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 신기영 대표 대전서 강연
AI 모델, 디자이너 대신 반복 작업하고 새로운 스타일 만들기도
작년 국내 브랜드와 AI 디자인 옷 선보여···이달 자체 신제품 나온다

디자이노블과 현대 G&F가 협업해 만든 2019 S/S 시즌 제품. 사람이 만든 공룡 캐릭터를 변형한 디자인이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에 따르면 캐릭터의 몸통에 레고 블록을 일부만 넣은 디자인은 예상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한섬 제공>
디자이노블과 현대 G&F가 협업해 만든 2019 S/S 시즌 제품. 사람이 만든 공룡 캐릭터를 변형한 디자인이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에 따르면 캐릭터의 몸통에 레고 블록을 일부만 넣은 디자인은 예상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한섬 제공>
패션 디자인처럼 창의성이 필요한 일에 인공지능(AI)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그 답은 작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AI 후드티'가 보여준다. 캐쥬얼 의류 브랜드 SJYP에서 이 상품을 공개했을 당시 국내 AI 디자이너의 등장은 긴장과 신선함을 일으켰다. 

이 옷에 AI 기술을 적용한 기업은 패션 디자인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 패션은 잘 모른다는 공대 졸업생 신기영 대표가 연구실 동료들과 2017년 포항에서 공동으로 창업했다. 국내에서 AI로 의류를 디자인하고 제작·판매까지 하는 회사는 이곳이 유일하다.

디자이노블이 하는 일은 크게 패션 트랜드 데이터 수집, 디자인, 추천이다. 사람이 발로 뛰는 대신 AI가 데이터를 모아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 스타일을 예측한다. AI가 디자인도 직접 한다.

여러 의상의 특징을 모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디자인 AI' 모델과 이미 만들어진 옷에 꽃병·돌 같은 물체와 그 느낌을 더하는 '스타일 합성 AI' 모델이 있다. AI는 이렇게 만들어진 옷을 살만한 사람에게 추천도 한다. 회사의 최종 목표는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해서 제품을 받는 '참여형 AI'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옷이 정말로 잘 팔릴까? 디자이노블은 이를 알아보고자 오는 11일 회사가 단독으로 만든 AI 디자이너의 의류를 공개하고 판매한다. AI 모델이 데이터만으로 소재·스타일·크기 등을 결정해 선보이는 옷이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대학원에서 자연어처리를 전공했다. 원하는 어떤 옷이든 만들 수 있는 곳인 동대문 시장에 주목, 의류와 인공지능의 융합을 시도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대학원에서 자연어처리를 전공했다. 원하는 어떤 옷이든 만들 수 있는 곳인 동대문 시장에 주목, 의류와 인공지능의 융합을 시도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신제품 출시를 앞둔 신기영 대표가 지난 3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제8회 ABC Day' 세미나에서 강연했다. 주제는 '패션 AI, 받을 것인가 품을 것인가 키울 것인가'. 그는 패션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여정과 기술에 관해 이야기했다. 

신 대표는 "디자이너가 하는 반복적이고 패턴이 명확하면서 오래 걸리는 일을 AI가 해준다면, 디자이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만든 작업물에서 영감을 얻어 변형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가 이날 소개한 AI 모델은 수동형(Passive), 생성형(Generative), 직감형(Intuitive) 세 가지다. 'Passive'는 사용자가 설계한 만큼만 동작하는 모델이다. 디자이너가 창문을 그려 놓으면 채색을 하거나 사람이 원하는 모양을 비슷하게 그려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Generative 모델은 한 단계 발전된 것으로, 사람이 조건과 알고리즘을 제시하면 알아서 작업한다. 창문을 스스로 그리기 때문에 위치와 크기 등을 예상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모델은 학습을 받아야 하지만, Intuitive 모델은 알고리즘을 자체적으로 찾아 적용하고 학습한다. AI가 할 일을 자동으로 알아내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올해 잘 팔릴 아파트 인테리어를 디자인해줘'와 같은 지시를 내리면 된다. 

디자이노블이 AI 디자이너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말고도 필요한 게 있었다. 패션 생태계에 있는 디자이너와 디자인 관련 기업인이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었다.

신 대표는 디자인 회사에 며칠 머물며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조수가 한 명 생긴다면 어떤 일을 맡기고 싶냐'는 질문도 하며 수요를 끄집어냈다.

그는 "손으로 반복해서 스케치하는 것과 해당 시즌 스타일에 맞게 여러 옷을 디자인하는 일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트랜드를 만들어내는 작업에는 고도의 창의성이 필요했다"며 "각각 AI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노블이 패션 디자인에 AI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각 계의 반응은 다양했다. 디자이너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어 두려움을 갖기도,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 기업인은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능력을 갖추길 바랐다. 연구원들은 바이오가 아닌 패션에 AI를 적용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신 대표는 "핀터레스트, 아마존, 페이스북도 도전할 만큼 패션은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분야"라며 "아마존의 의류 브랜드 중 한 곳은 한 해에 5배씩 성장한다. 패션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기업에 데이터와 AI가 더해지면 얼마나 큰 힘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 기업에서 문제를 풀 때 AI 사용 여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AI 적용 초입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사람에게 재미와 편리함을 주기 위해 AI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스마트폰의 수많은 앱처럼 누구든지 AI를 접목한 신선한 아이디어로 사업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강연 후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전의 소프트웨어 기업 유클리드소프트(대표 채은경)는 2018년부터 기술교류회 'ABC Day'를 열고 있다. 주로 빅데이터·인공지능을 산업에 적용하는 데 도움을 줄 전문가를 섭외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강연 후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전의 소프트웨어 기업 유클리드소프트(대표 채은경)는 2018년부터 기술교류회 'ABC Day'를 열고 있다. 주로 빅데이터·인공지능을 산업에 적용하는 데 도움을 줄 전문가를 섭외한다. <사진=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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