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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災 표준 '불박사'···'담뱃불'부터 '건물'까지 활활 태우다

[미국 대표연구실③]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국립소방연구소
911테러 이후 건물 화재 R&D 집중 궤도···글로벌 규격·규제 만든다
"우리는 왜 연구하는가?" 과학자 50명 본질 질문 매주 던져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국립소방연구소(NFRL) 화재 연구실 내부 모습.<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국립소방연구소(NFRL) 화재 연구실 내부 모습.<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900평(3000㎡) 규모 초대형 실험실은 입구에서부터 독특한 기운을 내뿜는다. 실험실 내부는 거무스름한 바닥과 장비들로 둘러싸여 분위기가 왠지 스산하다. 천정으로 고개를 치켜드니 층고는 족히 20m는 넘어 보인다. 초대형 배기후드(가스·연기를 빨아드리는 장치)가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불'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측정하며 화재표준을 만들어가는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TIS·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산하 국립소방연구소(NFRL·National Fire Research Laboratory) 실험실의 모습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위치한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미국 상무부가 운영하는 국립연구소다.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는 미국의 비규제 정부기관 가운데 하나다. 3000명이 넘는 과학자가 국가표준을 선정·적용해 산업에서 활용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국립소방연구소 외부의 모습.<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국립소방연구소 외부의 모습.<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정문에서부터 약 5분에 걸쳐 차량으로 이동하면 국립소방연구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 상부에는 배기관들이 위치해 있으며 한켠에는 우뚝 솟아있는 굴뚝(?) 모양의 구조물도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불구덩이 실험실이다. 작은 담뱃불부터 섬유, 침대, 플라스틱, 심지어 건물까지 활활 태운다. 태우면서 측정한 결과들로 화재표준을 연구하고 만들어 간다. 대형 화재 연구는 1년에 2번가량 이뤄진다. 

1 MW(메가와트) 수준의 열방출 에너지를 수용하는 배기후드에서부터 최대 20 MW급 배기후드까지 총 4개의 배기후드가 설치돼 있다. 20 MW급은 1개의 주택(타운하우스)을 태울 수 있는 수준이다. 전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대규모 화재표준 실험실로 꼽힌다.

국립소방연구소 연구자들이 플라스틱을 태우며 화재표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국립소방연구소 연구자들이 플라스틱을 태우며 화재표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실험실은 무거운 불구덩이 하중을 견디기 위해 18m x 27m 수준의 강력한 바닥과 9m x 18m 수준의 튼튼한 벽으로 무장돼 있다. 2개의 20톤급 교량 크레인이 대형 구조물을 불구덩이로 운반하는 역할도 한다. 

작년에는 생활필수 요소인 '가구'의 화재 실험을 마쳤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 중 가구로 인한 화재 사고 비중이 가장 높다. 연간 600명 이상 사망하고 1100명 이상이 부상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침대에는 이불, 의자에는 쿠션, 테이블에는 커버 등의 연소가 잘되는 물질들이 덮여있다. 국립소방연구소에서는 이러한 가구들을 직접 태워보며 가연성을 평가하는 국가 표준연구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화재 발생을 지연시키고, 화재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구조적 반응들도 실험하고 있다.
      
◆ 911테러 이후 건물 화재 R&D 집중···"'국민의 안전'으로 답한다"  

Lisa Choe(리사 최) 박사가 화재 연구실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Lisa Choe(리사 최) 박사가 화재 연구실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세계적으로 잊지 못할 아픔이 가득했던 2001년 911테러 이후부터 건물 화재표준 연구가 집중 궤도에 올랐다. 국립소방연구소에서 만난 Lisa Choe(리사 최) 박사도 2001년부터 화재표준 국가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최 박사는 "911테러 이후 건물 화재표준 관련 국가 연구 프로젝트들이 대량으로 시작됐다. 당시에 '불이 어떻게 빌딩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주제의 첫 연구가 시작됐다"라며 "일반 대중에게 안전을 제공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소방연구소 연구팀은 '화재표준'뿐만 아니라 '구조물표준'까지 함께 연구하고 있다. 건물에 사용되는 철근은 열에 매우 약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금방 휘어진다. 이런 구조물의 열표준 규격 등도 함께 정의하고 있다.

화재 연구실 내부의 배기후드 구조.<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화재 연구실 내부의 배기후드 구조.<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불구덩이에서 연구하는 연구팀은 4명의 연구자와 5명의 기술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역할은 ▲구조물 화재 측정 ▲화재 건축법 개선 위한 기술 데이터 생성 ▲물리 기반 모델의 검증 ▲화재 이후 조사 등으로 나뉘어 있다.

실재 화재 실험의 모습.<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실재 화재 실험의 모습.<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최 박사는 지난 기억을 되살리며 연구 에피소드를 전했다. 작년 철과 콘크리트를 합성한 13m급 대형 구조물을 태우는 연구가 진행됐다. 화재표준 실험을 안전하게 마치고 불도 진압했다. 모든 연구가 종료된 것을 인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새벽 강도가 약해진 구조물이 휘어지며 연구실 일부를 덮쳤다. 

최 박사는 우스갯소리로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라며 "표준연구뿐만 아니라 화재로 인한 모든 사고·재해를 방지하는 연구결과를 만들며 대중에게 안전을 제공하며 기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 "왜 연구하는가?" 매주 본질 질문 던진다 '화재 연구 세미나'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화재 공학 연구자들은 특별한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은 화재 연구 세미나'(Fire Research Seminar).

Lisa Choe(리사 최) 박사가 국립소방연구소 내부 연구문화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Lisa Choe(리사 최) 박사가 국립소방연구소 내부 연구문화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화재 연구 세미나는 1980년도부터 시작됐다. 매주 화요일 50여 명의 공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약 1시간동안 진행되는 세미나는 서로의 전문 분야를 공유하며 연구 진행도를 브리핑한다.

특히 세미나의 특징은 '연구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다수의 연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왜 연구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서로에게 던진다.

개인 혹은 그룹들이 연구 철학과 비전을 한 방향으로 모으며 연구 효율화를 꾀한다는 의미다. 

최 박사는 "세미나에서 '왜?'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라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연구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찾으며 자부심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소방연구소의 또 다른 특징으로 '연구의 대물림'을 꼽았다. 최 박사는 "젊은 연구자 들어오면 선배 연구자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라며 "노하우 전수를 정량화해 특별 포상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재표준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대중들에게 '안전함'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국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글로벌 연구실로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국립소방연구소(NFRL) 홍보영상.<사진=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홈페이지 제공>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진화는 연구실에서 시작되죠. 남다른 연구 문화를 보유한 연구실은 연구성과와 인재 배출의 산실입니다. 대덕넷은 올해 '대한민국 대표연구실' 기획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실 문화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또 과학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연구 현장을 심층 취재해 '과학선진국 100년 연구실을 가다'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해외 취재가 순조롭게 완료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최의묵 NIH 박사, 카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 김유수 RIKEN 박사, 스칸디나비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재독과학기술자협회 등 많은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글 싣는 순서 미국 3편-일본 4편-유럽 3편.<편집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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