 이 책들 말고도 많은 책들이 있다. 개론서로 추천 할 만하다는 것이다.

지식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편한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화해야할 책이나 문서가 상당하다. 읽고 현장도 가봐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눠야 한다. 쉽지 않지만 해야한다. 하다보면 세상이 이해가 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나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언행일치가 되며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깊이 파다보면 이른바 통찰력이란 것도 생긴다고 한다.

어지럽다. 욕하던 사람이 욕 먹이던 사람보다 더한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사명감을 강조한다. 세상 모든 것이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기획되고 행해진다. 그런 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한국 사회의 지적 기반의 취약성이다. 원래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존재한다.

언행불일치의 위선자들이 힘을 얻고 못얻고는 그 사회 대중에 달렸다. 일반인들이 자기 판단에 근거해 살아가는지 혹은 남의 판단을 자기 것으로 생각해 살아가는지에 따라 거짓말쟁이들이 힘을 얻거나 잃는다.

과학자들은 전문가들이면서 지식인들이다. 기본 지식과 상식이 튼실해야 연구의 테마도, 자세도 내실 있을 것이다. 올바른 지식인들이 많아야 사회가 건강하다. 지식인들은 늘 학습하고 교류하고 세상을 사랑하며 미래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이 많을 때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내로남불은 힘을 잃는다.

어느 지인이 보내준 글이 있다. 지난 6일 인도의 달착륙이 실패하고, 함께 지켜보던 모디 총리가 과학자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Never hide from success. India with you.
The teaching will remain with us.
You came as close as you could.
ISRO never accepts defeat .
Learning from today will make us stronger.
We romanticized the moon.
We need to work harder now.
You ventured place where no one went.
Stay steady and look ahead.

이런 품격있는 사회는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한가위, 질문해보자,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보자. 길게 보며 책 읽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미래를 생각해 보자. 품격 있는 사회를 상상하고, 나부터 행동해보자.
 
품격있는 과학동네를 위한 책 읽기 모임을 하고자 합니다. 논의를 통해 선정된 책을 읽고 월 1회 토론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대덕넷 취재팀 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참여 신청을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석봉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